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분리막 소재 생산능력 강화…"5년 내 매출 20배"
포스코, 원료부터 소재까지 밸류체인…수직계열화 앞장
SK, 분리막·동박 글로벌 생산능력 공격적 확대
"힘 세고 오래가는 차세대 배터리." 에너지 패러다임 변화로 전기차를 중심으로 사업 구조가 재편되면서 배터리 소재 시장이 새로운 격전지로 떠올랐다. 배터리 소재 경쟁력이 곧 배터리 경쟁력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배터리 황금기'에 발 맞춰 국내 기업들은 앞다퉈 배터리 소재 생산 설비 규모를 늘리거나, 차세대 기술을 개발하는 방식으로 국내·외 시장 지배력 확대에 나서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SK, LG, 포스코, 롯데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은 날로 확장되는 전기차 시장에 발 맞춰 양·음극재, 전해질, 분리막 등 리튬이온 배터리 소재 외형 확대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양극재는 배터리 용량과 출력 특성을 결정하며, 음극재는 배터리 수명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음극 소재로 사용되는 물질은 주로 흑연(Graphite)이다.
분리막은 배터리 양극과 음극의 접촉을 잡아주며 내부의 미세한 구멍을 통해 리튬이온을 이동시키는 역할을 한다. 특히 높은 기계적 강도를 가져 내부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이나 이물질을 막아 안전성을 확보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이 배터리엔 액체 상태의 전해질인 전해액을 사용한다. 전해액은 양극과 음극 사이 리튬이온의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물질로, 양극과 음극의 표면을 안정화시키며 배터리 수명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한다.
롯데그룹은 계열사인 롯데케미칼·롯데알미늄 통해 배터리 소재 시장에 뛰어들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달 20일 이사회를 열고 전기차 배터리용 전해액 유기용매 사업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롯데케미칼 대산공장 내 전기차 배터리용 전해액 유기용매인 EC(에틸렌 카보네이트)와 DMC(디메틸 카보네이트) 생산시설을 2023년까지 완공할 계획이다.
EC와 DMC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4대 구성요소중 하나인 전해액에 투입되는 소재로, 양극과 음극 간 리튬이온의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리튬염을 잘 용해시켜 리튬이 원활히 이동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전해액 뿐 아니라 분리막 소재 생산능력도 강화한다. 롯데케미칼은 분리막에 투입되는 소재인 PE(폴리에틸렌)의 생산규모를 현 4000t(매출 100억원)에서 2025년까지 10만t( 2000억원)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롯데알미늄을 통해서는 배터리용 양극박 생산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양극박은 배터리 용량과 전압을 결정하는 양극 활물질을 지지하는 동시에 전자의 이동 통로 역할을 한다.
롯데알미늄은 지난해 1만2000t 규모의 국내 안산1공장을 완공한 데 이어 올해 말까지 헝가리 터터바녀 산업단지 내 1만8000t에 이르는 양극박 생산공장 건설을 완료할 계획이다. 연말까지 국내·외 생산능력은 총 3만t으로 늘어난다.
롯데알미늄은 전기차 산업 요충지인 헝가리에 생산기지를 건설함으로써 유럽 수요에 대응할 뿐 아니라 한국·미국·중국 수요에도 대응해나가겠다는 전략이다.
포스코그룹은 원료부터 제품까지 생산하는 배터리 소재 밸류체인(가치사슬)을 구축하는 방식으로, 배터리 소재 수직 계열화에 앞장서고 있다.
먼저 양·음극재를 생산하는 계열사 포스코케미칼을 통해 외연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구체적으로 포스코케미칼 양극재 광양공장 증설 등에 6900억원, 유럽 양극재 생산공장 건설에 1500억원을 투입한다.
이 같은 설비 투자로 양극재는 현재 생산능력 4만5000t에서 2030년까지 40만t, 음극재는 4만4000t에서 26만t까지 양산능력을 확대할 예정이다.
특히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인조흑연 음극재 국산화를 위해 경북 포항시 블루밸리국가산업단지 내에 2177억원을 투자해 연간 1만6000t 규모의 공장을 조성하고 있다. 이는 전기차 42만대 공급량에 해당하는 규모로, 완공 시점은 2023년이다.
양극재 원료인 리튬 확보를 위해서는아르헨티나 현지에서 2023년까지 연산 2만5000t 규모의 리튬 생산 체제를 갖출 계획이다. 최근엔 니켈 광업·제련 회사 레이븐소프 지분 30%를 2700억원에 인수하는 데 성공해, 2024년부터 연간 3만2000t의 니켈을 공급받을 전망이다.
음극재 원료로 사용되는 흑연 수급에도 나섰다. 포스코는 올해 초 아프리카 탄자니아 흑연광산을 보유한 호주 광산업체 블랙록마이닝 지분 15%를 82억원에 인수했다. 이 같은 원료 공급망 강화로 2030년까지 리튬 22만t, 니켈 10만t을 자체 공급하는 밸류체인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SK그룹은 분리막을 만드는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와 동박을 생산하는 SKC를 통해 소재부터 배터리로 이어지는 공급망 확충에 나서고 있다. SKIET는 배터리의 성능 향상과 안전성에 영향을 미치는 리튬이온배터리 분리막(LiBS)을 제조한다.
SKIET는 한국과 중국 창저우, 폴란드 실롱스크 등에 공장을 두고 있으며 글로벌 사업장이 모두 가동하는 2024년에는 연간 분리막 생산 규모가 27억3000만㎡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SKC는 전기차 배터리 소재인 동박 글로벌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앞서 SKC는 지난달 동박 제조 자회사인 SK넥실리스를 통해 연산 5만t 규모의 배터리용 동박공장을 유럽 지역에 건설한다고 밝혔다. 향후 지속적인 투자로 2025년까지 총 생산능력을 20만~25만t 체제로 구축할 계획이다.
LG그룹은 화학·배터리 계열사인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이 적극적으로 밸류 체인 강화에 나서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전기차 배터리 핵심 원재료인 니켈, 코발트 등을 생산하는 호주OPM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기 위해 120억원을 투자했으며 LG화학은 400억원을 투자해 배터리 핵심 부품인 동박을 제조하는 중국 지우장 더푸 테크놀로지에 지분을 투자했다.
이 같은 배터리 소재 사업이 보다 활성화되려면 기업이 공급망을 늘리는 것 뿐 아니라, 우리 소재가 적극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제반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이항구 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배터리 시장이 한·중·일 기업을 중심으로 각축전을 벌이는 만큼, 소재 산업도 글로벌 주도권 확보를 위한 기술 투자·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라며 "배터리 소재를 지원하기 위한 신기술 테스트베드(시험장)를 구축하는 것은 물론, 역량있는 인재를 함께 육성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