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미션 투 댄스' 수어 안무에 전 세계 감동
다양한 피부색을 가진 사람들, 택배·사무·청소업 등 다양한 직업, 그리고 할아버지·할머니와 아이들 등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나와 어깨동무를 하고, 즐겁게 춤을 춘다. “우리가 춤추는 데 허락은 필요 없어”(We don't need permission to dance)라고 노래하면서.
또 이들은 엄지손가락을 펴고 나머지 손가락을 반쯤 구부린 채 몸을 위 아래로 긁는다. 또 왼손 손바닥을 펴고 그 위에 다른 쪽 손의 두 손가락을 펴 좌우로 움직인다. 양손을 브이자로 만들고 손을 흔든다. 이는 각각 ‘즐겁다’ ‘춤추다’ ‘평화’를 뜻하는 수어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지난 9일 공개한 신곡 ‘퍼미션 투 댄스’(Permission to Dance) 킬링 파트인 “나나나나나~”하고 노래하는 대목의 장면들이다. 이 곡은 영국 팝스타 에드 시런(Ed Sheeran)이 작곡했다. 유튜브에 따르면 이 곡의 뮤직비디오는 공개 24시간 만에 7230만 조회수를 기록했고, 공개 시점에 최대 동시 접속자 수 230만 명을 넘기며 역대 네 번째 유튜브 프리미어 뮤직비디오 시청 기록도 달성했다.
뮤직비디오가 화제가 되는 이유는 이들이 음악에 그리고 있는 화두 때문이다. ‘퍼미션 투 댄스’를 통해 방탄소년단은 ‘공존’을 노래한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세계 각국의 사회적 갈등은 심화됐다. 그 중에서도 각국에 내재돼 있던 경제적 불평등이나 인종차별은 특히 심각하다. 코로나19는 중국 우한을 중심으로 퍼져나가 확산 초기부터 중국에 대한 비판이 거셌다. 중국에 대한 공격은 이후 한국인을 포함한 아시아계 전체로 확산됐다. 미국 내 인권단체인 ‘아시아·태평양계에 대한 증오를 멈추라’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1년여간 무려 3800여건에 달하는 아시안 혐오범죄가 발생했다.
이런 상황에서 방탄소년단의 뮤직비디오는 많은 사람에게 울림을 줬다. 엘튼 존은 지난 11일 자신의 SNS에 “모든 것이 다 잘 되고 있다고 느껴지면 난 BTS의 ‘퍼미션 투 댄스’를 따라불러”라고 적었다. 이는 ‘모든 게 잘못된 것 같을 때 엘튼 존의 노래를 따라 부르자’는 방탄소년단 노랫말을 패러디한 것이다.
세계적 스타들이 극찬한 데 이어 WHO(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도 감사인사를 전했다. 테워드로스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지난 11일 SNS에 “‘퍼미션 투 댄스’의 뮤직비디오에 수어를 활용한 방탄소년단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그는 “수어는 15억 명의 청각장애인들이 삶의 활력이 되는 음악을 즐길 수 있게 했다”고 전했다.
지난 9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한 방탄소년단 팬이 “청각장애를 가진 사촌 동생과 뮤직비디오를 시청했다”며 “사촌 동생이 ‘와 나한테 춤추라는데’라며 행복해했다. 이를 듣고 우는 중”이라고 후기를 전했다. 해외에서도 방탄소년단의 안무를 보고 감동받아 눈물을 흘렸다는 후기가 이어졌다.
곡 자체로도 높이 평가되고 있지만 상상 이상의 주목을 받게 되는 건 그간 방탄소년단이 음악적 활동을 통해 보여줬던 메시지들 때문이다.
지난 5월 CBS 미국 토크쇼 ‘더 레이트 쇼 위드 스티븐 콜베어’에 출연해 ‘버터’를 수어로 표현하기도 했다. 멤버 뷔는 팬데믹 시대에 졸업하는 학생들에게 메시지를 전하면서 “축하한다”는 수어 동작을 선보이기도 했다. 2019년에는 멤버 RM이 청각장애 학생들의 음악 교육에 써달라며 특수학교인 서울삼성학교에 1억원을 기부했다.
팬데믹 이후 발매한 ‘다이너마이트’(2020년 8월 발매)로 불안감에 빠진 이들에 응원과 희망을 건네고, ‘라이프 고스 온’(2020년 11월 발매)으로 일상으로의 복귀에 대한 바람을, ‘버터’(2021년 5월)로 함께 춤을 출 것을 제안했다면 이번 ‘퍼미션 투 댄스’(2021년 7월 발매)를 통해 앞서 꿈꿔온 바람들이 이뤄진다. 펜데믹 이후 내놓은 곡들이 하나의 시리즈처럼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특히 이 곡의 마지막 부분은, 방탄소년단은 물론 팬데믹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인물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나오는데, 마지막에선 모두 마스크를 집어던진다. “우리가 춤을 추는 데 허락은 필요 없다”는 염원을 곡에 녹여내면서 방탄소년단은 시대의 공감과 공존을 노래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