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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코로나·청탁금지법 삼중고…타들어 가는 농심


입력 2021.08.09 14:12 수정 2021.08.09 14:12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한 달 넘게 계속된 폭염에 피해 급증

강화된 거리 두기로 명절 특수 실종

권익위 청탁금지법 민간 확대 검토까지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발효된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성동구의 한 대형마트 앞에 설치된 온도계가 39도를 나타내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한 달 넘게 이어지는 폭염으로 농작물과 축산, 양식업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내달 추석을 앞둔 상황에서 강화된 사회적 거리 두기 탓에 명절 특수도 기대하기 어렵다. 게다가 최근 국민권익위원회가 공직자뿐만 아니라 민간 부문에까지 일명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적용 권고를 검토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그야말로 농민들은 삼중고를 겪는 모습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역마다 다소 차이를 보이더라도 지난달 1일부터 시작한 폭염이 한 달이 지난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9일 현재도 수도권과 충청·전라도 일대에 폭염경보가 발령 중이다.


이번 폭염으로 강원지역 8개 시군에서 9630마리 가축이 폐사했다. 강원도 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원예시설 140곳과 감자 22건, 고랭지배추 8건 등 179건 폭염 피해가 이어졌다. 어업 또한 2개 시·군에서 송어 1849마리, 동자개 25만 마리, 메기 15만 마리 등 약 40만 마리 양식 물고기가 폐사했다.


7월 한 달 동안 충북에서 폭염으로 폐사한 가축은 1만7000여 마리에 달한다. 전북 고창군도 지난달 폭염으로 19개 농가에서 가축 1만1043마리가 폐사했다.


경남지역도 비슷하다. 경남도에 따르면 이번 여름 경남에서는 닭 38만2300마리와 돼지 1만1200마리, 오리 2900마리 등 모두 41만2000마리가 폐사했고 경남 최대 양식 활어 산지인 통영에서는 양식장 12곳에서 89만 마리의 물고기가 높아진 기온을 견디지 못했다. 경남지역 전체로는 9일 현재까지 양식어류 237만 마리가 폐사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지난달 2700마리가 폐사한 경남지역 한 양계농가는 “한 달 가까이 폭염이 이어지면서 아무리 환풍기를 돌리고 물을 뿌려도 온도가 40도 이하로 잘 떨어지지 않는다”며 “(냉방) 시설 개선에도 한계가 있어 더 힘들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처럼 폭염으로 농·축·수산물 피해가 늘어나는 가운데 휴가철과 추석 명절 특수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전국에 걸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화되면서 농·축산물 거래가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원도 경우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가 적용되면서 도매시장에서 판매되는 농산물 거래량이 30% 가까이 줄었다. 새벽시장 또한 방문객이 크게 줄면서 농산물 판매가 40%가량 감소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이 현장 점검에 나섰지만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김현수 장관은 경기도 포천시 육계 사육농장을 방문해 “비가 오고 난 이후 습도가 높은 상황에서 폭염이 지속하면 열 스트레스로 인해 가금이 폐사하는 사례가 많았다”며 “축사 내 온도와 습도 조절을 위해 환풍기 등 냉방·습도 조절 장치 지속 가동, 적정 사육밀도 준수 및 가축에게 충분한 영양제 공급 등 가축 폐사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문성혁 장관 또한 부산 기장군을 찾아 “최근 부산·경북지역을 중심으로 양식어류 폐사가 발생하는 등 폭염 피해가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으므로 해수 수온정보를 신속히 제공하고 가능한 조기출하를 독려하는 등 양식어업인에 대한 적극적인 지도와 홍보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폭염과 사회적 거리 두기로 농·축·수산업이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지난 4일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는 민간 부문에도 청탁금지법 적용을 권고하겠다고 나서 농어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권익위는 이달 안으로 청탁금지법 선물 가액 기준을 민간 부문에도 적용하는 청렴 선물 기준 권고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현행 청탁금지법은 공무원과 이해관계자 등에 농·축·수산물 선물 한도를 10만원까지로 규정하고 있다. 다만 지난해 추석과 올해 설에는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선물 가액을 20만원으로 높인 바 있다.


권익위는 “매년 명절마다 시행령을 개정해 선물 가액을 조정하는 것은 법 취지를 훼손하고 청렴 사회를 향한 의지 약화로 보일 수 있다”며 권고안 마련 이유를 설명했다. 권익위는 “일반 국민이나 민간 기업이 자율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권고 성격의 윤리강령”이라며 “명절이나 경제 상황 등을 고려해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전국한우협회와 한국수산산업총연합회 등 관련 업계에서는 즉각 반대 성명을 내놓았다. 권익위 권고대로 청탁금지법 적용을 민간부문까지 확대할 경우 명절 특수를 기대할 수 없어 타격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전국한우협회는 “청탁금지법이 시행된 후 급격한 소비위축이 일어난 결과가 일어났다”며 “민간부문까지 범위를 확장해 경제 활성화 효과를 기대한다는 권익위의 생각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발했다.


한국수산산업총연합회도 “권고안이 자율 적용이라 해도 국민 입장에서는 이를 규제로 받아들일 것”이라며 “청렴 문화 민간 확산을 위해 권고안을 추진한다면 적어도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벗어나 경제·사회적 안정을 이루고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뒤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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