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생산·소비·심리 모두 회복세 보이는 가운데
3% 못 미치는 백신 접종률, 경기 발목 잡을 수도
미국 3차 추가 접종 계획에 백신 수급 난항 예상
코로나19로 침체했던 국내 경기가 2분기부터 회복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낮은 백신 접종률이 국내 경제 성장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16일 발표한 ‘최근경제동향’에 따르면, 2월 전(全) 산업 생산은 전월보다 2.1% 상승했다. 특히 백화점·온라인 매출액 증가, 소비심리 개선 등으로 소비가 회복세를 타고 있다. 지난해 12월 전년 동월 대비 14.1% 급감했던 백화점 매출액은 2월 39.5%, 3월 62.7% 가파르게 상승했다. 소비자심리지수도 2월 97.4, 3월 100.5를 기록했다.
LG경제연구원 또한 지난 14일 ‘2021년 국내외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4%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8월 전망(2.5%) 당시보다 오른 수치다.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은 4%를 기록해 2011년 이후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높은 수출 증가세와 소비 호전으로 국내 경기가 뚜렷한 회복세를 보인다는 판단이다.
문제는 낮은 백신 접종률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현재 1차 접종을 완료한 사람은 18일 기준 151만2503명이다. 전체 국민 가운데 2.92% 수준이다. 영국 옥스퍼드대학이 밝힌 통계에 따르면 16일 기준 1차 접종률 상위 국가는 이스라엘(61.72%)과 영국(47.98%), 칠레(40.09%), 미국(38.20%) 등이다.
이처럼 상대적으로 낮은 백신 보급률은 경기 회복에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 15일 기존 2.7%였던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을 3.4%로 높이면서 “현재 진행 중인 코로나 재확산에 대한 원활한 대처 여부와 백신 보급 속도가 성장 경로에서 가장 중요한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상황이 악화해 확진세가 커지고 백신 보급마저 지연된다면, 성장률은 다시 마이너스를 기록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또한 “코로나19 재확산이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백신 접종 속도가 아직 2%대에 머물러 있는 것은 우려스러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국내 기관뿐만 아니라 해외 언론도 낮은 백신접종률이 한국 경제 성장의 주요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한국을 비롯해 일본 등 백신 접종이 느린 국가들을 ‘느림보’라 칭하고 “상대적으로 적은 감염자 및 사망자로 인해 사치스러운 시간이라는 혜택을 누렸고, 지금은 다른 곳에서 개발된 백신에 의존 중”이라고 꼬집었다. 뉴욕타임스는 “전 세계적인 백신 보급이 심화하면서 백신 접종 지연이 이들 국가의 상대적인 공중보건 성공을 퇴색시키고 경제 회복을 지연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정부는 오는 11월 집단면역 형성을 목표로 백신 확보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배경택 코로나19예방접종대응추진단 상황총괄반장은 “아직은 11월 전 국민 집단면역 형성 목표를 유지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며 “백신 도입과 관련해 복지부(보건복지부), 식약처(식품의약품안전처), 질병청(질병관리청)을 포함한 범정부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향후 백신 확보도 쉽지 않아 보인다. 화이자와 모더나 등 백신 제조회사들이 미국인을 대상으로 1·2차에 이어 3차까지 접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기 때문이다.
앨버트 불라 화이자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6일(현지시각) CNBC와 인터뷰에서 “6~12개월 사이에 3번째 백신 접종이 필요할 여지가 높다”고 말했다. 스테판 방셀 모더나 최고경영자도 3번째 접종용 백신을 가을부터 미국에 공급할 예정이라고 미국 CBS를 통해 말했다.
이들 제약회사 계획대로 미국이 3차 접종까지 진행한다면 한국을 비롯한 세계 국가들은 백신 수급이 그만큼 어려워지게 된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교수(감염내과)는 언론 인터뷰에서 “화이자와 모더나사가 내부적으로 1·2차 임상시험에 참여했던 사람들을 대상으로 장기면역 반응을 추적하고 있어서, 이를 토대로 3차 접종이 필요할 수 있다는 예측을 한 것 같다”며 “(국내 도입 계약분 가운데) 2분기에 도입 일정이 확정된 백신은 들어오겠지만, 일정이 확정되지 않은 3분기 물량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돌아오는 겨울이 되면 바이러스에 유리하고 유행 규모가 커질 수 있으며, 변이 대응도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에 겨울이 오기 전에는 최대한 접종률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