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원화증권 수수료 9407억…KB證 1033억원으로 최다
회사채·그린본드 등 발행 주관 '쑥'…"ESG 중심 경영 확대할 것"
KB증권이 지난해 1000억원이 넘는 원화증권 발행 수수료 수익을 시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의 자본 확충 수요가 늘어나면서 호황을 맞은 주식발행(ECM)과 채권발행(DCM) 시장에서 호성적을 거뒀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각광받고 있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채권 발행 시장의 절반가량을 선점하면서 업계 내 강자 자리를 공고히 한 부분이 호실적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40개 증권사의 원화증권(주식·채권) 발행 수수료 수익은 9407억9703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9년 말의 9097억9188만원 대비 3.4%(309억1515만원) 늘어난 규모이며,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후 역대 최대치다.
원화증권은 기업이 새롭게 발행하는 주식이나 채권을 의미한다. 증권사들은 기업이 자금 조달을 위해 필요로 하는 원화증권 발행을 주관·인수하는 조건으로 수수료를 받는다.
증권사들이 늘어난 원화증권 수수료를 거둔 건 지난해 주식과 회사채 공모시장이 급성장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IPO를 통한 신규 주식 발행액은 3조8241억원으로 지난 2019년의 2조4677억원보다 55.0%(1조3564억원) 늘어났다. 같은 기간 회사채 발행액도 170조1827억원에서 183조5668억원으로 7.9%(13조3841억원) 증가했다.
증권사별로는 KB증권이 지난해 1033억2126만원으로 가장 많은 원화증권 수수료 수익을 거뒀다. 전년 동기 889억3657만원보다 16.2%(143억8469만원) 늘어난 규모다. 개별 증권사가 1000억원이 넘는 수익을 거둔 것 사상 처음이다. 이어 NH투자증권이 980억3147만원으로 두 번째에 위치했고 한국투자증권(965억7310만원), 미래에셋대우(848억6605만원), 삼성증권(631억2189만원) 등이 뒤를 이었다.
KB증권이 증권사 가운데에서 가장 많은 원화증권 수수료 수익을 시현한 이유는 채권발행에 강점이 있어서다. 지난해 KB증권은 2019년 대비 12.7% 늘어난 24조742억원(584건) 규모의 채권 발행을 대표 주관해 DCM 분야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시장 점유율도 20.8%에서 21.1%로 상승했다. 지난해 1조600억원 규모의 SK하이닉스를 시작으로 LG화학(9000억원), 에쓰오일(6800억원), 현대자동차(6000억원) 등 대규모 회사채 발행을 주관한 부분이 주효했다.
특히 KB증권은 지난 2019년 SK에너지(3000억원), GS칼텍스(1000억원)의 그린본드 발행을 시작으로 최근 각광받고 있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채권 발행을 선점하면서 호성적을 거뒀다. KB증권은 지난해에는 TSK코퍼레이션(1100억원), 롯데지주(500억원) 등을 포함해 총 20조원의 ESG채권 발행을 주관했다. 국내 전체 ESG 채권 잔액인 3조9000억원의 49.0%에 달하는 비중이다.
KB증권 관계자는 "대규모 회사채 발행을 다수 주관한데다 불어 닥친 공모주 광풍에 주식발행 시장도 호황을 나타낸 부분이 수수료 수익 확대를 이끌었다"며 "그룹 차원에서 확장하고 있는 ESG 채권시장을 확장하는 전략으로 사업 전체 포트폴리오의 질을 끌어올리는 결과를 내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