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협정 68주년, 유엔군 화장터 찾아
연천 화장터 방문은 대권주자 중 처음
"파주 적군묘지 성역화, 북한군 추모
현 정권은 물론 타 대권주자와도 대비"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테마 있는' 대권행보가 시선을 끌고 있다. 표심 공략이라는 이름 아래 펼쳐지는 아날로그식 현장 행보가 아닌, 시기와 시점에 맞는 현장 행보를 위한 고민이 녹아있다는 분석이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28일 공개 일정 없이 여의도 대선캠프에서 회의를 가졌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향해 1대1 회동을 제안한 것 외에 달리 현장 행보가 없었다. 지난 26일 대선 예비후보 등록, 전날 경기 연천의 유엔군 화장장을 찾은데 이어 이번주 들어 처음으로 공개 일정 없는 하루를 보냈다.
차기 대권 지지율이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지만 '추격자'의 입장에서는 하루하루가 금쪽 같은 시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 일정을 굳이 만들지 않은 것은, 행보 하나를 하더라도 진정성과 의미가 녹아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최 전 원장의 주초 일정을 보면 지난 26일은 '청년', 전날은 '유엔군' 등으로 시점에 맞춘 테마가 뚜렷하다.
최재형 전 원장은 지난 26일 오전 경기 과천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청사를 직접 찾아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최 전 원장은 예비후보 등록 직후 SNS에 고독사한 청년 사례를 언급했다.
31세 청년이 고독사한 6평 오피스텔에서 150여 장의 이력서가 발견됐다는 사례를 언급한 최 전 원장은 "이 시대의 청년들이 내일에 대한 희망을 잃어가고 있다"며 "대한민국이 다시 희망을 갖고 살아갈 수 있는 나라가 되도록 모든 것을 던져 싸우겠다"고 천명했다.
이어 같은날 오후에는 국민의힘 청년당원들과 신촌에서 간담회를 갖고 애환을 경청했다. 최 전 원장은 내달 중 있을 대권 도전 선언에서도 청년 문제를 전면에 내세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대선 예비후보 등록 과정 전체를 '청년'에 초점을 맞춘 셈이다.
최재형 캠프의 종합상황실장을 맡고 있는 국민의힘 김영우 전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에서 "최재형 전 원장의 심성이 워낙 애를 쓰고 있는 젊은이들에 대해 굉장한 애정을 갖고 있다"며 "출마선언문에 헌법정신 등과 함께 청년·일자리 문제에 대한 전반적인 비전과 철학을 담을 예정"이라고 예고했다.
전날에는 경기 연천의 유엔군 화장터를 방문하고 실향민 간담회를 가졌다. 주요 대권주자 중 유엔군 화장터를 찾은 것은 최 전 원장이 처음이다. 6·25 전쟁 중 4만667명에 이르는 유엔군 전사자 중 서부전선 전사자들은 연천의 화장터에서 화장된 뒤, 유골함에 담겨 본국으로 송환됐다. 유엔군 화장터는 전후 폐허가 돼 존재조차 잊혀졌다가, 이명박정부 시기인 지난 2008년 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전날은 정전협정 68주년이 되는 날이며 '유엔군 참전의 날'이기도 했다. 이에 때맞춰 부친 고 최영섭 해군 예비역 대령이 6·25 참전용사이기도 한 최 전 원장이 유엔군 화장터를 방문한 것은 매우 의미가 깊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의원실 관계자는 "현 정권 들어 파주 적성면의 적군묘지에서 민주당 의원이 참석한 가운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군인 추모제'가 열리고, 평화공원을 조성해 성역화하려고 하는 등 국군과 유엔군이 함께 싸워 지켜낸 대한민국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많았다"며 "중공군의 대군을 격멸해 파로호(破虜湖)라 이름 붙인 화천 파로호의 명칭을 개칭하려는 공작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재형 전 원장의 7·27 유엔군 화장터 방문과 실향민 간담회는 정전협정일에 북한이 통신선을 다시 열어줬다며 환호작약하는 현 정권은 물론, 표심 공략이라는 미명 아래 지방 행보를 펼치는 다른 대권주자와도 대비되는 행보"라며 "현장 행보 하나하나를 고민해서 의미를 담으려는 진정성이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