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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손이 주도하던 미술 시장, 이제는 플랫폼과 MZ세대가 이끈다


입력 2021.08.27 14:21 수정 2021.08.27 14:21        김준평 기자 (kimjp234@dailian.co.kr)


ⓒ테사에서 거래 중인 데미안 허스트 작품(출처: 테사)

미술품 시장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미술품 시장은 소수 부유층과 거물 판매상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폐쇄적 구조를 띄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 이후 전시 및 판매가 대부분 온라인으로 전환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코로나19 이전까지 미술 시장에서는 ‘큰손’들 영향력이 절대적이었다. 대표적인 큰손이 바로 ‘슈퍼 딜러’들이다. 슈퍼 딜러는 아트 딜러 중에서도 미술계에서 손에 꼽히는 유명 딜러들을 말한다. 좋은 작품과 아티스트를 알아보는 안목과 사업 수완으로 미술계 트렌드와 시장 가격 형성을 주도한다. 미국 미술계 양대산맥으로 꼽히는 래리 가고시안(Larry Gagosian)과 데이비드 즈위너(David Zwirner) 같은 이들이다.


가고시안은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미술 사업가’로도 불리는 슈퍼 딜러다. 가고시안은 원석이 될 아티스트를 직접 발굴하기 보다는 이미 시장에서 가치가 검증된 블루칩(우량) 아티스트 작품을 다루는 원칙을 고수한다. 탁월한 안목과 전략으로 손대는 작품마다 가격을 어마어마하게 올린다. 장-미셸 바스키아는 가고시안 손을 거치며 스타 반열에 올랐고, 데미안 허스트와 제프 쿤스는 가고시안 효과로 생존 작가 역사상 최고가를 기록할 수 있었다.


ⓒ미술품 분할 소유권을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 ‘테사’,(출처: 테사)

스타 작가를 전속으로 둔 거대 갤러리를 운영하며 미술시장을 쥐락펴락하고 있는 가고시안은 자주 입방아에 오르기도 한다. 가고시안의 사업 수완은 탁월하다 못해 냉혹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막대한 자본과 영향력을 악용한다는 것이다. 본인이 판매했던 작품을 다시 최고가로 사들여 작품 가치를 높이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즈위너는 여러 면에서 가고시안과 대조된다. 즈위너는 눈앞의 수익보다 성장 가능성을 중요하게 여긴다. 몸값이 오른 유명 아티스트를 선택하기보다는 가능성이 엿보이는 작가를 발굴해 블루칩 반열에 올려놓는다. 당장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아티스트가 본인만의 세계를 구축하도록 격려한다. 우선 아티스트가 스스로 만족할 수 있어야 좋은 미술품이 탄생하고 판매 성과로도 이어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 믿음은 결실로도 이어졌다. 도널드 저드, 고든 마타 클락 등 실험적 아티스트 전시는 즈위너 갤러리 이름을 크게 이름을 알리는 데 기여했다. 이처럼 아티스트를 우선하는 성향 덕분에 지난 2008년에는 아티스트들이 가장 좋아하는 갤러리로 즈위너의 갤러리가 꼽히기도 했다. 제프 쿤스, 쿠사마 야요이, 리처드 세라 등 가고시안 소속 아티스트들이 즈위너 갤러리로 이적하기도 할 정도다.


그러나 가고시안이나 즈위너 같은 슈퍼 딜러들이 절대적 영향력을 발휘하던 시대는 저물어가고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술 투자 시장은 과거와 달리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무대가 바뀌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가 이러한 현상을 앞당겼다. 온라인 전시와 경매가 늘면서 이러한 환경에 익숙한 젊은 세대가 몰렸다.


미술품 소유나 투자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비싼 가격도 이제 문제가 되지 않는다. 미술품 소유권을 분할해서 투자할 수 있는 ‘테사’와 같은 플랫폼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테사는 블루칩 아티스트들의 작품의 분할소유권을 국내에 판매하고 있다. 마르크 샤갈, 뱅크시, 데미안 허스트, 앤디 워홀 등 이 테사에서 거래됐거나 거래되고 있다.


기존 미술 시장이 슈퍼 딜러들을 중심으로 소수 수집가에게만 열려있었다면, 이제는 누구나 소액 투자로도 블루칩 작품을 ‘공유’할 수 있게 됐다. 미술 투자 플랫폼과 MZ세대 투자자들이 미술시장의 새로운 변화를 이끌고 있다.

김준평 기자 (kimjp23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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