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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 천하’ 국내 OTT 현실, 제도도 없고 컨트롤타워도 없다


입력 2021.07.06 13:50 수정 2021.07.06 14:30        김은경 기자 (ek@dailian.co.kr)

과기정통부-방통위-문체부 힘겨루기…“부처 샅바싸움 그만”

정의부터 명확히 해야…낡은 법 아닌 제3의 독립 법제 필요

문철수 한신대 미디어영상광고홍보학부 교수(가운데)가 6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국내 OTT 플랫폼의 글로벌 도약을 위한 콘텐츠 제작 지원 방안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노동환 콘텐츠웨이브 정책협력부장, 조한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부사장, 문 교수, 허승 왓챠 이사, 양시권 티빙 콘텐츠사업팀 부장.ⓒ데일리안 김은경 기자

국내 미디어산업이 방송 중심에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위주로 재편되고 있는 가운데, 정작 새로운 산업을 떠받칠 제도와 정책이 없어 글로벌 사업자의 콘텐츠 하청기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황승흠 국민대 법대 교수는 6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국내 OTT 플랫폼의 글로벌 도약을 위한 콘텐츠 제작 지원 방안 토론회’에서 “국내 OTT 정책과 제도의 수준은 이야기하는 게 의미가 없을 정도로 낙후돼있다”고 지적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과 함께 영화산업은 빠른 속도로 붕괴했으며 OTT 시장은 급속도로 성장했다. 황 교수는 “OTT가 방송과 영화 상영관을 대체하는 새로운 수단이 될지, 경쟁하게 될지는 단언할 수 없지만 이미 특정 세대에서는 대체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OTT 산업 규모가 거대해지고 있음에도 현행법에는 OTT 산업을 위한 제도를 찾을 수 없고 낡은 규제만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그렇다 보니 OTT와 다른 목적으로 만들어진 법인데도 유사한 제도로 포섭돼 OTT에 적용하려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고 황 교수는 설명했다.


그는 “다른 목적으로 만들어진 제도가 새로운 곳에 적용되면 예상치 못한 효과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현재 국내에서는 OTT에 대해 오직 규제만으로 접근할 뿐 진흥에 관한 제도는 없다”고 꼬집었다.


황승흠 국민대 법대 교수가 6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국내 OTT 플랫폼의 글로벌 도약을 위한 콘텐츠 제작 지원 방안 토론회’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데일리안 김은경 기자
세 부처가 OTT 황금알 낳는 거위로 인식해 중복 제도 제안

현재 정부의 OTT 정책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문화체육관광부, 방송통신위원회 등으로 분산돼 있다. 사업자들이 개별 부처의 전문성을 고려한 체계적인 진흥정책이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있지만 합의점이 도출되지 않고 있다.


그는 “여러 부처가 OTT 산업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해 원칙도 없이 중복 제도를 제안하고 있다”며 “정작 플랫폼으로서의 OTT와 제공되는 콘텐츠는 함께 논의되지도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결국 컨트롤타워 없이 개별 사안에 대해 부처별로 중복 대응을 하고 있어 규제 완화는 손도 대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는 국내 사업자의 경쟁력 약화와 글로벌 사업자의 지배력 강화로 직결된다.


황 교수는 과거 인터넷(IP)TV가 처음 등장했을 때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IPTV는 글로벌 사업자가 없는 상황에서 한국이 표준을 제시했다”며 “당시 방통위가 출범됐고, IPTV법을 제정해 제도적 틀을 만들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고 조언했다.


다만, OTT 시장은 IPTV 출범 당시와 달리 이미 성숙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부연했다. 그는 “OTT 산업은 이미 성숙 단계이며 사업자 간 경쟁이 치열해 정부가 정리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라며 “더군다나 글로벌 사업자가 지배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어 우리가 표준을 정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짚었다.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에서 다섯 번째)이 6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국내 OTT 플랫폼의 글로벌 도약을 위한 콘텐츠 제작 지원 방안 토론회’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데일리안 김은경 기자
OTT 사업자 입법 논의 부정 의견도…“최소규제 원칙으로 가야”

결국 국내 OTT 활성화를 위해서는 법제와 부처 관할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방송법과 통신법이 아닌 제3의 독립 법제가 필요하다”며 “OTT 산업을 방송법이나 통신법의 한 부분으로 규정하는 것은 적절치 않고 OTT 산업을 독자적으로 규율하는 독립된 입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관할 부처를 일원화하기보다는 복수 관할을 전제하되, 정부 업무 조정 권한을 갖는 부처에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종합계획을 통해 각 부처의 업무에 따른 역할 분담을 하면 범정부 차원에서 민관협력의 산업 진흥 추진 체계를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반면 새로운 입법 논의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도 제시됐다. 노동환 콘텐츠웨이브 정책협력부장은 “사업자 입장에서는 정부 정책에 대한 예측성이 있어야 하는데 전혀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 입법이나 정책은 디지털미디어생태계 발전 방안 로드맵으로도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에 최소 규제 원칙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을 주최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문가들이 OTT 관련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다양한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다”며 “이제 원론적 논의를 벗어던지고 실질적인 정책을 구상해 볼 때”라고 언급했다.


황희 문체부 장관은 영상을 통해 “세계적 기업들이 K-콘텐츠를 교두보 삼아 아시아 시장 선점에 나서는 이 상황이 우리 산업에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우리나라가 콘텐츠 제작 하청기지가 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며 “장기적 성장을 위해 국내 OTT와 콘텐츠 산업의 동반 성장을 적극적으로 이끌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은경 기자 (e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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