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들 "인간도 아니고 이 세상에 있어서도 안 된다…이 사회에 나와선 안 돼"
변호인 "공소사실 모두 인정하고 깊이 반성…범행후 도주하지 않은점 참작해야"
"여동생·모친은 처음부터 살해할 계획 없었던 우발적 살인"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김태현(25)이 법정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서울북부지법 형사13부(오권철 부장판사)는 1일 살인·특수주거침입·경범죄 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태현의 첫 공판 기일을 열었다. 첫 공판 기일은 피고인이 의무적으로 출석해야 한다.
마스크를 쓴 채 법정에 들어선 김태현은 덤덤한 표정으로 법정을 둘러봤고, 이어 피고인의 기초적인 신상 등을 확인하는 인정신문이 시작되자 시선을 약간 아래로 내린 채 판사의 질문에 답했다.
김태현은 직업을 묻는 말에 "무직"이라고 답하고 이어 주소를 묻는 말엔 "본적은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가 "현재 사는 곳을 묻는 것"이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검사가 공소사실을 낭독한 뒤 변호인은 "피고인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다만 3차례에 걸쳐 피해자를 만나 친분을 쌓았는데, 마지막 만난 자리에서 사소한 말다툼 이후 사과했는데도 피해자가 멀리하며 연락을 차단하자 그 이유를 알고 사과하기 위해 피해자에게 연락을 취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이어 "범행 계획 단계에서는 1, 2번째 피해자를 제압하고 3번째 피해자를 살해한 이후 자신도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했다"며 "처음부터 1, 2번째 피해자를 살해할 계획은 없었다. 1, 2번째 피해자 살인은 우발적인 살인으로 범행 후 도주하지 않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했던 점을 참작해주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재판을 지켜본 유가족들은 김태현에 대한 엄벌을 호소했다. 의견진술 기회를 얻은 한 피해자 유가족은 울먹이는 목소리로 "저 살인마가 사람을 3명 죽여 놓고 본인은 살고 싶어 반성문을 쓰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 어이가 없다"며 "김태현은 인간도 아니고 이 세상에 있어서도 안 된다. 앞으로도 이 사회에 나와선 안 된다는 것을 꼭 증명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김태현은 온라인 게임을 통해 만난 피해자 A씨와 여동생, 모친을 지난 3월 23일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태현은 A씨가 자신의 연락을 받지 않는다는 이유로 스토킹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태현은 지난달 27일 검찰에 구속기소 된 뒤 재판부에 총 4차례 반성문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