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이안 케네디 콜업하는 대신 양현종 마이너행"
슬라이더 통하지 않자 직구의 위력도 반감되는 모습
텍사스 양현종(33)이 메이저리그의 높은 벽을 실감하고 마이너리그로 강등됐다.
텍사스 레인저스는 17일(한국시각) "이안 케네디를 10일 부상자명단에서 해제하는 대신 양현종을 라운드락(트리플A)으로 이동시킨다"라고 발표했다.
올 시즌 양현종은 승리 없이 3패 평균자책점 5.59로 부진했다. 특히 최근 등판에서는 상대 타자들과의 대결에서 매우 힘겨워하는 모습이었고 결국 빅리그 잔류에 실패하고 말았다.
양현종이 마이너리그로 내려간 원인 중 하나는 역시나 결정구의 부재다.
먼저 양현종의 올 시즌 포심 패스트볼의 평균 구속은 시속 89.98마일(약 144.8km)로 100마일 투수들이 득시글거리는 메이저리그에서 빠르지 않은 편에 속한다. 직구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지다 보니 변화구의 위력이 살아나지 않는 것은 당연지사.
실제로 포심 패스트볼의 피안타율은 0.289로 매우 높은 편이었고, 경기를 거듭할수록 제구마저 마음대로 되지 않는 모습이었다. 양현종은 올 시즌 29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15개의 볼넷을 내줬고 삼진은 19개에 불과했다.
그나마 위력을 갖췄던 변화구는 바로 체인지업이다. 양현종은 우타자들을 상대로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낙폭 큰 체인지업으로 큰 재미를 봤고 이로 인해 피안타율이 0.206에 불과했다.
투 스트라이크까지 잘 잡아놓고 승부를 결정지을 마지막 공이 부족했던 점도 아쉽다. 양현종은 KBO리그 시절 직구의 완급 조절과 체인지업, 슬라이더로 리그를 평정했던 투수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 슬라이더가 통하지 않았다.
좌타자 바깥쪽, 우타자에게는 몸 쪽으로 휘어져 들어가는 슬라이더의 각이 예리하지 않았고 상대 타자가 내버려두면 볼, 스트라이크존으로 들어오면 장타로 이어지는 패턴이 반복됐다. 결국 슬라이더를 사용하기가 어려워졌고 선택지가 줄어든 상황에서 직구의 위력도 반감되고 말았다.
부상자들이 속속 복귀하는 상황에서 양현종이 메이저리그로 다시 돌아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단 마이너에서는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슬라이더를 더 가다듬거나 커브 등 다른 구질을 연마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야 하는 양현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