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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인8색②] 박원순 브랜드 '도시재생' 운명은?


입력 2021.02.21 09:00 수정 2021.02.21 16:20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뉴타운' 대척점으로 내세웠던 '도시재생'

서울로7017·문화비축기지 등 탄생

'역사 계승 vs 낙후' 극명하게 엇갈린 평가

유지냐 전면 재검토냐 재보선 결과로 갈림길

서울 종로구 이화동, 충신동 일대 도시재생 사업의 일환으로 담벼락에 벽화가 그려져 있다. ⓒ서울시 재생포털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내세운 서울시 개발계획의 핵심은 '도시재생'이었다. 전임 이명박 시장이나 오세훈 시장의 '뉴타운 정책'의 대척점이었다. '지우고 다시 쓰는 게 재개발이라면, 고쳐서 쓴다'는 개념에 가깝다. 이를 통해 서울의 역사성을 계승하고, 현 주민들이 계속 한 지역에 살아가도록 하자는 취지였다.


대표적인 성과로는 서울역 고가도로를 보수해 걷는 길로 변화시킨 서울로7017을 꼽는다. 폐쇄된 상암동 석유비축기지의 탱크로리 일부를 개조해 문화공간을 바꾼 '문화비축기지'나 오래된 건축물을 작은 카페 및 박물관으로 재생한 대학로 이화마을도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이었다. 박 전 시장의 도시재생은 5년간 50조 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문재인 정부 '도시재생뉴딜사업' 정책으로도 이어지며 인정을 받았다.


하지만 대규모 재개발 억제로 서울지역 주택공급부족을 초래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실제 박 전 시장은 취임 후 '뉴타운 전면 재검토'를 선언하고 정비사업 구역 400여 곳을 정리했다. 2019년 한국주택학회는 서울시의회 의뢰로 수행한 용역 보고서에서 "권역별 미착공 물량의 영향이 가격 상승의 원인이 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평가했다.


투입예산 대비 효용이 떨어진다는 분석도 있다. 도시재생은 단순히 주택정비사업이 아닌 구도심과 골목시장 활성화 및 주거재생이 포함된 개념이어서 각종 부대 사업이 예산이 추가적으로 소요된다. 하지만 주민들은 여전히 낙후된 주택에서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피부로 느끼는 장점 보다 단점이 크다.


4월 서울시장 재보선은 박 전 시장 시정 10년의 평가 성격이 큰 만큼, '도시재생' 정책은 여야를 가르는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야권 후보들은 대부분 '실패한 정책'으로 규정하고 정비사업을 통한 주택공급을 공약하고 있다. 반면 여권 후보들은 일부 재개발을 허용하면서도 도시재생사업의 기본 골격은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안철수 "도시재생 아닌 도시분칠, 주민의견에 따라 개발사업 진행"
오세훈 "재건축·재개발 신속한 진행으로 주택공급"
오신환 "역사적 필요한 곳 제외, 도시재생 구역 전면 해제"
조은희 "민간주도로 재편, 주거·교통·환경 융복합 도시재생 필요"


성곽마을 재생 사업이 진행 중인 서울시 종로구 명륜동·혜화동 일대 ⓒ서울시 재생포털

도시재생 전면 폐지의 가장 적극적인 후보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다. 안 후보는 첫 현장 일정으로 도시재생사업 1호인 창신·숭인 지역을 방문하는 것으로 색깔을 분명히 드러낸 바 있다.


안 후보는 '도시재생에 대한 평가와 향후 방침'을 묻는 데일리안의 서면질의에 "전임 시장 시절의 도시재생은 도시재생이 아니라 도시분칠이었을 뿐"이라며 "벽화 그린다고 비 새는 지붕이 고쳐지지 않는다. 길 옆에 화분 갖다 놓는다고 이동환경이 개선되는 것은 아니다"고 답했다.


안 후보는 "도시재생을 위해 총 868억 원의 예산을 투입했지만 열악한 주거환경은 그대로고 그 사이 시민들의 재산권만 제약됐다"며 "서울시장이 된다면 도시재생 사업을 시행 중인 52곳 주민들의 의견을 최우선 기준으로 삼아 개발사업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오세훈 국민의힘 예비후보는 과감한 재건축·재개발 정책에 방점을 찍었다. 오 후보는 "멈춰있는 재건축·재개발 단지부터 바로 진행하겠다. 시장만 결단하면 시의회 동의나 법·조례 개정 없이도 바로 추진할 수 있다"며 "여의도 시범아파트를 비롯해 목동·잠실·압구정·상계 등 서울시의 결단만으로 신속히 진행할 수 있는 곳들도 있다"고 말했다.


