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된 사법리스크에 방향성 상실…투자·성장 지연
삼성-하만, 의사결정 부재로 시너지 효과 제한적
힘 실리는 이 부회장 사면론…“불확실성 해결해야”
삼성전자가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낙점한 전장 분야에서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의 부재로 전장사업에 대한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전장사업 강화를 위해 인수한 하만이 모기업 삼성전자와 시너지를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줄 이 부회장의 복귀가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의 사법리스크가 지속되면서 삼성전자 전장사업이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만을 포함한 전장사업의 경우 이 부회장이 지목한 4대 성장사업에 포함되는 만큼 그의 의중이 크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 부회장은 하만 인수에 앞서 전장사업팀을 별도로 꾸리는 등 상당한 공을 들였다. 즉 이 부회장이 자리를 비운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위기 극복은 물론 성장세 역시 꺾일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실제 하만은 지난 2017년 9조3760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가격에 인수된 이후 많은 기대를 받았지만 삼성전자 전장부문과 이렇다 할 시너지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사법리스크로 경영 활동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두 회사의 협업이 모바일 및 주변기기 부문에서만 제한적으로 이뤄졌다.
재계 관계자는 “하만 인수가 이 부회장 등기이사 선임 된 직후 이뤄진 대형 M&A인 점을 감안한다면 하만이 가지는 의미는 더욱 크다”며 “하만이 코로나19로 인한 위기 극복과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선 이 부회장의 역할이 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산업 판도가 바뀌는 상황에선 투자와 구조조정 등 과감한 결단이 큰 기회를 갖게 만든다”며 “포스트코로나 등 시대가 급변하는 와중에 총수의 공백은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총수의 역할이 사업 방향성과 성장에 얼마나 중요한지는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전장사업을 적극적으로 키우고 있는 LG전자의 사례만 보더라도 쉽게 알 수 있다. 현재 LG전자의 경우 구광모 회장 중심으로 적극적인 투자를 이어가며 외형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표적으로 올해 7월 출범 예정인 캐나다 자동차 부품 업체 마그나와의 합작사 ‘LG 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이 있다. 이외에도 LG전자는 지난 2018년 차량용 조명업체 ZKW를 인수한데 이어 소프트웨어(SW) 기업 룩소프트와 합작해 알루토를 설립했다. 이 중 ZKW는 지난 2019년 말 사업 효율화를 위해 자동차부품솔루션(VS) 사업부 산하의 차량용 램프 사업과 통합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복귀와 함께 삼성의 미래 사업 방향을 잡아줄 컨트롤타워 존재가 절실하다고 보고 있다. 최근 각계에서 제기되고 있는 이 부회장 사면론에 힘이 실리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앞서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암참)는 지난 21일(현지시각)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을 일주일 가량 앞둔 시점에서 청와대에 이 부회장의 사면을 촉구하는 서한을 전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과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 5개 경제단체 회장 역시 지난달 청와대에 이 부회장의 사면 건의서를 청와대에 전달했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삼성이 최근 2~3년 간 바이오 외에는 실적이 상당히 정체돼 있다”며 “이는 사법리스크로 총수와 컨트롤 타워 역할을 했던 조직의 부재가 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업지원TF가 존재하지만 선장역할인 이 부회장이 없는데다 총수의 신임을 받고 대신 행동했던 미래전략실과 비교해서는 역할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현재의 불확실성을 해결하기 위해선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줄 총수와 조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삼성은 이 부회장의 부재로 미래를 위한 대규모 투자 결정 등 굵직한 사안을 결정함에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2017년 하만 인수 이후 대형 인수합병(M&A)가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