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와 거주 분리…내 집 활용해 현금 흐름 만들어야
추가 투자는 꼬마빌딩…근린·구분상가 언택트 충격
시장불안 당분간 계속…경기·인천이 집값 상승 주도
"MZ세대의 욕망 코드를 읽어야 한다"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을지로 내외빌딩 사무실에서 만난 박원갑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은퇴 후 부동산 활용법을 묻는 질문에 역설적이게도 MZ세대라는 단어를 꺼내 들었다. MZ는 1980년 이후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부터 출생한 Z세대를 아우르는 표현이다. 노후에 부동산 자산을 잘 굴리려면 젊은이들의 속내부터 파악해야 한다는 의미다.
박 위원은 관성에 따라 이뤄지고 있는 베이비부머 세대의 부동산 투자 실태를 냉정하게 평가했다. 그는 "직장을 떠난 뒤 전원에 가서 생활하겠다는 꿈은 자산 관리 측면에서 재미를 못보고, 작은 상가를 사서 월세를 받는 방식도 비대면 시대에 잘 맞지 않는 노후설계 방식"이라고 꼬집었다.
대신 박 위원은 "소유와 거주를 분리하라"고 제안했다. MZ세대가 선호하고 좋아하는 지역에 아파트를 보유해 월세 등 임대를 주고, 은퇴자는 자신이 살고 싶은 도심 외곽의 주택에 전세를 얻어 생활하라는 얘기다. 평생 마련한 자산을 노후에 잘 굴리기 위해선 본인이 아닌 MZ세대의 마음부터 제대로 알아야한다는 조언을 내놓는 이유다.
이렇게 자신의 집을 이용해 현금 흐름을 발생시키는 방식이 은퇴 후 부동산을 활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란 설명이다. 그는 "비싼 집을 마냥 깔고 앉아 있지만 말고 임대를 통해 캐시 플로우를 만드는 게 목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MZ세대가 선호할 부동산의 키워드로는 ▲중·저가 ▲나 홀로 ▲비(非)강남 ▲아파트를 꼽았다. 박 위원은 "사회에 진출한지 얼마 되지 않아 축적한 자본이 적은 MZ세대들이 시장을 주도하면서 부동산 핵심 수요층의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아파트에서 나고 자란 MZ세대의 성향을 고려하면 도심 아파트에 대한 수요는 지속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좀 더 여유가 있는 이들에게는 꼬마빌딩 투자를 추천했다. 주거지역 인근에 생활 밀착형 상점이 몰려 있는 근린상가나, 공간을 쪼개 등기가 가능한 구분상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 이후 매력이 크게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박 위원은 "근린·구분상가는 코로나19를 계기로 확산된 언택트 소비에 직격탄을 맞으면서 공실이 많아졌고, 당분간 회복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대안으로 떠오른 꼬마빌딩은 "없어서 못 파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꼬마빌딩이 그 만큼 수익형 부동산으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는 얘기다. 다만 수요가 쏠리면서 매매 가격이 많이 올라간 현실은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꼬마빌딩을 통해 노후를 준비하려는 이들은 시세가 급등한 환경을 고려해 현장 매물을 50개 이상 살펴보고 옥석을 충분히 가려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동산 불패신화에 대해서는 경계의 목소리를 냈다. 베이비부머들이 과거의 인식에 사로잡히지 말고 유연한 사고를 해야 한다는 일침이다. 박 위원은 "꼭 필요한 부동산 이외의 나머지는 글로벌 자산 등으로 분산하는 포트폴리오 구성이 필수적"이라며, 앞으로는 모두가 펀드매니저처럼 자기 재산을 굴리며 살아가야하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바라봤다.
부동산 시장의 불안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올해 전반적으로는 상고하저 흐름을 보이겠지만, 상반기에 집값이 워낙 많이 오른데 따른 착시가 자리하고 있는 만큼 안정세를 찾는 흐름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국민은행 리브부동산의 자료를 보면, 전국 아파트 매매가는 올해 1~4월에만 6.6%나 올랐다. 지난해 상승률인 9.7%와 비교하면 이미 연간 오름폭의 절반을 넘어선 상황이다. 수도권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수도권 아파트의 매매 가격은 올해 초 넉 달 동안 8.6% 급등했다. 이 역시 지난해 연간 상승폭인 12.5% 대비 절반을 한참 웃도는 수준이다.
올해 집값 상승세를 주도하는 지역은 경기·인천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30대 중심의 부동산 매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미 살 엄두를 내지 못할 만큼 집값이 올라버린 서울 대신 수도권을 행하는 수요가 상당할 것이란 판단이다.
박 위원은 "지난해에는 노원구 등 서울 내 비강남의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오르는 모습이었지만, 올해는 탈 서울 내 집 마련이 트렌드가 되고 있는 만큼 경기와 인천의 집값 상승 여력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