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가계대출 규제로 이자수익 감소해 비이자이익 늘릴 수단 고려
투자일임업 경쟁 과열로 불완전판매 이슈 우려...ETF 직판은 엇갈려
은행권의 투자 일임업 요구에 대해 금융투자업계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투자일임업이 가능해지면 은행은 판매사로서의 독보적인 지위뿐 아니라 고유한 운용업무까지 전부 할 수 있게 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투자일임업 허용이 은행으로의 자금 쏠림 현상을 더욱 가속화시킬 뿐 아니라 불완전 판매를 야기할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제기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에서도 은행권의 투자 일임업 허용 여부를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금융위 내부에서도 이에 대한 의견 일치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어서다.
고객 자산을 금융회사가 위탁받아 투자활동을 진행하는 투자일임업은 현재 증권사와 보험사들에게만 허용되고 있다. 하지만 은행권의 투자일임업 진출이 가시화될 경우 업권간 경쟁은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하지만 은행에 비해 지점이 많지 않은 증권사들은 은행의 투자일임업 진출에 대해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 않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투자일임업과 상장지수펀드(ETF) 직판을 허용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은행의 투자일임업 허용에 대한 요구는 정부의 가계대출 강화 정책이 촉발시켰다.
정부에서는 사상 최대로 늘어난 가계대출 몸집을 줄이기 위해 강력한 대출 규제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는 은행의 이자수익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대출 규제 여파로 은행들의 전통 수익원인 이자수익에도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지난해부터 직접투자 광풍이 불면서 은행에서 증권사로의 머니 무브가 본격화된 것도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 은행 예금의 대규모 자금이 증권 예탁금으로 옮겨가고 있는 모양새다.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4일 투자자예탁금은 66조6149억원을 다시 회복했다.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1월 상승랠리를 이어갈 당시 70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이처럼 은행 고유의 수익구조가 흔들릴 조짐을 보이자 은행권에서는 일임업 허용 요구와 함께 ETF 거래 시스템을 추진하며 비이자이익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에 금융투자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며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투자일임업이 은행 고유업무가 아닌데 이를 허용해주면 불완전판매 이슈가 불거질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금융당국은 은행이 요구한 투자일임업에 대해서는 검토를 하면서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내부에서도 투자 일임업은 금융투자회사들의 고유 영역이라는 점에서 은행이 랩어카운트 같은 금융투자 상품을 팔때 불완전판매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시에 업권간의 경계를 허물고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는 구도로 가야한다는 목소리도 동시에 제기된다.
은행의 ETF 직판 허용 여부에 대해서는 상반된 견해가 나온다. 은행들은 ETF 직판이 불가능해 특정금전신탁에 편입해 판매를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은행들이 ETF를 직접 판매할 경우 ETF의 본래 특성인 저렴한 수수료와 다양한 포트폴리오 투자 확대 측면에서 ETF 대중화가 빨라질 것이라는 기대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는 자산운용사의 시장점유율 확대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오는 7월께 금융위는 은행업 경쟁도 평가에서 일임업 허용 여부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한다. 평가위원들이 은행의 일임업 허용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제시하면 금융위도 이에 맞춰 제도 개선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은행의 일임업 허용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면 금융위도 제도 개선에 나설 것"이라며 "사실상 은행의 일임업과 ETF 직판 가능성이 더 커진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