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넥슨·넷마블 이어 크래프톤까지 '쩐의전쟁' 가세
"집토끼 지키자" 연봉 인상 주시...NC 내달 연봉협상 개시
IT기업들의 연봉 인상 경쟁이 도미노처럼 펼쳐지고 있다. 쿠팡으로 촉발된 연봉 상승 정책은 넥슨과 넷마블을 거쳐 중견기업 컴투스·게임빌은 물론 최근 크래프톤까지 확산되고 있다.
이제 업계의 시선은 ‘3N(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 중 마지막 남은 엔씨소프트로 쏠리고 있다. 회사는 구체적 인상 계획을 공표하지 않았으나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최소 800만원 이상의 연봉 인상을 발표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요 기업들의 잇따른 연봉 인상 이슈로 게임사 ‘맏형’ 엔씨소프트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연쇄적인 임금 인상으로 판교 밸리에서 개발자 처우가 좋기로 소문난 기업 순서도 ‘네카라쿠배(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에서 ‘크쿠네카라(크래프톤·쿠팡·네이버·카카오·라인)’으로 바뀌는 양상이다.
이에 엔씨소프트도 좋은 개발자가 외부로 유출되지 않으려면 연봉 인상은 시간문제라는 관측이다.
앞서 쿠팡은 미국 증시 상장을 앞두고 계약직을 포함한 3만명에 달하는 직원들에게 1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지급을 결정했다. 쿠팡의 연봉 수준은 배송 전담 쿠팡맨이 4500만원 이상으로 지난해 하반기 2년차 경력 개발자 연봉을 6000만원대로 책정한 바 있다.
이후 넥슨과 넷마블이 기존 직원들의 급여를 일괄적으로 800만원씩 인상했다. 신입 공채 초임 역시 5000만원으로 올렸다. 3N 중 2곳이 연봉을 올리자 인재 유출을 염려한 중견 게임사 컴투스와 게임빌이 평균 800만원의 연봉 상향을 결정했다.
연봉 경쟁은 지난 25일 ‘배틀그라운드’를 만든 게임사 ‘크래프톤’이 정점을 찍었다. 회사는 직군을 막론하고 전직원 연봉을 최대 2000만원까지 파격 인상했다. 동시에 신입 대졸 연봉도 6000만원까지 끌어올렸다.
이는 지난해 고용노동부가 조사한 대기업 대졸 사무직(직원 500명 이상) 평균 초봉 3347만원을 훌쩍 웃도는 것이다. 초 상위 대기업인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초봉도 5000만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개발자 인력난이 전 산업으로 확산되는 추세 속에서, 남은 기업들의 부담도 커진 상황이다. 지난해 호실적을 달성한 스마일게이트 등도 분위기를 주시하고 있다. 특히 오는 3월 임직원의 연봉 및 성과급 지급을 앞두고 있는 엔씨소프트의 결단이 초미의 관심사다.
엔씨소프트의 직원은 4000여명으로 직원 1인당 평균 급여는 8100만원대(지난해 9월 분기보고서 기준)이다.
엔씨소프트가 지난해 처음으로 연매출 2조원을 돌파한 가운데, 평소에도 직원들을 잘 챙기기로 유명한 김택진 대표의 성향상 경쟁사들 이상의 인상이 예상되고 있다. 앞서 김택진 대표는 지난해 12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어려움을 이겨내자는 취지로 전 직원에 200만원의 격려금을 준 적 있다.
실제 최근에는 엔씨소프트가 연봉을 일괄 1000만원 인상한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회사측은 사실 무근이라고 부인했지만 회사 안팎에서 기대감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연봉 인상은 기업 입장에서 고정비가 늘어나는 리스크가 있다. 연봉이 한 번 올라가면 회사 경영이 어려워져도 사실상 낮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여기에 엔씨는 해마다 연구개발(R&D) 투자 비용을 증가하고 있다. 회사의 올해 1~3분기 누적 R&D 비용은 약 327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49% 이상 늘었다. 게임업계서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수준이다. 3분기 기준 R&D 투자 비중은 18%로 500대 국내 기업 중 5위이다.
회사측은 “연봉 인상 관련 아직까지 확정된 사항은 없다”며 “내달 연봉 및 성과급 협상 시즌에 돌입하면 자세한 사안을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