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달 잠행'깨고 일정 잇따라 공개하며 정치행보 가속화
벌써부터 네거티브 극성…등장 후 대선지형 요동칠 듯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긴 잠행을 깨고 자신의 일정을 잇따라 노출하면서 대선출마 선언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윤 전 총장은 지난 5일 현충원을 방문해 방명록에 "조국을 위해 희생하신 분들이 분노하지 않는 나라를 만들겠습니다"라고 적으며 대권을 향한 포부를 분명히 했다.
지난 1월 현충원 방명록에 "바른 검찰을 만들겠다"고 썼던 것에 비하면 '검사 윤석열'에서 대권주자로 옷을 갈아입었다는 선언적 메시지라는 분석이다.
정치권에서도 "나라를 만들겠다"는 윤 전 총장의 메시지를 대선후보로 나서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윤 전 총장은 현충일을 맞아 K-9 자주포 폭발사고 피해자 이찬호 씨와 천안함 생존자 예비역 전우회장 전준영 씨를 5일과 6일 잇따라 만나 "보훈이 곧 국방"이라고 강조했다.
윤 전 총장은 전준영씨의 대전 유성구 자택을 직접 찾아 "희생된 장병들을 무시하고 비웃는 자들은 나라의 근간을 위협하고 혹세무민하는 자들"며 "내가 어제 현충원 방명록에 '희생한 분들이 분노하지 않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쓴 이유"라고 말했다.
대선무대 오를 일만 남겨둬…"입당하느냐 마느냐 선택 순간"
최근 윤 전 총장은 정치행보의 가속페달을 깊게 밟고 있다. 정치권으로 향하는 속도와 메시지의 강도를 높이는 점층적 접근방식이다. 이제 대선무대에 오르는 순간만을 남겨뒀다는 게 정치권의 공통된 전망이다.
윤 전 총장은 지난 3월 4일 퇴임 당시 "이 나라를 지탱해 온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며 "내가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와 국민 보호를 위해 온 힘을 다하겠다"고 밝힌 뒤 잠행을 이어갔다.
이후 한 달여 간 공식적으로 윤 전 총장의 메시지는 없었다. 긴 침묵을 깬 것은 5·18광주민주화운동 41주년을 앞두고 언론을 통해 "5·18은 현재도 진행 중인 살아있는 역사"라는 발언을 내놓으면서였다.
이어 윤 전 총장은 사실상 공식 행보에 돌입했다. 각계 전문가들과 만나 반도체, 노동, 청년실업 등에 대해 공부하며 대통령 수업을 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알렸다. 시민들과 함께 사진을 찍는 등 민생행보로 발걸음을 넓혔다.
윤 전 총장 측은 이르면 이번주 공보 담당자를 선임해 정치 현안 등에 대한 메시지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개행보를 통해 그간 '대권수업' 결과를 내놓으며 정치권 진입 속도를 한층 높인다는 구상이다.
벌써부터 윤 전 총장을 겨냥한 네거티브 공세도 거세지고 있다. 여당 대표까지 나서서 '윤석열 파일'을 거론하며 파상공세를 예고했다. 여권에선 '윤로남불'이란 표현을 확산하고, 윤 전 총장을 10원짜리 지폐 등장인물로 그린 패러디물을 공유하는 등 네거티브 캠페인을 본격화하고 있다.
최대 관심은 그의 '정치적 시작점이 어디냐'다. 정치권에선 윤 전 총장이 지난달부터 정진석·권성동·장제원·유상범·윤희숙 의원 등 국민의힘 인사들과 연쇄 접촉하면서 6.11전당대회 이후 입당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윤 전 총장의 정치적 선택에 따라 대선정국은 또 한번 요동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전 총장이 우리당에 입당하는 것 외에 현실적인 대안은 없지 않나"라며 "어디에선 입당한다고 하고, 어디선 아니라고도 하는데 이젠 고민을 끝내고 선택을 할 순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