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나라가 깨끗하게 출발 못해"
김원웅 역사 인식 논란과 맥락 비슷
원희룡 "국민 앞에 역사 토론 하자"
하태경 "李, 대통령 후보 자격 없어"
더불어민주당의 유력 대권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공식 대선 출마 선언 이후 밝힌 역사인식에 대해 야권으로부터 강도 높은 비판이 쏟아졌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지사는 전날 출마 선언 뒤 고향인 경북 안동의 이육사문학관을 방문한 자리에서 "대한민국이 다른 나라의 정부수립 단계와 달라서 친일 청산을 못하고, 친일세력들이 미 점령군과 합작해서 지배체제를 그대로 유지했다"고 언급했다.
또 "깨끗하게 나라가 출발되지 못했다"며 "그래서 이육사 시인 같은 경우도 독립운동을 하다가 옥사했다. 그 점에 대해 풍부한 역사적 평가나 예우, 보상이 있었는지도 의문"이라 덧붙였다.
대한민국을 친일파 잔존세력이 주도해 건국됐고 미군은 점령군이라는 인식을 보여준 것은 앞서 역사관 논란을 불러일으킨 김원웅 광복회장의 발언과 비슷한 맥락이다. 김원웅 회장은 최근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미군을 '점령군'으로, 소련군을 '해방군'이라 지칭해 물의를 빚었다.
대선 출마 선언 직후 밝힌 이 지사의 역사 인식에 야권에서는 대선 주자들을 중심으로 성토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한민국 역사인식에 대해 이재명 지사에게 공개토론을 제안한다"며 "'친일세력이 미점령군과 합작해서 지배체제를 세웠기 때문에 나라가 깨끗하게 출발하지 못했다'가 김원웅 광복회장의 말인 줄 알았더니 이 지사가 한 말이다. 충격을 넘어 경악스런 역사 인식"이라 지적했다.
그는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겠다는 분의 역사인식이라고는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며 "'나라를 다시 세운다는 생각으로 새출발하겠다'는 말에서 이재명 지사가 대통령이 되면 입버릇처럼 새로운 100년을 말한 문재인 정권 시즌2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우려했다.
이어 "미국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지지하고 6·25 전쟁에서 북한·중국에 맞서 함께 싸웠고, 한국과 미국은 피로 맺은 혈맹이다"며 "미국의 도움 없이 오늘의 대한민국은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 지사는 "이 지사에게 묻는다. 미국이 점령군이고 소련이 해방군이면 우리가 미국이 아닌 소련 편에 섰어야 한다는 뜻인가"라며 "점령군이 아닌 해방군 소련과 손잡고 친일 청산을 자랑하는 북한의 선택이 옳다는 말인가, 중국이 우리와 함께 일본에 맞서 싸웠으니 6·25는 잊고 우리가 중국과 손 잡아야 한다는 뜻인가"라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 이 지사가 말한 '새로운 대한민국, 이재명은 합니다'가 설마 러시아·중국·북한과 손 잡는 나라를 말하는 것인가"라며 "원희룡이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겠다는 이재명 지사에게 제안한다. 우리 둘이 전 국민 앞에서 공개적인 역사 토론을 하자"고 촉구했다.
유승민 전 의원 또한 "대한민국의 출발을 부정하는 이 지사의 역사 인식이 참으로 충격적"이라며 "독립운동을 한 이승만 대통령이 친일세력이 되고, 우리 국군과 함께 피를 흘려 대한민국을 지킨 미국이 점령군이라면, 그 동안 대한민국은 미국과 일본의 지배를 당해온 나라였다는 말인가,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게 한 우리 선조들의 피와 땀은 어디로 갔는가"라고 말했다.
그는 "김원웅 광복회장이나 이 지사나 똑같은 사람들"이라며 "이지사가 만약 대통령이 된다면 '점령군 주한미군'을 몰아낼 것인지 이지사의 답을 듣고 싶다. 대한민국의 출발이 깨끗하지 못했다는 비뚤어진 역사 인식을 가진 사람에게 나라를 맡겨서야 되겠는가"라고 질타했다.
하태경 의원도 "대한민국 정통성을 부정하는 이 지사는 대통령 후보의 자격조차 없다"며 "대한민국은 미군정과 친일파가 세운 나라가 아닌 독립운동가들과 민초들이 세우고 지킨 나라"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하 의원은 "한민당의 후신 더불어민주당이야 말로 친일파의 후예들"이라며 "어디서 무슨 교육을 받았는지 모르겠지만 이 지사는 역사 공부 기초부터 다시 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