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영-이다영 학교폭력 파문으로 제도적-정책적 해결 요구 증가
학교 운동선수 징계이력 등재, 어린 선수들 폭력 예방 기대
열람에 의한 개인정보 침해와 일반 학생과 형평성도 고려해야
프로배구 코트가 학교폭력(학폭) 피해자들의 폭로로 초토화됐다.
김연경과 함께 V-리그 여자부 흥국생명의 선두 질주를 이끌던 이재영-이다영을 둘러싼 과거 학폭 폭로가 결정타였다. ‘쌍둥이 자매’ 사과문에 허탈함을 감추지 못한 피해자들의 잇따르는 폭로에 따르면, 이재영-이다영은 우월 의식 속에 동료들 위에서 군림했다.
폭언과 폭력은 기본이고 흉기를 들고 위협할 정도였다는 피해자들의 주장도 나왔다. 모친이자 배구 국가대표 출신인 김경희 씨가 경기장에 나와 ‘쌍둥이 자매’에게 직접 코치를 했다는 피해 학부모의 폭로도 있었다. 성적 우선주의에 젖은 어른들도 이재영-이다영을 바로 잡아주지 못했고, 쌍둥이 자매는 기득권 보호 아래서 군림했다.
국가대표이자 올스타인 이재영-이다영에게 느낀 배구팬들의 배신감과 실망은 컸다. 이들을 ‘영구제명 해야 한다’는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온 국민청원글에 10만 명 이상이 동의할 정도로 둘의 학폭은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았다.
대통령과 국무총리까지 이번 사태를 언급하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특단의 대책을 주문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대표선수 선발 및 대회출전 자격 기준에 학교폭력 이력을 반영하는 등 근본적인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인성교육과 엄벌이 필요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폭력은 어떤 이유로도 용인되지 않는다’는 통념이 체육계에 자리 잡혀야 하지만 단기간에 인식을 바꾸기 어렵다. 결국은 실효성 있고 부작용 없는 제도의 현장 안착으로 인식의 전환을 앞당겨 예방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학교체육과 학교폭력 문제에 관한 정책적 해결 요구는 폭증하고 있다.
비단 프로배구뿐만 아니라 지난해 프로야구에서도 ‘학폭 징계’가 뒤늦게 드러나면서 1차지명을 철회하는 일이 발생했다. 현재로서는 해당 선수가 학생 선수로서 징계를 받더라도 프로 종목 단체 및 구단에서 파악하기 어려운 구조다. 인지해도 막을 제도적 장치도 없다.
이에 따라 문체부는 학생 선수의 학교 내 징계 이력 정보 통합 관리를 교육부와 협의하고 있다. 학교 운동부 징계 이력까지 통합 관리하는 방안이다. 2019년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14.7%의 학생 선수가 신체적 폭력을 당했는데 가해자가 학생인 경우도 30%를 초과했다. 지도자뿐만 아니라 학생 선수 사이에서의 폭력도 심각하다는 것이 수치에서 드러난다.
입단과 이적에서 판단 근거 중 하나가 될 징계 이력 시스템은 또 다른 피해자나 가해를 예방할 수 있다. 하지만 정책을 다루고 평가하는 전문가들은 “부작용과 불필요한 시비를 막기 위해서는 세심하게 다듬어야 할 부분이 많다”고 지적한다.
먼저 개인정보인 정보 접근권 허용 범위다. 현재는 선수의 생활기록부를 열람할 수 없어 징계에 이어 법원으로부터 사회봉사명령까지 받아도 파악이 쉽지 않다. 열람은 반드시 필요한 조건이지만, 정보 접근권이 넓어질수록 개인정보 침해 우려가 커진다는 점은 간과할 수 없다.
최근 한국배구연맹(KOVO)이 긴급회의를 통해 내놓은 대책은 눈에 띈다. 드래프트 신청자는 학교 폭력이 없었다는 학교장의 확인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학교 폭력을 은폐하고 드래프트에 참여하면 선수는 영구 제명 중징계를, 해당 학교는 지원금 회수 등의 사후 징계 조치를 받는 내용이다.
학생 선수의 징계 정보 수집 범위와 기록 보관 기간도 숙고해야 한다. 일반 학생과의 형평성 차원의 문제로 확대될 수 있어 정교하게 수립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일반 학생부의 경우에는 졸업 후 2년 후에는 학폭 등의 기록 등을 삭제하도록 되어 있다. 체육단체 규정에는 없으나 대부분 공무원이나 공공기관의 인사규정 등에서 징계기록은 일정기한이 경과하면 말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민체육진흥공단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김대희 박사는 “학생선수라고 해서 경미한 처분도 일반학생과 달리 생활기록부에 기입한다면, 인권침해가 적용될 수 있다. 형평성의 원칙이나 과잉금지의 원칙이라는 법원칙에도 위배된다”고 짚었다.
이어 “징계정보시스템을 구축하는 가장 큰 이유는 체육단체에서 징계 전력이 있는 선수나 지도자의 활동을 막고, 징계 중이거나 징계전력이 있는 선수나 지도자에 대해 정보를 공유해 징계기간 중이나 징계의 효과에 따라 체육계에서 다시 활동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징계 등에 관한 사항이 징계정보시스템에 잘 등재되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징계 정보 등에 대한 민간정보 등의 보호다. 이에 대한 대비가 이루어져야 한다. 정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할 경우, 관리주체는 법적 책임을 져야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징계정보시스템 제도가 현장에 안착하려면 실효성 있고 부작용이 없어야 한다. 비효율적이고 불합리적이면서 불공정 시비가 붙는 제도는 신뢰와 힘을 잃고 논쟁의 대상으로 전락할 수 있다. 그 사이 피해자는 늘어나고 가해자는 성장해 체육계에 발을 디디게 된다. 정교한 정책 수립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