대기업 허용시 계열사 설립해 일감몰아주기, 경영권 확보 등 남용 가능성
벤처기업의 상장유도 차원 허용 필요 목소리...작년 말 정부 입법 추진
쿠팡의 미국행을 촉발시킨 원인으로 지목되는 차등의결권 논란이 재부상하고 있다. 차등의결권주는 1주 2표나 1주 10표 등 1주로 다수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주식을 허용하는 제도인데 해외 선진시장에서는 이미 보편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주주평등권을 침해한다는 이유와 남용 가능성에 대한 우려로 상장사에 대해 허용하지 않고 있다.
국내에서는 상장과 동시에 차등의결권이 소멸되는데 반해 미국 증권시장에서는 신규로 상장할 경우 창업주에게 차등의결권을 허용하고 있다. 차등의결권은 증여나 상속, 매매가 불가능하고 경영권 확보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창업자의 권리를 지지하는 제도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쿠팡이 국내 상장이 아닌 미국 상장을 선택한 배경 중 하나로 차등의결권 논란이 다시 가열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차등의결권을 전면적으로 허용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반대 의견도 만만치않다.
보통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주식은 모두 1주 1표만 갖도록 되어있지만 차등의결권은 1주 2표나 1주 10표 등 1주로 다수의 의결권 행사가 가능하다.
현재 미국, 프랑스, 영국, 중국, 홍콩, 싱가포르 등 유럽과 아시아 주요 국가들은 차등의결권을 허용하고 있지만 신규 상장 기업들 가운데 일부에 대해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등의결권이 시행되더라도 신규 상장하는 일부 기업에 대해서만 허용해야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대기업보다는 벤처기업을 위해 더 필요한 제도라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만약 모든 기업에 대해 차등의결권을 허용할 경우 대기업들이 이를 악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예컨대 대기업이 차등의결권을 가진 비상장기업을 설립한 후 회사 대주주로 오너 일가 중 한 명을 앉힐 수 있다는 것이다. 자연히 오너 일가가 대주주로 있는 기업에 대한 일감몰아주기로 이어지고 기업이 성장해서 상장하게 되면 차등의결권을 토대로 경영권을 더욱 확고히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는 "이러한 일감 몰아주기 등 차등의결권이 허용됐을때 남용에 대한 위험은 크기 때문에 굉장히 보수적으로 접근해야한다"고 말했다.
또한 주주평등권에 대한 침해 문제도 약점으로 꼽힌다. 차등의결권은 종류주식의 반대 개념인데 일방적으로 창업주에 대해선 의결권을 전부 몰아주겠다는 방식으로 평등 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말 차등의결권 대안으로 허용하는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개정안을 정부입법으로 국회에 제출했지만 현재 법안이 계류된 상태다. 그동안 차등의결권 허용 여부를 놓고 몇년째 찬반 대립이 지속돼왔다. 차등의결권에 대한 긍정적인 효과와 동시에 부작용도 만만치 않아서다.
하지만 오히려 자금 조달을 좀 더 수월하게 하기 위해 벤처기업에 한해서 이러한 차등의결권 허용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부도 이러한 차등의결권의 대안책으로 비상장 벤처기업에 한해서만 1주당 최대 10표의 복수의결권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벤처기업의 적극적인 상장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벤처기업들이 국내 증시에 상장하게 되면 대주주 지분율이 줄면서 경영권 확보에 대한 불안감이 커질 수 있지만 차등의결권이 허용되면 이러한 우려를 해소하 수 있다. 벤처기업의 상장을 유도하는 차원에서 제한적으로 차등의결권을 허용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는 이유다.
황세운 상명대 DnA랩 객원 연구위원은 "쿠팡이 미국에 상장한 것은 차등의결권이 전적인 요소는 아닐 것"이라며 "대규모 자금조달을 위해선 밸류에이션으로 볼때 한국보다 미국에서 조달하는 주식수가 더 많고 상장 인센티브가 더 컸다고 판단했을 것이고 차등의결권도 일부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