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코로나19가 바꿔놓은 관중석②] 싫어도 뉴노멀 “코로나 탓만 할 수 없지 않나”


입력 2021.04.22 09:30 수정 2021.04.22 09:31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육성 응원 억누르는 팬과 응원단 모두 어색 ‘정신적 고충’

안전한 범위 내에서 직관 팬 위한 새로운 응원방식 연구 중

비대면 팬들 마음 시들지 않게 IT기술 활용한 새 언택트 응원도 고민

마스크 쓰고 응원 이끄는 응원단(자료사진). ⓒ 뉴시스

프로 스포츠는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채 연명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에 따라 경기장에 대규모 관중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로 인해 중계권과 함께 수익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입장 수입이 대폭 축소됐다.


경기장 수용 인원의 10%(수도권)만 제한적으로 받게 된 KBO리그 야구장의 관중석 풍경은 예년과 달라졌다. 관중들과 응원단(치어리더)은 모두 마스크를 썼다. ‘야외 노래방’으로 불릴 만큼 경기 내내 끊이지 않았던 팬들의 응원가도 들을 수 없다. 비말이 튈 수 있는 육성 응원 자체가 금지돼 응원가는 물론 선수의 이름도 연호할 수 없다. 함께 야구장에 온 가족이나 연인과도 거리를 두고 앉아야 한다. 관중석 취식 금지로 직관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미인 ‘치맥’도 즐길 수 없다.


관중석에서 만난 30대 여자 야구팬은 “치맥은 둘째 치고 같이 온 사람과도 떨어져 앉고, 예전처럼 응원가도 못 부르니 직관의 맛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다. 그래도 야구가 보고 싶어 오긴 하는데. 예전처럼 스트레스는 풀지 못한다. 여자 화장실에 줄이 없는 것 외에는 모든 것이 그립다”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구단 관계자들은 “팬 서비스도 중요하지만 팬들의 안전과 건강이 최우선”이라며 관중석을 돌아다니면서 방역수칙 준수 여부를 점검한다. ‘관중석 내 취식금지’ ‘육성 응원 금지’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관중석을 누비지만 경기의 열기가 오를수록 관중들의 응원 함성이 높아지는 것은 막을 수 없다. 지극히 자연스럽고, 너무나도 익숙했던 외침을 억누르기는 어려웠다.


한 구단의 응원단 관계자는 “응원을 유도하는 입장에서 (팬들을)자제시켜야 하는 입장이 되니 처음에는 어색하고 집중이 안 됐다. 입에 밴 응원 유도 멘트도 바꿔야 했다. 사실 극적인 순간에는 관중을 자제시킬 방법이 없다고 봐야한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육성 응원 자제 방송을 하고 있지만 우리도 적응하기 어렵다. 당연히 해왔던 응원을 하는 것인데. 이제는 그런 행동이 위험하다는 현실이 우리도 속상할 뿐”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일부 관중들 때문에 분위기가 흐트러지기도 한다.


또 다른 구단의 응원단 관계자는 “가이드라인 준수를 이해하고 협조하는 팬들이 대부분인데 가끔 (소리 지르면 자제 요청할 수밖에 없는)우리에게 짜증내거나 관중들끼리 다툴 때 응원단상에 있는 우리도 참 무기력하고 민망하다. 심판이나 상대팀 선수에게 화를 내거나 소리를 지르는 분들이 있다. 만원 관중 때와 달리 한 사람의 거친 외침은 여과 없이 그라운드에 있는 선수들과 TV 중계를 시청하는 야구팬들에게도 전달된다”며 “팬들과 응원하며 흥이 올라야 우리도 일이 즐거운데 안타깝다. 그렇다고 응원 유도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응원을 유도하면서도 중간에 육성 응원 자제를 요청하다보니 맥이 끊기기도 한다. 내가 뭘 하고 있나 싶기도 하다”고 말했다.


