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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수익률 양극화 '절정'…디폴트옵션 논란 '활활'


입력 2021.05.25 06:00 수정 2021.05.24 11:24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원금 보장-非보장 수익률 격차 16배까지 확대

"수익률 우선" vs "안전장치 필요" 최종 결론은

국내 5대 은행 원금 보장·비보장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 수익률.ⓒ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은행 퇴직연금에서 원금 보장형과 비(非)보장형 상품 사이의 투자 수익률 격차가 올해 들어 16배까지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보다 적극적으로 자산을 굴리는 원금 비보장형 퇴직연금이 주식 시장의 활황 덕에 쾌속질주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퇴직연금의 성과를 끌어올리기 위한 디폴트옵션의 도입 방식을 두고 금융권간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와중, 운용 방식에 따른 수익률 양극화가 확연히 드러나면서 앞으로의 논의에 더욱 불을 붙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5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으로 국내 은행들이 원금 비보장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에서 직전 1년간 기록한 수익률은 평균 24.53%로 집계됐다. 원금을 보장하는 DC형 퇴직연금 수익률이 같은 기간 1.46%였던 것과 비교하면 16.8배나 높은 수준이다.


은행별로 보면 5대 은행 중에서 NH농협은행의 원금 비보장 DC형 퇴직연금 수익률이 24.43%로, 원금 보장형 대비 17.6배나 높은 수치를 나타내며 차이가 가장 컸다. 4대 시중은행들의 수익률 격차는 ▲KB국민은행 17.3배 ▲하나은행 16.5배 ▲우리은행 16.3배 ▲신한은행 15.6배 등 순이었다.


DC형은 확정급여(DB)형과 달리 가입자가 자산을 직접 분배할 수 있는 퇴직연금이다. 그 중에서도 원금 비보장형은 수익률에 더욱 민감하다. 자신이 낸 돈을 확실히 지킬 수 있는 대신 예금에 돈을 쌓아두는 원금 보장형과 달리, 주식 등에 자산을 투입해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어서다.


이런 특성을 감안해도 올해 초 퇴직연금 수익률 격차는 심상치 않다는 평이다. 2019년까지만 해도 은행들의 원금 비보장 DC형 퇴직연금 수익률은 4% 안팎으로, 1%대 중반이었던 원금 보장형 상품을 3배 가량 웃도는 수준이었다. 지난해 격차가 더 벌어지기는 했지만, 그 차이는 커봐야 5배 정도였다.


퇴직연금 수익률의 갭이 급속도로 확대된 건 증시의 영향이 지배적이었다. 원금 비보장형 상품의 투자처 중에서도 변동성이 가장 큰 증시가 수익률의 일등공신이 된 모양새다. 실제로 지난해 말 2873.47로 장을 마감했던 코스피 지수는 올해 1분기 말 3061.42로 6.5% 상승했다.


문제는 막상 수혜를 누린 고객이 얼마 없다는 점이다. DC형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대부분 원금 보장형 상품에 돈을 넣고 있어서다. 올해 1분기 말 은행 DC형 퇴직연금 적립금 중 원금 보장형의 비율은 88.2%로 압도적이다. 원금 비보장형 상품은 11.8%에 그치는 실정이다.


퇴직연금 수익률 양극화에 더욱 시선이 쏠리는 이유는 디폴트옵션이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불거진 현상이라는데 있다. 디폴트옵션은 DC형 상품 가입자가 별도의 운용 지시를 하지 않을 때, 사전 지정한 방법에 따라 퇴직연금 자산을 운용하는 제도다. 가입자들이 본인의 상품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수익률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대안이다.


증권업계는 수익률 개선만을 목표로 디폴트옵션을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은행과 보험업계는 취약 계층이 원금을 잃을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안전장치로 디폴트옵션에 원리금 보장형 상품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어떤 형태의 디폴트옵션이 도입될지 여부는 이달 내로 예정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다시 논의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올해 초 확실한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는 원금 비보장 퇴직연금의 수익률 그래프는 보다 적극적인 디폴트옵션 도입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의 퇴직연금도 증시 여건에 따라 수익률이 급변할 수 있음이 확인된 만큼, 노후 자금 측면에서 보다 안정성을 확보할 만한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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