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명은 아니라지만…결국 '유동성', '저금리' 상승 원인 꼽아
전문가 "문제 원인 다른 곳에서 찾아, 정책이 잘못 돼"
이번엔 '유동성'이었다. 그동안의 집값 상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의한 유동성 증가로 시중에 풀린 돈들이 집값을 밀어 올렸기 때문이란 것이다. 집값이 오른 과정을 설명하던 중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정책위부의장이 내놓은 해명이다.
민심을 거스르는 정부와 여당의 변명은 어제 오늘일 만은 아니다. 전 정권이라든지 임대사업자, 가구 분화, 언론 등 원인도 수 가지에 이른다. 온라인 상에서는 "도대체 집값은 누가 무엇이 올린거냐"는 등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8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홍기원 정책위부의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변명은 아니지만 코로나 때문에 유동성이 늘고 세계적으로 저금리 상황 아니냐. 그렇게 되면 대체재인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오르게 돼 있다"고 말했다. 집값 불안의 원인이 저금리와 유동성 과잉이라는 의미다. 처음은 공급 부족으로 시작하다가도 끝은 외부 요인을 끌어들였다.
사실 당정의 이 같은 발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의 초대 국토교통부 장관인 김현미도 집값 불안 요인을 전 정권의 규제 완화라고 했고, 후임인 변창흠 전 장관 역시 같은 요인을 집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임대차 2법에 대한 언급 없이 '저금리', '이사철 계절요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미뤄진 신규 입주 수요'를 전세난의 이유로 들며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정부와 함께 부동산 정책을 이끌어 온 여당도 마찬가지다. 홍 부의장의 발언과 더불어 지난해에는 김태년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014년 통합당의 전신인 새누리당 주도의 부동산 3법이 아파트 주택 시장 폭등의 원인이 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때는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3분의 2를 지난 시점이었다.
반면 집값이 잠깐이라도 진정 국면에 들어서면 이것은 온전히 정책의 효과였다. 홍남기 부총리는 2.4 또는 8.4 등 대책 발표 직후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그 직후 다시 반등이 이뤄지면 정책의 실패를 다른 곳에서 찾았다.
전문가들은 현실과 동떨어진 억지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유동성과 저금리가 영향을 집값에 영향은 줬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지금 시장은 공급 부족으로 인한 결과로 봐야 한다. 공급이 풍부했고 임대차법 등이 없었다면 지금 같은 오름 폭은 없었다. 정책의 실패다. 여론을 유리하게 끌고 가려는 발언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런 상황일수록 정부가 정책을 통해 문제를 풀어나갔어야 한다"며 "집값이 오르면 전세로라도 머물게 해야 하는데 임대차법으로 전셋값은 오를대로 올라 수요자들이 내집마련에 나섰다. 지금 시장을 유동성과 저금리에 의한 결과로 해석하기에는 무리"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