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투표 시작된 날 바닥 민심 들어보니
보수세 강한 지역답게 여당 비판 목소리 많아
與 지지층 "文대통령 좋아해서 민주당에 투표"
野 "文정부 실정, 너무 많아 말하기도 입 아파"
보수의 아성인 부산에서 중부산권은 동부산권과 함께 보수세가 강한 지역으로 꼽힌다. 중부산권인 부산진구·연제구·중구·동구·서구·영도구의 현역 국회의원은 모두 국민의힘 소속이다. 중부산권은 14대 총선 이래 19대 총선까지 보수정당 후보가 모두 당선됐던 곳이다. 지난 20대 총선 때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후보(연제구)와 김영춘 후보(부산진갑)가 돌풍을 일으키며 '깜짝' 당선됐지만, 21대 총선 때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이 탈환했다. 이 두 곳의 현역은 이주환(연제구)·서병수(부산진갑) 국민의힘 의원이다. 다만 부산진구와 연제구는 중부산권 중에서 부산 표심의 '바로미터'로 꼽아도 될 정도로 역대 부산시장 선거에서 각 후보들이 얻은 최종 득표율과 매우 비슷한 득표율을 보인 지역이다.
연제구·부산진구의 표심을 살펴보면, 연제구·부산진구 유권자들은 2018·2014년 시장 선거 결과에서 최종 득표율에 가장 근접한 선택을 했다. 2018년 시장 선거에서 오거돈 민주당 후보는 55.23%%, 서병수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후보는 37.16%%를 얻었다. 당시 연제구에서 두 후보의 득표율은 각각 55.03%, 37.10%였다. 부산진구에선 두 후보는 각각 54.22%, 37.14%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2014년 시장 선거(서병수 50.65%·오거돈 49.34%)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연제구의 투표 결과를 보면 서병수 새누리당 후보는 49.88%, 무소속 오거돈 후보는 50.11%를 획득했다. 부산진구의 경우 두 후보는 각각 50.70%, 49.29%를 얻었다.
지리적으로 부산의 정중앙에 자리 잡고 있고 부산에서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부산진구는 교통·경제·금융·유통·문화의 중심지다. 부산진갑의 경우 부전1동, 연지동, 초읍동, 양정1·2동, 부암1·3동, 당감1·2·4동으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연지동과 초읍동은 보수정당 지지세가 강하고, 부암동과 당감동은 민주당 지지세가 높은 편이다. 양정동은 어느 한쪽으로 크게 쏠리지 않는 곳이다. 부산진을은 부전2동, 전포1·2동, 가야1·2동, 개금1·2·3동, 범천1·2동으로 구성돼 있는데 전포동과 범천동, 부전2동은 보수정당 지지세가 높고 개금동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편이다. 부산진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한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은 2일 "부산진구는 원래 보수세가 강한 곳이었는데, 신축 아파트가 많이 지어지면서 최근에 진보세와 보수세가 팽팽해지고 있는 편"이라고 했다. 시청·법원·검찰청·경찰청·국세청 등의 공공기관이 밀집한 부산 행정의 중심지 연제구는 거제1~4동, 연산1~9동으로 구성돼 있다.
4·7 재·보궐선거 사전투표가 시작된 2일에 만난 연제구·부산진구 유권자들은 대체로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내며 야당 후보(박형준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그러나 20~30대 젊은층에선 김영춘 민주당 후보에게 투표하겠다는 유권자들이 적지 않게 눈에 띄었다.
연제구 온천천시민공원에서 만난 거제동 주민 최모씨(61·남)는 본지 기자가 부산시장 선거 이야기를 꺼내자 "문재인 정부 도대체 왜 그러나. 검찰개혁, 탈원전, 부동산 정책, 대북정책 등 못하는 게 한 두개여야지, 말하는 것도 입 아프다"며 "(사전투표 마지막 날인) 내일 야당 찍으러 갈 것"이라고 했다. 박 후보에 대해선 "예전에 '강적들'이라는 방송에 나온 걸 봤는데 차분하고 논리적으로 말해서 마음에 들더라"며 "요즘 언론에서 박형준이랑 관련된 의혹들이 나오던데 그건 나중의 문제고, 일단 문재인 정부의 실정이 더 크기 때문에 현 정권 심판이 우선"이라고 했다.
거제동 주민 장모씨(33·여)는 "원래 2번을 찍으려고 했는데, 오늘 '옥소폴리틱스'라는 걸 해봤더니 정책 성향으로 1번 후보랑 더 잘 맞아서 마음이 바뀌었다"고 했다. 옥소폴리틱스는 정치 성향 테스트를 제공하는 정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다.
거제동에서 세탁소를 운영하고 있는 박모씨(55·남)는 "투표장에 가서 누구를 찍을지 결정할 것 같다"며 "서울이나 부산이나 즈그들(자기네들)끼리 땅덩어리 갖고 난리아이가. 여야를 떠나서 정치인들은 즈그들 사리사욕만 채우려고 하는 사람들 같다"고 혀를 찼다.
옆에 있던 부인 김모씨(51·여)는 "민주당은 이름만 '더불어'다. 하는 짓은 독재"라며 "박형준도 마음에 안 드는데 당 때문에 이번에 찍어주려고 한다"고 했다. 세탁물을 찾으러 온 동네 주민 이모씨(49·여)도 "맞다. 총선에서 능력도 없는 것들이 너무 많이 당선 돼 가꼬 자기 맘대로 하고 있다. 너무 독재적"이라고 말을 보탰다.
거제동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고 있는 박모씨(65·남)는 "내일 투표할 건데, 박형준이가 백프로 된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박 씨는 "뭐, 신문 보니까 박형준 관련해서 의혹들이 많이 나오던데 솔직히 찝찝하다"면서도 "LH 사태에 비하면 별 것도 아니고, 문재인이랑 민주당 하는 거 보면 화가 치밀어 올라서 야당에 콱 찍어 뿔끼라. 문재인은 왜 북한에만 굽실거리노"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부산진구 전포동에 위치한 NC백화점 앞에서 만난 직장인 신모씨(28·여·개금동)는 "오늘은 일 한다고 투표를 못 해서 내일 하러 갈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을 좋아해서 민주당 후보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했다.
부전역 인근에서 만난 자영업자 전모씨(63·남·전포동) "방금 사전투표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내일은 비가 온다고 하길래 오늘 투표를 마쳤다"며 "부산에선 국힘의힘이 인기가 좋다.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은 영 별로"라고 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줏대가 없어 보이고, 밑에 사람들이 사고 치면 수습도 제대로 못하는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