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대출,주담대,전세대출 금리 상향
금감원, 시중은행에 ‘대출 관리’ 주문
경기회복 물가상승, 은행채 단기 금리↑
은행권이 신용대출에 이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전세대출까지 조이며 대출 수요자들의 이자 부담이 더욱 높아져가고 있다. 금융당국은 시중은행을 불러 가계대출이 더는 증가하지 않도록 대출 관리를 주문한 상황이다. 대출관리를 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금리 조절이다.
이에 따라 주요 은행의 금리 인상 정책이 전 은행으로 확산될지 주목된다. 특히 빚투(대출로 투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족, 다중채무자들이 가계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주요 대출 상품의 우대금리를 연달아 축소하는 중이다. 우대금리가 낮아지면 대출금리는 높아지는 셈이다. 눈에 띄게 우대금리를 축소하는 곳은 우리은행이다. 우리은행은 25일부터 ‘우리전세론’에서 주택금융공사·주택도시보증공사 보증서 담보 대출에 적용하던 최대 우대금리를 연 0.4%p에서 0.2%p 낮춘다.
지난 22일에는 11개 신용대출 상품의 우대금리를 모두 없앴다. ▲직장인우대 신용대출(WPL) ▲우리 전문가클럽 ▲가계통장대출 ▲우리 베스트론 ▲우리 메디클럽 ▲공공기관 임직원 우대대출 ▲우리 급여이체 신용대출 ▲개인택시 사장님대출 ▲우리 유학자금대출 ▲WON 신용대출 ▲위비 직장인·공무원 모바일대출 등이다. 해당 상품들은 현재 판매가 중단됐으나, 기존 고객이 이날부터 연장할경우 우대금리를 제공하지 않는다. 은행측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판매 중단 상품외 주력 신용대출 상품에 집중하기 위함이라는 설명이다.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우리 주거래직장인대출, 우리금융인 클럽 등에 제공하던 우대금리 수준을 대폭 낮춘바 있다. 현재 은행측은 주담대 우대금리 축소 여부를 내부적으로 검토중이다.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도 우대 금리를 일제히 낮췄다. 신한은행은 지난 5일 주담대 금리와 주택도시보증공사 보증 전세대출 우대금리를 각각 0.2%p 축소했다. NH농협은행은 주담대 우대금리 연 0.2%를 중단시켰으며, 단기변동금리를 선택했을 때 우대금리도 연 0.2%에서 연 0.1%로 낮췄다.
이같은 은행들의 조치는 가계대출 급등에 따른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월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등을 포함한 은행권 가계대출은 1003조1000억원으로, 월간 기준 1000조원을 처음으로 돌파했다. 최근에는 봄 이사철 전셋값 상승과, 4월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안 발표를 앞두고 가계대출이 급증하는 추세를 보였다.
지난 19일 기준 5대 시중은행의 전세대출 잔액은 109조9006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4조6879억원(4.5%) 늘어났다. 전세대출잔액은 꾸준히 증가중이다. 주택담보대출 잔액 역시 증가세다. 같은기간 주담대 잔액은 482조2838억원으로 전년비 1.8% 올랐다.
대출이 폭증하자 금융당국까지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2일 주요 시중은행 관계자들을 불러 전세대출과 주택담보대출 현황을 점검하고, 관련 대출이 급증하지 않도록 신경써달라고 당부했다. 금감원이 가계대출 점검을 위해 개별 은행을 소집한 것은 지난 1월 화상 회의 이후 처음이다. 감독 당국은 올해부터 각 시중은행으로부터 가계대출 현황을 일별로 제출받고 월 단위로 회의를 가져왔다.
하나은행, KB국민은행 등은 우대금리 축소 여부에 대해서 아직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나, 금융당국이 ‘시그널’을 준만큼 금리 인상 대열에 동참할 가능성이 높다. 은행 관계자는 “아직 내부적으로 주담대나 전세대출금리를 축소 검토를 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계속 시장을 모니터링 중이다”고 밝혔다.
전반적으로 대출상품의 금리는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주담대나 전세자금대출에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미국 국채 금리가 상승하고 있고, 경기회복에 따른 물가 상승 등으로 국고채 3년물 금리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시중은행 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은행채 단기 금리도 상승세를 보이는 중이다. 이달 은행채 1년물은 지난달 말보다 2.4bp(1bp=0.01%p) 상승했다. 6개월물은 5.6bp로 상승폭이 훨씬 크다.
여기에 신용대출 금리도 가파르게 상승중으로 대출자의 부담은 날로 커지고 있다. 현재 4대 시중은행의 2월말 신용대출 금리(서민금융 제외 평균 금리)는 2.40%에서 2.75%까지 올랐다. 지난해 7월만 해도 최저 1% 후반대 금리를 기록했으나, 이제 찾아볼 수 없게 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대출 금리가 1%p오르면 가계대출 이자는 총 11조8000억원 증가한다. 고소득층을 제외한 저소득·중산층에서 감당해야 할 추가 이자만 6조6000억원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