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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아프리카돼지열병 공포…외식업계, 끝없는 악재에 ‘비명’


입력 2021.08.09 13:23 수정 2021.08.09 13:24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지난 8일 강원 고성 돼지 농장서 ASF 확진

외식업계, 잇단 악재…“먹거리 괴담 우려도”

유통업계, 예의주시…대응 논의책 미리 세우기도

서울의 한 백화점에 돼지고기가 진열되어 있다.ⓒ뉴시스

최근 강원도 고성에서 3개월 만에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진 사례가 나오면서 돼지 농가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외식업계의 시름도 커지고 있다. 확산될 경우 돼지고기 수급에 차질을 빚거나 관련 식품 소비가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9일 농림축산식품부와 아프리카돼지열병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에 따르면 지난 8일 강원 고성의 돼지농장에서 ASF 감염사례가 확인됐다. 지난 5월 강원 영월의 흑돼지 농장 이후 3개월여 만이다. 인근에 돼지농가 2곳이 3100여마리를 사육 중이어서, 추가 확산 우려도 있는 상황이다.


ASF는 전염되기 쉽고 치명적인 바이러스성 질병이다. 이 병에 걸린 돼지는 고열과 호흡 곤란을 거쳐 일주일 안에 대개 사망하기 때문에 ‘돼지 흑사병’으로도 불린다. 2019년 9월에는 경기도 파주·연천·김포, 인천광역시 강화까지 확산돼 방역당국이 긴장한 바 있기도 하다.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방역당국을 포함해 정부 전체가 긴장하고 있다. 올해 2분기 우리나라의 '밥상 물가' 상승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3위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상승률은 10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표적으로 달걀의 경우 57.0% 껑충 뛰었다.


여기에 ASF가 2019년처럼 확산될 경우 공급 부족으로 돼지고기 가격 마저 오를 수 있다.


서울 마포구 곱창전문점에서 직원이 영업 준비를 하고 있다.ⓒ뉴시스

외식업계는 ‘설상가상’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사태로 인해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호재없이 악재만 잇따른다는 하소연도 뒤따른다. 최근 식자재 가격급등에 인건비 부담까지 영업환경을 둘러싼 어려움은 갈수록 가중되고 있다.


특히 ASF 장기화에 따른 걱정이 가장 크다. 소규모 음식점의 경우 재고가 적어 돼지열병 확산으로 공급이 줄어들게 되면 곧바로 매입 비용 인상으로 이어져 부담이 커진다. 또 소비 위축과도 직결돼 전체적인 매출 감소도 피할 수 없게 된다.


다만 대부분의 외식업체들은 비축물량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어 단기적인 수급불안은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이미 돼지고기 가격은 들썩이고 있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ASF가 본격 확산할 경우 돼지고기값은 더욱 상승할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6일 기준 국내산 돼지고기 냉장삼겹살 100g의 소매 가격은 2584원으로 평년보다 18.5% 높다.


특히 돈가스, 김치찌개, 삼겹살 등 돼지고기가 들어간 음식이 워낙 많다 보니 식당가의 불안감이 크다. 당장 가격을 올린 가게는 드물지만, 사태가 길어지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 이미 상인들에게는 2010~2011년 돼지고기 가격이 40% 이상 급등했던 악몽 같은 기억이 있다.


서울시 중구에서 돈가스 전문점을 하는 최모(50대)씨는 “돈가스는 조리 특성상 냉동육을 쓸 수 없다”며 “어제 경매가처럼 20% 이상 오른 고기 가격이 안 떨어지면 돈가스를 지금 가격으로 팔 수 없을 것 같다”고 전했다.


여기에 확인되지 않은 이른바 ‘먹거리 괴담’도 자영업자들의 속을 태운다. ASF는 인수공통전염병이 아니어서 감염된 돼지고기를 먹어도 인체에 해가 없지만 근거 없는 불안감을 호소하는 이들이 나오고 있다는 점도 하나의 고민거리다.


서울시 영등포구에서 국밥집을 운영하는 윤모(40대)씨는 “주말에 젊은 부부가 다녀갔는데, 뉴스에 돼지열병이 나오니 급하게 나를 불러 세우곤 이거 먹어도 괜찮은 거냐고 묻더라”며 “그 정도로 일반 사람들은 잘 모르기 때문에 장기화 될 경우 타격을 받을까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유통업계서도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 하고 있다. 당장 가시화 되는 피해는 없지만 일부 대형마트는 장기화에 따른 구체적인 대응책 논의마저 마쳤다. 만약 돼지열병이 장기화된다면 대형 유통업체들은 수입육을 대량 확보하거나, 냉동 비축물량으로 대체 한다는 방침이다.


한 대형마트 업계 관계자는 “현재 ASF로 인해 강원도 지역은 10일 오전 10시까지 이동제한이 있고, 폭염 영향 등의 영향으로 돼지 출하가 50%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당사의 경우 전국 각 지역 농장 및 가공장과 거래하고 있어서 당장은 물량 수급에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예상되나, 향후 이동제한 지역 확대시 차질 발생 가능성이 있다”며 “전주부터 금주간 매입 가능한 물량을 최대한 매입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대형마트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초기단계이기도 하고, 발병지가 다소 외진 강원도 고성 쪽이다보니 확산세를 지속 예의주시하고 있는 단계”라며 “사태가 장기화 될 경우 수입산 돈육 물량을 더 확보할 예정이다. 다만 수입산 시세도 함께 급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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