또 “같이 온 가족-친구-연인도 떨어져 앉으라고 지정좌석 준수를 강조하는 것도 참 어렵고, 보호자와 함께 온 어린 아이들도 떨어져 앉아야 할 때는 걱정도 된다. 식당에서 4인 이하는 아무렇지 않게 식사를 함께 하지 않나. 함께 온 2인 정도는 같이 앉아 관람할 수 있게 허용했으면 좋겠다. 일행과 떨어져 앉아 소통이 쉽지 않아 자연스럽게 목소리를 높여 큰소리로 대화하게 된다. 육성 응원을 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신적 고충과 불만 속에도 구단 관계자나 응원단 관계자들이나 “코로나19 탓만 하고 있을 수 없다. 싫어도 뉴노멀을 받아들이고 대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는 경기장 안팎에서 방역 수칙이 철저히 준수된다는 전제 아래 점차 프로 스포츠 입장 관중을 늘릴 예정이지, 아직 코로나19 종식은 요원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당장 백신 접종 확대도 부작용과 수급 차질, 불신 등으로 인해 순조롭지 않은 실정이다.


스포츠 비즈니스는 팬들과의 관계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 그렇기에 고충을 토로하며 코로나19만 탓하고만 있을 수 없다. 새로운 응원 방식과 도구를 발굴하기 위해 구단은 연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찾아준 관중들도 즐겁게 해야 하지만, 경기장에 오지 못하는 ‘비대면 팬들’의 관심도 붙잡아야 한다. 경기장에서 멀어지면 팬들의 관심도 식을 수밖에 없다. 팬들과의 유대감 강화를 위한 콘텐츠가 절실하다.


그런 점에서 눈길을 모으는 것이 KT위즈의 ‘비트배트(Beat Bat)’ 응원봉이다. '비트배트'는 KBO리그 구단들이 내놓은 응원 도구 중 가장 눈에 띄는 ‘물건’이다. 온·오프라인 구분 없이 사용할 수 있다. 경기 중 실시간으로 응원단이 운영하는 컨트롤러(controller)를 통해 응원봉에서 같은 응원가와 색상이 켜진다. 야구장에서는 같은 응원봉으로 응원하며 일체감을 보여준다. 아이돌 그룹 공연 때 팬클럽에서 흔드는 응원봉과 같은 느낌이다.


야구장에 오지 못한 팬들도 구단 공식 어플인 위잽(wizzap)과 화상앱 줌(zoom)을 통해 가지고 있는 응원봉을 온라인으로 연결하면 응원봉에서 현장과 같은 응원가가 나오고 봉 색깔도 현장과 같이 바뀌어 현장과 일체감을 가질 수 있다.


KT위즈 비트배트. ⓒ 비트로

KT위즈 장내 아나운서 박수미 씨는 비트배트에 대해 “하나 된 응원 동작에 반짝임이 더해져 화려하다. 여기에 많은 관중이 함께 하는 듯한 효과까지 낸 응원 도구다. 평일 야간경기가 많은 야구장에서 효과는 훨씬 높다. 육성 응원을 못하는 갈증을 조금이나마 풀어주고 있는 것 같다”고 소개했다.


구단들은 비슷한 환경의 해외 사례도 참고할 만하다.


WNBA 앱도 좋은 예다. 알림메시지에 따라 스마트폰 화면을 두드리면 팀 응원 구호와 박수 그래픽 등이 나온다. 코트에서처럼 다른팀과 응원 경쟁도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팬들이 작년 시즌 응원한 건수는 1억 회를 넘어섰다. WNBA는 구글렌즈와 각종 메신저 앱을 통해 증강현실(AR) 비디오 콘텐츠까지 선보이며 코트에 오지 못하는 팬들을 끌어당기고 있다.


WWE는 가상 스튜디오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했다. 링 주변에 LED 패널을 설치해 약 1000명 규모의 가상 관중석을 마련했다. WWE 측은 “실시간으로 팬들의 반응을 볼 수 있다는 게 선수들에게도 큰 동기부여가 된다”고 설명했다.


야구의 본고장, 메이저리그가 있는 미국에서는 한국의 KBO리그 응원에 열광, ‘응원 왕국’이라는 표현까지 쓰면서 지대한 관심을 나타낸 바 있다. ‘응원 왕국’ KBO리그가 코로나19라는 위기를 타개할 만한, 진화한 응원 문화의 신세계를 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코로나19가 바꿔놓은 관중석①] ‘너의 목소리가 들려’ 직관 팬 육성응원 금지가 답일까

[코로나19가 바꿔놓은 관중석②] 싫어도 뉴노멀 “코로나 탓만 할 수 없지 않나”

[코로나19가 바꿔놓은 관중석③] 축구를 사랑한다면. 당분간 육성 응원은 STOP!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