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타 겸업' 오타니, 32홈런으로 MVP 향해 순항
토론토 게레로 역시 역사적인 시즌 보내는 중
올 시즌 메이저리그를 강타하고 있는 최고의 히트 상품은 역시나 ‘이도류’ 오타니 쇼헤이다.
오타니는 8일(한국시간)까지 타자로 81경기에 출장해 타율 0.279 32홈런 69타점이라는 경이적인 성적표를 받아들고 있다. 홈런과 장타율, 3루타 등 장타와 관련된 부문에서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는 압도적 행보다.
이미 미국 현지에서는 각종 매체들이 MVP 레이스를 논하면서 오타니의 수상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만약 오타니가 MVP까지 이른다면 동양인 선수로는 2001년 스즈키 이치로(시애틀)에 이어 역대 두 번째 정점에 서게 된다.
오타니의 성적도 대단하지만 그를 앞지르는 또 다른 괴물이 있다는 것이 문제다. 바로 류현진의 팀 동료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다.
게레로 역시 엄청난 시즌을 만들어가는 중인데 타율 0.341 28홈런 73타점을 기록, 타격 주요 타이틀 부문에서 자신의 이름을 최상단에 올려놓고 있다.
게레로가 올 시즌 최고의 타자라는데 이견을 달 사람은 아무도 없다. 실제로 게레로는 베이스볼 레퍼런스, 팬그래프, ESPN 등이 산출한 WAR(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 부문에서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는 타격만 놓고 이야기 했을 때다. 오타니는 타자로 거의 모든 경기에 나서는 것은 물론 선발투수로서도 자신의 가치를 높이고 있다.
투수로 변신한 오타니는 100마일에 이르는 엄청난 강속구를 바탕으로 13경기에 선발로만 등판, 4승 1패 평균자책점 3.49의 매우 훌륭한 성적을 찍고 있다. 투수 부문에서 기록한 WAR까지 합친다면 게레로를 압도하고도 남는다.
타격에서의 전반적인 성적은 게레로에 미치지 못하지만 야구의 꽃이라 불리는 ‘홈런왕’ 타이틀은 투표인단에 어필할 확실한 무기가 될 수 있다. 여기에 베이브 루스까지 소환될 정도의 투, 타 겸업이라는 낯선 풍경은 오타니의 가치를 드높이는 결정적 요소다.
역사적인 시즌을 보내고도 MVP에 오르지 못한 사례는 상당하다. 1986년 뉴욕 양키스의 돈 매팅리는 타격 전반에 걸쳐 최상위권에 위치했으나 투수로서 압도적 시즌을 보낸 로저 클레멘스(보스턴)에게 MVP를 빼앗겼고, 2002년 57홈런의 알렉스 로드리게스(텍사스)는 미구엘 테하다(오클랜드)에게 팀 성적에서 밀린 대표적인 사례다.
게레로 주니어가 후반기 전세를 역전 시킬 유일한 요소는 지금의 성적을 유지하며 팀 순위를 끌어올리는 길뿐이다.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는 무려 4개팀이 5할 이상의 승률을 기록 중이며 토론토 역시 승률 0.524로 순항하고 있지만 보스턴, 탬파베이에 밀리며 3위에 그치고 있다. 게레로가 말 그대로 ‘하드 캐리’를 한다면 MVP를 수상할 일말의 가능성에 불을 지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