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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진 몸집이 독 됐나…‘양치기 소년’ 된 172석 민주당


입력 2021.07.14 16:47 수정 2021.07.14 18:35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민주당 13일 비공개 최고위 열어

당정협의 깨고 전 국민 지급 결정

여당 독주에 기재부 ‘무능’ 비판도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와 윤호중 원내대표가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정책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이날 정책의원총회에서는 재난지원금을 포함한 2차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방향을 논의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럴 때 참 기운빠진다. 이럴 거면 뭐하러 협의를 하나. 며칠을 머리 싸매고 고민 끝에 내놓은 정책이고, 여러 차례 협의 끝에 결정한 내용일 텐데 이런 식으로 뭉개버리면 앞으로 일을 어떻게 하라는 건지 모르겠다.”


당정협의가 깨졌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일방적으로 깼다. 민주당은 13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해 2차 추가경정예산안을 손보기로 했다. 가구소득 하위 80%에 주기로 한 기획재정부와의 협의는 없던 일로 하고 14일부터 열리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의에 나섰다.


민주당이 비공개 최고위원회를 통해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결정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기재부 한 관계자는 “이럴 때 참 기운빠진다”며 “늘 정치권 입김에 정책이 휘둘리는 것도 모자라 합의된 내용마저 하루아침에 번복되다 보니 정부 조직이 기능을 잃어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재부 관계자는 “매번 당이 합의를 뒤집어 그동안 쌓여온 갈등이 또 불거질 것 같다”며 “나중에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의) 결과에 대한 책임은 또 우리가 져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민주당은 이번 정부 들어 여러 번 당정협의를 번복했다. 지난해 1차 재난지원금 당시에도 지금과 똑같이 선별 지원을 당정협의로 결정해놓고 일주일 만에 뒤집어 전 국민으로 대상을 확대했다. 공공의대 설립 때도 그랬고, 부동산 정책도 마찬가지다. 자신들이 합의한 내용을 여러 차례 번복하면서 결과적으로 양치기 소년이 됐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대통령 임기도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 이렇게 정부와 갈등 양상으로 가는 건 우리 당에도 도움이 안 될 것 같다”며 “의견이 다를 때 정말 치열하게 싸우고 대신 합의를 했으면 따라줘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당이 이렇게 일방통행하는 모습을 계속 보이는 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며 “전 국민 재난지원금으로 얻을 수 있는 표보다 이번 갈등으로 잃게 될 표가 더 많을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민주당이 당정협의를 가볍게 여기는 데는 기재부 등 정부의 무능이 원인이라는 비판도 있다. 정부가 민주당의 정치 논리를 압도할 만큼 정책을 세밀하게 만들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이번 5차 재난지원금 또한 선별지급 기준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형평성 논란이 일었다. 이는 민주당에 전 국민 지원의 빌미가 된 게 사실이다.


의지도 문제다. 기재부 경우 홍 부총리가 각종 사안마다 입장을 밝혀왔지만 여당과 반대 의견일 경우 뜻을 끝까지 펼쳐본 적 없다. 홍 부총리는 지난해 주식 양도세 부과 기준을 놓고 여당과 갈등을 빚을 당시 사직 의사까지 밝혔지만 결국 자리를 지켰고, 양도세 문제는 여당 뜻대로 됐다.


일부 언론에서는 홍 부총리가 그동안 정치권에 9번 맞서 9번 물러섰다고 평가한다. 한 차례도 자신 뜻을 끝까지 관철한 적 없어 ‘홍두사미’, ‘홍백기’ 등 조롱 섞인 별명까지 얻었다. 일부에서는 홍 부총리가 “의견은 있어도 소신은 없다”고 깎아내리기도 한다. 전적을 보면 홍 부총리가 딱히 반박하기 힘들어 보인다.


3선 국회의원 출신 한 원로 정치인은 “표를 놓고 여야가 갈등하는 건 당연하지만 정부와 여당이 사사건건 부딪치는 건 어딘가 시스템이 잘못됐다는 의미”라며 “민주당이 역대 경험하지 못한 의석을 바탕으로 강공책을 고집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재난지원금은 이미 여당 뜻대로 흘러가는 분위기인데 앞으로 재원 마련이나 3차 추경 등을 놓고 당정 갈등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평소 같으면 청와대가 균형을 잡아줘야 하는데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대통령의 힘이 통할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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