오 후보는 "헌집은 허물고 새집이 공급될 것이라는 예측 가능성을 시장에 심어줘야 구성원들이 안심하게 된다"며 "구성원들을 안심시켜야 패닉 바잉(panic buying)이나 '영끌'로 촉발되는 주택시장의 참사를 막을 수 있다. 도시재생이 아니라 '도시회생'을 만들어 내려면 필요한 곳에는 반드시 '스피드하게 주택공급'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오신환 예비후보와 조은희 예비후보도 도시재생의 재검토와 적극적인 민간 재개발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오 후보는 "도시재생 사업이 박 전 시장의 대표적 실패작이라 생각한다"며 "도시재생 지정 구역 205곳 중 역사적으로 보존할 가치가 있는 곳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들을 모두 해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 후보는 "도시재생 1호인 창신·숭인 지구나 서계동을 가보면 가파른 언덕길에 소방차 한 대 들어가기 어렵고, 재래식 화장실을 쓰는 곳이 즐비할 정도로 낙후돼 있다"며 "민간이 주도하고 공공은 행정 지원하는 방식으로 전면 재편해야 한다. 1차원적인 주거 문제만 해결할 게 아니라 교통·환경 등 도시의 다양성 문제를 복합적으로 해결하는 도시재생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민주당 출신 금태섭 "도시재생은 박원순 개인취향" 비판
나경원 "주민 의사에 따른 도시재생 장려, 원할시 재개발"
우상호는 '도시재생' 기조 유지…"강북 일부만 재개발 허용"
박영선 "뉴타운, 서민 터전 잃어...런던식 도시재생 도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도시재생 사업 일환으로 서울역 고가도로를 보수해 걷는 길로 바꾸고 서울로7017로 명명했다. ⓒ서울시 재생포털

민주당 출신인 금태섭 무소속 후보도 "도시재생 사업은 박 전 시장의 개인 취향을 구현하는 사업"이라며 "낡은 집 담벼락에 벽화를 그리고 도시재생이라고 부르는 일, 미래문화유산이라고 포장해 재건축 아파트 한 동을 남기라고 강요하는 일, 전임 시장의 손때가 묻었다는 이유로 한강 다리 공사를 10년 이상 질질 끄는 일은 사라질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반면 나경원 국민의힘 후보는 박 전 시장의 도시재생은 잘못됐다고 지적하면서도 "도시재생 개념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는다"며 상대적으로 유연한 입장을 보였다. 시민단체나 외지인의 개입을 배제하고, 주민들의 자율적 의사가 있다면 도시재생을 적극 장려하겠다는 것이다.


나 후보는 "주민이 원하는 방향의 주거 환경을 제공했는가를 따져 봐야 한다"며 "사고 싶으면 사고, 짓고 싶으면 짓고, 팔고 싶으면 팔게 해드리는 것이 저의 주택 정책의 기본 철학이다. 도시재생을 원한다면 하게 해드리고, 어떤 도시재생인지도 주민들이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외지인들, 시민단체가 개입하지 않는 주민 중심의 도시재생이라면 적극 장려하겠다"며 "도시재생이 아닌 재개발·재건축을 원한다면, 원스톱 심의로 모든 절차를 간소화해서 신속하게 재개발·재건축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했다.


'박원순 계승'을 내세운 우상호 민주당 예비후보는 기본적으로 도시재생에 긍정적인 입장을 취했다. 다만 강북 등 일부 필요한 곳은 재개발·재건축을 허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우 후보는 "도시재생은 기존 거주자들의 개선된 생활 여건을 확보하는데 기존의 대규모 재개발·재건축이 어려운 곳을 대상으로 주도적이고 점진적으로 인프라를 개선하는 점이 핵심"이라며 "뉴타운 정책은 주택공급을 늘렸지만, 들여다보면 정작 거기에 살던 원주민이 새로운 아파트에 살게 되는 정착률이 20%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다.


우 후보는 "제가 말하는 재개발·재건축의 방향은 원주민이 혜택을 볼 수 있게 하자는 것"이라며 "전면적으로 할 수는 없고 꼭 필요한 곳은 허용한다는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서울이 모두가 잘 살 수 있으려면, 강남북 균형발전이 필요하다. 이 기조로 보면 강북 지역부터 재개발을 부분적으로 풀어서 좋은 집에 살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박영선 민주당 예비후보는 박 전 시장의 도시재생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나아가 영국 런던의 킹스크로스역 모델 도시재생 개념을 더해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후보는 "이명박 시장 시절 불도저식 밀어붙이기와 뉴타운 광풍으로 서민은 도리어 삶의 터전을 잃게 되었는데 박 전 시장은 서민 친화적 도시재생의 개념을 도입했다"며 "3기 시정부터는 신성장동력을 구축하는 플랜을 구상하셨는데 중단되어 다소 아쉬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런던 중심부의 킹스크로스 지역은 기존의 건물과 신축 건물이 조화를 이루며 역세권 재생의 성공적인 모델로 재탄생했다"며 "역사적인 것을 살리면서도 그곳에서 생활하는 주민들이 바라는 도시재생, 즉 소외된 공간에 온기를 불어넣는 작업을 하겠다"고 했다.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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