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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단협 장기화 조짐에 한숨 깊어진 자동차·조선업계


입력 2021.05.09 06:00 수정 2021.05.07 18:28        김민희 기자 (kmh@dailian.co.kr)

임단협 교섭 바로미터 현대차 노사협상, 다음 달 초 개시

기아·한국 GM 노조, 임금인상·성과급 지급 요구 예상

르노삼성·현대중 노조, 합의점 못 찾고 총파업·부분파업 돌입

대우조선해양 노조, 매각반대운동 투쟁 강도 높여

자동차, 조선업계 임금 및 단체협약 주요 사항(출처:각사 및 노조)ⓒ데일리안 김민희 기자

자동차·조선 업계 노사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사측과 노동조합 간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이 접점을 찾지 못하는 가운데 제조업계 전반으로 해당 국면이 확산할 조짐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자동차·조선업체들은 이달 중하순 부터 노사 상견례를 시작으로 임단협 시즌에 돌입한다. 임금인상 규모에 대한 견해차가 큰 데다, 구조조정, 정년연장 등 쟁점 사안들이 산적해 있어 험로가 예상된다.


특히 아직 지난해 교섭을 마무리짓지 못한 상태에서 올해 임단협 시즌을 맞게 된 기업들은 노사 교섭 상황이 더 복잡하게 꼬였다.


르노삼성자동차 노사는 지난해 임단협을 놓고 2년째 맞서고 있으며, 노조는 임금인상, 성과급 지급, 정비사업소 폐쇄 철회 등을 요구하며 지난 4일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갔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현대중공업 노조)는 2019년과 2020년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부결시킨 상태다. 올해분 교섭까지 시작될 경우 3년치를 묶어 교섭해야 할 상황이다.


여기에 제조업계 임단협 교섭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현대차 노사협상이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 열릴 예정이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현대차 노조)는 지난해 기본급을 동결한 만큼 임금인상과 정년 연장을 최대 화두로 삼을 전망이다. 금속노조 기아 지부(기아 노조)도 비슷한 내용의 강경 투쟁을 예고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달 현대자동차의 사무직 노조가 출범했고, 현대중공업 사무직도 최근 단체 대화방을 개설하고 별도 노조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기아 노조, 임금인상·정년연장 골자로 강경투쟁 예고


서울 양재동 현대차·기아 본사 전경.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현대차 노조는 12∼14일 임시대의원 대회를 열고 올해 임단협 요구안을 확정한 뒤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 사측과 상견례를 열 계획이다.


올해 교섭에서 노조는 정년연장과 신사업 변화에 대응한 기존 일자리 지키기, 임금 인상과 성과금 지급 등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해 11년 만에 임금(기본급)을 동결하며 2년 연속 무분규 타결을 이끌어 낸 바 있다. 임금 동결은 1998년 외환위기와 2009년 세계금융위기에 이은 세 번째다.


다만 올해는 상황이 다른 모습이다. 코로나19 타격 속 노조가 지난해 임금 동결에 합의한 만큼 올해는 제대로 된 보상을 받고자 하는 분위기다. 이에 회사가 거둔 이익을 근거로 높은 인상안을 제시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기아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에서 기본급 월 9만9000원(호봉승급분 제외·약 4.3%)을 인상하고 지난해 영업이익(2조665억원)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라는 내용의 요구안을 마련 중이다.


해당 초안 이외에도 ▲정년 65세 연장 ▲주 35시간 근로제 도입 ▲점심시간 유급화 등을 요구할 예정이다.


한국GM 노조 역시 올해 임금협상에서 기본급 월 9만9000원, 성과급격려금 1000만 원 일시급 지급 등을 요구할 방침이다. 이 외 구조조정과 공장 폐쇄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인천 부평 1·2공장과 경남 창원공장의 미래발전 계획 확약 등도 요구할 예정이다.


◆르노삼성, ‘전면파업vs직장폐쇄’·쌍용차 노조, 사실상 구조조정 거부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전경. ⓒ르노삼성자동차

르노삼성차는 지난해 6월 시작한 임단협이 현재까지 진행 중이다.


노조는 기본급 7만1687원 인상과 격려금 700만 원 지급 등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기본급 동결과 격려금 500만 원 지급을 제시했다. 사측은 2018~2019년 2개년간 파업으로 인한 매출 손실이 6000억 원에 달해 임금 인상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노조는 지난달 30일과 지난 4일 파업을 강행했고, 사측은 직장폐쇄로 맞섰다. 노조는 회사가 이를 철회할 때 까지 무기한 총파업을 이어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정일권 쌍용차 노조위원장(자료사진). ⓒ쌍용자동차 노동조합

법정관리 상태인 쌍용자동차는 아직 노사 갈등은 불거지지 않고 있다. 다만 노조는 고통 분담에 동참하겠다면서도 일방적 인력 구조조정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하고 있어 향후 대립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쌍용차는 경영악화로 지난 4월15일 10년 만에 다시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다음달 10일까지 조사인 보고서가 제출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쌍용차는 조직 슬림화를 골자로 한 경영정상화 기반을 마련했다. 기존 ‘9본부 33담당 139팀’이 ‘7본부 25담당 109팀’으로 축소됐다. 상근 임원 수(관리인, 등기·사외이사 제외)는 26명 수준에서 16명으로 줄었다. 회생을 위해 몸집을 줄이고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회사 생존을 위해 11년 연속 무쟁의 행진을 이어온 쌍용차 노조는 “총고용 유지를 전제로 한 구조조정에만 협조하겠다”며 사실상 구조조정은 거부한 상태다.


◆현대중 노조, 부분파업 반복·대우조선해양 노조, 매각 반대 운동 전개


현대중 노조는 6일 오후 1시부터 울산 본사에서 전 조합원 대상 4시간 부분 파업에 돌입했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현대중공업 노사는 2019년, 2020년 2년치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을 아직 마무리 짓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올해 네 번째 4시간 부분파업에 들어갔지만 노사 갈등은 봉합되지 않고 시간만 흐르는 상태다.


지난 2월 초와 3월 말 두 차례 2019~2020년 잠정합의안을 마련했지만 모두 부결됐다. 노조의 임금 인상요구와 집행부의 ‘기본급 동결’ 이견이 벌어졌고, 조합원들이 찬반투표에서 대거 반대표를 던진 결과다.


노조는 기본급 인상 등의 재교섭을 요청하고 있으나, 사측은 공감대 형성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전경.ⓒ대우조선해양

금속노조 대우조선해양 지회(대우조선 노조)는 현대중공업과의 기업결합을 앞두고 반대 운동의 투쟁 강도를 높이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을 현대중공업에 매각하기로 2019년 1월 발표했다. 현재 국내외 기업결합심사 절차를 거치고 있으며 대우조선 노조는 2년 넘게 매각 반대 투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지난달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노조의 면담이 사실상 결렬되자 노조는 공정거래위원회와 산업은행, 중앙정부를 상대로 농성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노조 측은 "본격적인 투쟁은 이제 시작"이라며 "공정위 천막 농성장은 확장해 본격적인 투쟁을 준비할 것이며 제2, 제3의 천막농성이 전개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자동차·조선업 노사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생산 차질과 부품 협력사 도산 위기, 수출에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업계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서 벗어나는 한창 재도약에 매진해야 할 상황에서 정상적인 조업이 이뤄지지 못할 경우 한국 자동차와 조선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다른 산업군과 달리 조선소의 경우 하루만 전체 파업이 진행되도 수십억원 규모의 생산 차질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갈등이 장기화 될 경우 생산 차질은 물론 업계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노사 양측의 양보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김민희 기자 (kmh@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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