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시중은행 지난달 외화예금 잔액 621억7000만 달러
"기업과 개인 환차익 실현 탓"…외화유동성 확보 비상
지난해 말 사상 최대 수준으로 늘었던 주요 시중은행의 외화예금 잔액이 올 들어 4조원 넘게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 전환하면서 환차익을 위한 환매 수요가 급증한 데 따른 것으로 관측된다.
19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외화예금 잔액은 621억7000만 달러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12월 말(659억5900만 달러) 대비 37억8900만 달러 줄어든 규모다. 18일 원·달러 환율 1107.6원(종가 기준)을 적용해 원화로 환산하면 약 4조1966억원에 달하는 수준이다.
외화예금은 지난해에만 해도 꾸준히 증가했다. 원·달러 환율이 1100원 아래로 떨어지면서 저가 매수를 노린 기업과 개인 투자자들이 달러 매입에 나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 들어 외화예금 잔액이 줄어든 이유는 원·달러 환율이 상승 전환하면서 지난해 달러를 저가 매수했던 기업과 개인들이 환차익을 노려 외화예금을 인출하는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원·달러 환율은 작년 12월 말 1086.3원에서 올 1월 말 1118.8원으로 32.5원 올랐다.
연초 글로벌 시장에서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강화되면서 달러화가 강세를 보였고 원·달러 환율도 상승 압력을 받았다.
또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지연된데다 외국인 주식 순매도가 확대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
한국은행이 전날 발표한 ‘2021년 1월중 거주자외화예금 동향’ 자료에서도 이 같은 움직임이 잘 드러난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기준 외국환은행의 거주자 외화예금 잔액은 893억8000만 달러로 전월 말(942억 달러) 대비 48억2000만 달러 감소했다.
거주자 외화예금은 내국인과 국내 기업, 국내에 6개월 이상 거주한 외국인, 국내에 진출해 있는 외국기업 등의 국내 외화예금을 말한다.
기업예금이 696억8000만 달러로 전월(743억9000만 달러)보다 47억1000만 달러 줄었다. 같은 기간 개인도 197억 달러로 1억1000만 달러 감소했다.
통화별로는 달러화 예금이 크게 줄었다. 지난달 달러화예금 잔액은 761억6000만 달러로 전월(800억4000만 달러) 대비 38억8000만 달러 감소했다. 유로화예금도 3억5000만 달러 줄어든 43억6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한은 측은 “달러화예금은 기업의 수입 결제대금 지급 및 환율 상승에 따른 현물환 매도 등으로 감소했고 유로화예금은 증권사의 단기 운용자금 만기도래 및 투자자의 해외주식 매수 결제자금 인출 등으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일부 은행들은 외화 예금을 늘리기 위해 관련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실제 신한은행은 내달 31일까지 외화적금 신규 이벤트 ‘썸데이가 드리는 행운의 2달러’를 시행 중이다. 이벤트 기간 동안 썸데이 외화적금에 신규 가입한 선착순 5000명 고객에게 행운의 2달러를 지급한다.
KB국민은행도 이달 초 외화정기예금 이자와 환차익을 동시에 얻을 수 있는 ‘KB TWO테크 외화정기예금’을 출시하고 오는 3월 말까지 신규 가입자를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총 1000명에게 1만 포인트리를 지급하는 이벤트를 실시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코로나19 사태로 오는 3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은행권 외화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규제를 완화해뒀지만 정상화 가능성에 대비해 외화 유동성 확보를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