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작곡가의 곡 완제품으로 거래
지분합의 원칙이지만, 관행처럼 적용
"외국 작곡가의 경우에 작곡가가 87.5%를 가져가고 작사가가 12.5%를 가져가는 구조예요"
최근 방영한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한 작사가가 자신의 저작권료 지분에 대한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며 했던 말이다. 작사가들은 외국곡에 참여했을 때 주어지는 12.5% 지분 안에서 자신의 몫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법적으로 정확하게 정해져 있지 않지만, 국내 작곡가가 만든 곡에 대한 지분 비율은 각각 작곡가·작사가가 50:50(편곡 논외)으로 나눈다. 이후 지분 조정은 작가 간의 합의 하에 이뤄진다. 하지만 외국 작곡가의 곡에 작사를 할 때, 외국 한국 작곡가가 협업한 곡을 작사할 때 국내 작사가들에게 주어지는 비율은 앞서 언급했듯 12.5%~20%다. 왜 외국곡은 작사의 지분 비율이 낮은걸까.
국내에서 발표되는 외국 작곡가의 곡은 영어로 가사까지 쓰여있는 완제품으로 거래되기 때문이다. 외국인 작곡가의 입장에서는 가사가 한국어로 나오는 것을 '작사'가 아닌 '개사'로 이해하고 있었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12.5%라는 지분은 개사의 몫인 것이다.
국내에서 외국인 작곡가의 곡을 최초로 발표하고, 현재도 많은 협업을 하고 있는 SM엔터테인먼트 경우, 국내 작곡가의 곡 크레딧엔 작사가는 Lyric으로 표기되지만 외국인 작곡가의 곡 작사가는 Korean Lyric으로 올라가고 있다.
엔터테인먼트나 퍼블리싱 회사들은 완제품으로 받았지만 영어가 아닌 한국어 가사로 발표되어야 더 많은 공감과 사랑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국내 작사가들에게 '작사'의뢰를 맡기고 있다.
엔터테인먼트나 퍼블리싱 회사들은 외국인 작곡가들이 '개사'라고 보는 것과 다르게 한국어 가사를 만드는 것을 창작의 영역이라고 생각해 외국인 작곡가들에게 의견을 관철시켜 12.5%~20%의 해외곡 한정 지분율을 조정했다.
지금 행해지고 있는 지분 비율이 법적으로 정해진 규칙은 아니다. 협의를 통해 조정이 가능하다. 하지만 작곡가와 직접적으로 연락해 작업을 하는 것이 아닌, 엔터테인먼트나 퍼블리싱을 두고 작업을 하는 작사가의 경우 협의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관행처럼 자리잡은 이 암묵적인 시스템에 국내 작사가는 "통상적으로 행해지고 있으니까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입장이고, 12.5%도 감사하라고 하는 분위기라 항의를 해본 적은 없다"고 전했다.
작곡, 작사를 겸하고 있는 한 작곡가는 "한국말로 가사를 쓸 수 없는데 작사의 지분을 가져가는게 이해가 안된다. 작사에 대한 대가가 아닌, 개사나 번안의 개념으로 본다면, 작사가들이 기분 나빠할 것 같다. 저작권은 작가 간의 합의가 원칙이다. 12.5%에 대해 작사가들이 합의를 했을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원래 그런 거다'라고 생각하고 그냥 일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작사를 하면서 지분합의서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또 다른 작사가는 번안이나 개념으로 바라보고 있는 외국 작곡가의 시각에 "솔직히 데모를 받고 원곡 단어를 가져가는 이유는 그게 이미 붙어있으니까, 새로운 거 억지로 짜 넣어봤자 노래와 잘 맞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가창하기 좋은 발음이란 이유로 원곡 가사의 일부를 갖다 쓰긴 하는데, 자유롭게, 데모의 라임을 배제하고 마음대로 쓰라고 한다면 훨씬 편하다. 우리가 창의력이 없어서 외국인 가사를 그대로 쓰고 있는게 아니다"라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케이팝이 세계화적으로 사랑을 받고 있고 조금 더 성장을 하기 위해 외국 작곡가와의 협업이 필수가 된 시대에 조금 더 합리적으로 시스템이 변화해야 한다는 시각이 있는 반면, 작사가에 비해 수고를 더 들여야 하는 작곡가를 더 대우해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작곡가들이 트랙, 멜로디, 편곡까지 하는 경우가 많다. 국내 비율을 예로 관행처럼 50:50으로 행해지고 있는데, 이는 솔직히 작사가에게 더 편리한 구조다"라며 "하물며 외국 작곡가의 입장에서 자신이 곡을 다 만들었다고 생각하는데 지분을 더 내어주는 것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