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영화제 시네파운데이션 부문 최고 성적
저스틴 전·코고나다, 애플 TV 플러스 '파친코' 공동연출
코로나19로 인해 2년 만에 열린 제 74회 칸국제영화제에서 한국 작품이 경쟁작으로 초청되진 못했지만 봉준호 감독의 개막 선언과 배우 송강호가 심사위원, 이병헌이 여우주연상 시상자로 무대에 오르며 한국 영화인들의 저력을 보여준 자리가 됐다. 여기에 한국인과 한국계 영화인들도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작품으로 활약하며 가능성을 인정 받았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의 윤대원 감독은 졸업작품 '매미'로 제74회 칸국제영화제 학생 경쟁 부문 시네파운데이션에서 2등상을 수상했다.
시네파운데이션 부문은 전 세계 영화 전공 학생들의 졸업작품을 대상으로 하는 부문으로, 신예를 발굴하는 등용문으로 불린다. 앞서 조성희 감독이 2009년 제62회 칸 영화제에서 '남매의 집'으로 3등상을 수상한 것이 최고 성적이었다. 이외에도 2019년에는 연제광 감독의 '령희', 2020년에는 김민주 감독의 '성인식'이 초청됐다.
'매미'는 서울 남산 소월길에서 몸을 파는 트랜스젠더에게 옛 친구가 찾아오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로, 육체에 갇힌 성 정체성에 대한 내용을 그린 17분짜리 단편 영화다. '매미'는 칸 영화제로부터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묘한 긴장감과 이어지는 갈등의 폭발, 예측할 수 없는 엔딩으로 끌고가는 강렬한 스토리가 매력적"이라는 심사평을 받았다.
윤대원 감독이 사회적으로 차별과 편견의 시선을 딛고 사는 트렌스젠더의 삶을 대변한 작품으로 세계 무대에서 성과를 보여줬다는 점이 의미를 더한다. 윤 감독은 2019년 미쟝센 단편영화제, 정동진독립영화제, 부산이음영화제,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등에서 선보였던 '봄밤'에 이어 두 번째 퀴어 작품이다.
윤 감독 뿐만 아니라 재미교포 저스틴 전, 코고나다 감독도 칸 영화제에서 주목 받았다.
저스틴 전 감독은 한국에서 미국으로 입양된 남자의 녹록치 않은 삶을 담은 '블루 바유'로 칸 영화제의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됐다. '블루 바유'에서는 연출과 주연을 모두 저스틴 전 감독이 맡았다. 이번 작품은 실제 입양아였던 자신의 친구의 이야기에서 착안했다.
전 감독의 '블루 바유'는 제93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 제78회 골든글로브에서 외국어작품상을 수상한 '미나리'에 이어 미국 한인 입양아의 아픔을 그려 '제2의 미나리'로 주목받기도 했다.
전 감독은 배우로 영화계에 발은 케이스다. 영화 '트와일라잇', '프롬 더 러프', '행 루즈', 이노센스 블러드', '무법도시' 등에 출연하며 배우로 활동하다 2014년 코미디 영화 '맨 업'으로 메가폰을 잡았다. 전 감독은 1992년 LA 폭동을 그린 '국'과 미국 한인 남매의 아버지 부양 과정을 그린 '미쓰 퍼플'로 재미교포의 정체성을 다루기 시작했으며 미국과 프랑스에 각각 입양돼 서로의 존재를 모르고 살던 쌍둥이의 만남을 담은 '트윈 시스터즈'의 총괄 프로듀서를 맡아, 입양과 이민자의 삶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왔다.
한국계 코고나다 감독이 연출한 '애프터 양'도 '블루 바유'와 함께 주목할 만한 시선에 올랐다. 코고나다 감독은 존 조 주연 영화 '콜롬버스'가 선댄스 영화제 등 유수의 영화제에서 이름을 알렸다.
'애프터 양'은 콜린 파렐 주연의 SF영화로 입양한 딸의 오빠 역할을 하던 로봇 양이 작동을 멈추자 그를 되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가족의 이야기를 다뤘다. '애프터양'에서는 입양이란 연결고리를 통해 기계화된 사회 속에서 인간성이 남아있는 미래 인류의 정체성을 짚어내는 메시지를 담았다는 평이다.
칸 영화제 일정을 마친 이들은 다음 행보에 박차를 가한다. 윤 감독은 이번 수상을 기점으로 장편 영화를 준비 중이다. 꿈에 중독된 한 여자의 이야기를 원초적인 감각과 신체적인 경험을 중심으로 이야기의 시나리오를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저스틴 전, 코고나다 감독은 윤여정 주연의 애플 TV 플러스 '파친코' 공동연출로 다시 한 번 전세계 대중과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