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은행권 힘 실어준 법조계..."금감원 제재 자의적이고 과도" 비판


입력 2021.06.18 15:00 수정 2021.06.18 15:43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금융사 내부통제 관련 지배구조법 적용 논란

법조계 "법적 근거 부족…자의적 해석 가능"

"관리·감독 실패 책임 전가" 비판 여론 확산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본원 전경.ⓒ데일리안

라임·옵티머스 등 각종 펀드 손실 사태 이후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들을 상대로 줄징계 철퇴를 휘두르고 있는 금융감독원의 행태에 은행권에서도 본격적인 반격 움직임이 일기 시작했다.


금융권은 물론 법조계에서도 당국의 제재 논리가 자의적이고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금감원은 점점 수세에 몰리는 모양새다. 아울러 금감원이 관리·감독 실패의 책임을 전가하기 위해 CEO들을 중징계한다는 비판에도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은행법학회는 18일 오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국내 금융사의 내부통제 개선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특별정책세미나를 열었다. 이번 행사는 최근 펀드 손실 사태와 관련해 금감원이 근거로 내세우고 있는 금융사 내부통제를 두고 관련 학계와 법조계 인사들이 토론을 벌인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금감원은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와 잇따라 터져 나온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태의 책임을 물어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 등에게 중징계인 문책경고를 의결했다. 또 윤경은 전 KB증권 사장과 김형진 전 신한금융투자 사장, 나재철 전 대신증권 사장에게는 직무정지, 박정림 KB증권 사장에게는 문책경고 등 증권사 CEO들에게도 중징계를 내린 상태다.


금감원은 주로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의 제24조 '금융회사는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규정을 CEO 징계 사유로 삼아 왔다.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무를 경영진이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펀드 투자자들의 손실을 키웠다는 이유에서다.


◆"징계 아닌 제도 개선 측면에서 접근해야"


하지만 이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무리한 해석이라는 불만이 끊이지 않아 왔다. 해당 조항이 금융사로 하여금 반드시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토록 의무화하고는 있지만, 금융사고가 터졌을 때 이를 근거로 경영진에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내용은 명시돼 있지 않아서다.


실제로 금융위는 관련 개정안을 제안하면서 그 취지로 '대표이사, 대표 집행임원에게 내부통제 기준, 위험관리 기준의 준수 여부를 점검하도록 하고, 관리의무를 소홀히 해 다수의 금융소비자 피해를 유발하는 등의 경우 금융위가 해당 임원들을 제재할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결국 현행법으로 금융사 임원을 제재할 근거가 없다는 뜻이다.


이날 논의에서 법조계 관계자들도 비슷한 의미의 발언을 쏟아냈다. 김시목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현행 금융사 지배구조법과 최근의 징계 처분은 법령상 근거 없는 제재에 해당하는 문제점을 갖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수범자의 예측 가능성을 저해하고 감독당국의 자의적 제재를 가능하게 하는 문제점이 있으므로 입법 과정에서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발표자인 임정하 서울시립대 로스쿨 교수는 지배구조법상 금융사 내부통제의 성격을 설며하면서, 어디까지나 외부규제를 내부화한 자율규제 차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감독당국의 역할은 제재보다 내부통제 개선방향 제시에 집중토록 유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은행권을 대표해 세미나에 참석한 김광수 은행연합회장도 같은 자리에서 "최근 은행권 내부통제시스템에서 발생한 문제에 대해 징계가 아닌 제도 개선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 이를 위해 올해 하반기 중 다른 금융권과 공동으로 내부통제제도 개선안을 마련해 금융당국에 건의하는 방안을 추진해 보겠다고 밝혔다.


앞서 증권업계에서도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제24조를 둘러싼 의구심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온 바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지난 4월 말 '금융회사의 내부통제: 쟁점과 전망'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지배구조법 내부통제 조항과 처벌을 둘러싼 쟁점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금융권에서는 금감원이 자기방어를 위해 무리수를 두면서 논란을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여러 펀드 손실 사태에 금융권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대의에는 공감한다"면서도 "감독당국인 금감원이 자신들의 잘못은 쉬쉬하면서 금융사 CEO들에게만 중징계를 이어나가는 현실은 비난의 화살을 돌리기 위한 꼼수로 보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