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안 최신 조사에서 충청 27.7% TK 50.3%
충청권 특유의 '깐깐한 잠룡 관찰' 시작된 듯
"지역민과 출향민들이 尹 예의주시하는 단계"
'충청대망론'의 주인공으로 거론되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차기 대권 지지율이 정작 충청권보다 대구·경북 등 다른 권역에서 높게 나타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충청권의 냉철한 '잠룡 관찰'이 시작됐다며, 윤 전 총장이 과거 사례를 참조해 '정치적 중원'에 해당하는 충청 표심을 사로잡아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된 것으로 보고 있다.
28일 공표된 데일리안의 차기 정치지도자 적합도 조사에 따르면, 윤석열 전 총장은 대전·충남북에서 27.7%의 지지율을 획득했다. 아무런 연고가 없는 대구·경북(TK)에서 받은 50.3%의 지지율과 대비되는 결과다. 이번 조사는 지난 26~27일 알앤써치에 의뢰해 실시했다.
이처럼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대망론' 본거지인 충청권보다 다른 권역에서 높은 현상은 여러 여론조사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갤럽의 지난 13~15일 설문에서도 윤석열 전 총장은 충청권에서 27%의 지지율을 얻은 반면 TK에서는 34%였다. JTBC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18일 설문한 결과에서도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은 충청권 44.0%, TK 49.2%였다. 여론조사와 관련해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충청권 4선 중진 홍문표 의원은 지난 21일 불교방송라디오 '아침저널'에 출연해 "김종필 총재, 이회창 총재, 반기문 총장과 같은 분들이 충청대망론의 중심에 있었다"며 "윤석열 전 총장도 대망론이 충청에서 시간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충청대망론'이 커지고 있다는 표현에 비해, 이에 미치지 못하는 충청권에서의 지지율은 다른 권역에서 보면 의아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충청 권역의 정치권 관계자는 "대전만 해도 충청 출신보다 외지 출신이 더 많다"며 "충청은 호남이나 영남처럼 '같은 충청'이라는 이유만으로 70~80%의 몰표가 나올 수 있는 인구 구조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역대 대선을 보면 특정 후보에 대해 부산·울산·경남(PK)은 70%대, TK는 80%대, 호남은 90%대의 몰표를 던진 역사적 경험이 있는 반면, 충청권은 과반에 미치지 못하는 45% 정도에서 표 결집의 한계를 보였다.
1992년 대선에서 민자당 김영삼 후보는 부산에서 73.3%, 경남에서 72.3%를 득표했다. 2012년 대선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대구에서 80.1%, 경북에서 80.8%를 득표했다. 1997년 대선에서 국민회의 김대중 후보는 광주 97.3%, 전남 94.6%, 전북 92.3%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반면 1987년 대선에서 공화당 김종필 후보는 충남에서 45.0%의 득표를 하는데 그쳤다.
'부친 연고' 내세웠던 이회창 전철 밟을 우려도
양승조 "충청서 태어나지도 않았다" 벌써 공격
"통합의 통큰 포용력 보여 지역 표심 설득해야"
특정 후보에게 70~80%의 '몰표'를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만큼 '잠룡'을 깐깐하게 살펴본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충청권의 중진의원은 "우리 충청이 선택이 조금 늦다"며 "충청에 사시는 500만 지역민, 또 충청 출신 600만 출향민께서 지금 윤석열 전 총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단계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부친의 연고지라는 이유로 '충청대망론'의 주인공이 됐는데 충청보다 정작 보수의 본산인 TK에서 지지율이 고공 비행을 하는 현상을 보며, '충청대망론'의 선배이자 법조계 선배인 이회창 전 총재를 떠올리는 정치권 관계자들도 적지 않다. 이 전 총재는 황해도 서흥에서 태어났으나, 부친이 충남 예산 태생이라 '충청대망론'의 주인공이 됐다. 윤석열 전 총장도 본인은 서울 출생이지만, 부친이 충남 공주 출신이다.
이회창 전 총재는 2002년 대선 당시 대구에서 77.8%, 경북에서 73.5%를 득표했으나, 정작 연고지로 내세운 충청권에서는 대전 39.8%, 충남 41.2%, 충북 42.9%로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1위를 내줬다. '정치적 중원'인 충청권을 내준 결과, 전체 1위도 57만 표 차이로 노 전 대통령의 몫으로 돌아갔다.
민주당 지역 정치인들은 벌써부터 이 점을 집중 부각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양승조 충남도지사는 지난 26일 불교방송라디오 '아침저널'에 출연해 "윤석열 전 총장은 충청도에서 태어나지도 않았다. 다만 아버지가 충청도에서 태어났다는 것"이라며 "충청도에서 태어나지도 않았고 충청도에서 어떤 생활을 한 적도 없고, 충청의 이해를 대변할 수도 없는 윤 전 총장이 충청대망론의 주자가 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고 언어도단"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따라 윤석열 전 총장이 이러한 공세를 극복해내려면 이회창 전 총재의 실패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충청 권역 정치권 관계자는 "이회창 전 총재가 1997년 7월 21일 신한국당 경선에서 대선후보로 선출되자 예산군에 '예산 와룡 승천하시네'라는 펼침막까지 나붙었는데도 끝내 충청의 표심을 사로잡는데 실패했다"며 "그 이유는 같은 충청 출신인 김종필 전 총재와 이인제 전 최고위원을 붙잡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결국 통합의 통큰 정치력·포용력을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며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된다는 '뺄셈의 정치' '마이너스의 유혹'에 흔들리지 말고, 과감하게 더 큰 야권을 형성하는 과정에 합류해서 충청의 지역민들과 출향민들을 '중심 되는 모습'으로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