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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보호센터, '따뜻함'과 '간첩 색출'의 중간지대


입력 2021.06.24 04:31 수정 2021.06.23 23:31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인권 보호' 고려한 조사 절차

"14년 이후 조사받은 7600명 중

인권 침해 확인된 사례 없다"

08년 이후 위장간첩 11명 색출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23일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 조사실에서 기자들에게 시설현황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뉴시스

'따뜻한 말 한마디'


국가정보원이 23일 기자들에 공개한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 입소실엔 이런 문구가 커다란 액자에 담겨 걸려있었다. 해당 센터는 탈북민들이 처음 한국에 도착해 최장 90일 동안 머무르는 곳이다.


탈북민들은 센터에서 숙식하며 신원, 탈북 동기 등에 대한 조사를 받는다. 북한이탈주민 해당 여부는 물론, 마약거래·살인·위장탈출 등 '비보호 사유' 등도 점검 대상이다. 조사 결과는 통일부 장관에 통보되며, 이를 바탕으로 정착금 지급·주거지원 등의 '보호결정'이 내려진다.


박지원 국정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함께 센터를 둘러보며 인권 보호에 각별히 유의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실제로 조사 과정에 대한 녹음·녹화는 탈북민 동의 또는 요청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 센터 내에는 입소자들의 편의를 위한 유아 놀이방·병원·도서관·음악실·컴퓨터실·심리상담실 등도 마련돼있다. 센터가 위촉한 인권보호관을 통해 각종 상담까지 받을 수 있다.


박 원장은 '가급 국가보안 시설'인 해당 센터에 국정원 직원들도 쉽게 접근할 수 없다며 "2014년 이후 우리가 해 온 일에 자신이 있기 때문에 (언론에) 공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2014년부터 올해까지 센터에서 조사받은 7600여 명 중 인권 침해가 확인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며 "센터를 상대로 진행 중인 소송 세 건도 모두 2013년에 발생한 과거의 사건"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과거의 일이라고 지금 국정원의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며 "과거에 일어난 일에 대해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은 23일 기자들과 함께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를 방문했다. 사진은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 유아놀이방. ⓒ사진공동취재단

센터 운영 방식은 지난 2018년 2월 개정된 '북한이탈주민법 시행령'을 계기로 크게 바뀌었다. 최장 180일에 달하던 조사시간은 절반으로 줄었고, 주말·야간 조사는 원칙적으로 불가능해졌다.


인권 개선 측면에선 긍정적이지만, 조사 시간이 줄어 간첩 식별이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박 원장은 '과학수사'를 근거로 자신감을 내비쳤다. 박 원장은 자신이 국회 정보위원으로 활동하던 지난 2014년, 센터 측이 별도 공개한 수사기법을 직접 설명하기도 했다. 센터 관계자가 탈북민 진술 신빙성을 확인하는 여러 방법이 있다면서도 구체적 언급을 삼가자 직접 팔을 걷어붙인 것이다.


박 원장에 따르면, 센터 측은 다양한 경로로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탈북민의 구체적 탈북 루트를 검증한다. 각종 지형·지물은 물론 특정 점포 위치까지 확인 가능해 거짓 진술을 쉽게 솎아낼 수 있다고 한다. 박 원장이 "보여줘야 믿는다"며 관련 시스템 시연을 여러 차례 주문했지만, 센터 관계자들은 난색을 표하며 끝내 공개하지 않았다.


박 원장은 간첩 색출이 국정원 본연의 업무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해결되기 전까지 이탈주민(탈북민)에 대한 조사와 검증은 피할 수 없다"며 "간첩이 있으면 간첩을 잡는 게 국정원이고, 누군가는 이 일을 해야 우리의 안보를 지킬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정원이 유관기관과 공조해 간첩을 잡지 않는다면 국민이 과연 용인하겠느냐"고 되물었다.


실제로 지난 2008년 이후 센터가 적발해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탈북민 위장간첩은 11명으로 확인됐다.


센터에선 간첩 외에도 정착금을 노린 위장탈북자 등 '비(非)탈북민'도 선별한다. 지난 2008년 이후 적발된 비탈북민은 180여 명이다.


센터 관계자는 "조선족, 한족, 화교, 외국 국적자 등을 비탈북민이라고 한다"며 "탈북 여성이 한족과 결혼해 낳은 아이가 대부분이고, 정착금을 벌기 위한 경우도 간간이 있다"고 말했다.


해당 관계자는 비탈북민 발생 추이와 관련해선 구체적 내용을 공개하긴 어렵다면서도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탈북민 전체 규모와 비탈북민 인원이 '비례적'으로 늘거나 준다고 귀띔했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은 23일 기자들과 함께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를 방문했다. 사진은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 표지석. ⓒ사진공동취재단/뉴시스

박 원장은 국가보안법과 관련해선 폐지가 아닌 존치 및 개정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밝혔다.


그는 "국보법 폐지 운동이 일부에서 진행되는 것을 알고 있고, '어떻게 박지원이 간첩 수사를 하느냐'는 비판이 있는 것도 알고 있다"며 "김대중 전 대통령도 나도 (국보법) 폐지가 아니라 개정을 원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박 원장은 국보법 관련 논의가 국회에서 진행돼야 한다며 "나는 정치인도 의원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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