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미술시장 현황과 과제 보고서
고부가가치 미술시장, 美·英·中 주도
한국, 미술관 소장품 등 인프라 취약
최근 국내에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미술 산업의 발전을 위해 물납제 등 제도적 지원책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글로벌 미술시장 현황과 과제’ 보고서를 통해 국내 미술시장이 지난 10년간 성장 정체상태라고 30일 밝혔다.
이에 미술품 물납제 등 산업 성장을 촉진할 제도적 기반과 세계적 아트페어를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등의 산업 육성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국내 미술시장은 2009년 4083억원에서 2019년 4146억원으로 10년 간 1.6% 성장하는 데 그쳤다. 반면 글로벌 미술시장은 선진국형 산업으로 발전해 지난 2019년 기준 644억달러(약 74조원) 규모로 성장했다.
2020년 세계 자동차반도체 시장 규모가 380억달러, 음반시장이 216억달러를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거대시장을 이루고 있는 셈이다.
산업발전의 플랫폼역할을 하는 거래시장의 경쟁력을 보아도 한국은 세계 15위 수준이다. 아트프라이스가 집계한 2019년 세계 순수미술(골동품 등 제외) 경매시장은 미국(46억1400만 달러), 중국(41억200만 달러), 영국(21억700만 달러) 등 3국이 주도하고 있다. 한국은 5500만 달러로 미국과 중국 보다 각각 84배, 74배 차이가 났다.
전경련은 국내 미술시장의 산업적 발전이 부진한 이유로 세계적인 미술관 등 미술산업 인프라가 충분치 않다는 점을 꼽았다.
전경련에 따르면 세계 주요 미술관의 소장품 현황을 살펴보면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MoMA)이 약 20만점, 영국 런던의 테이트모던 미술관이 6만6000여점의 작품을 소장한 것과 달리 국내 국립현대미술관(약 8500점), 서울시립미술관(약 5000점)등과 차이가 크다.
또 전경련은 작가의 작품 판매금액으로 볼 수 있는 국내 미술시장의 브랜드 경쟁력도 아직 위상 제고가 필요하다고 봤다.
아트프라이스가 집계한 연간 경매판매액 기준 1000대 작가 중 중국(395명), 미국(165명) 대비 한국은 21명의 작가가 이름을 올렸다. 중국의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 경제발전과 함께 중국 경매시장이 급성장했고, 더불어 중국 출신 작가들의 위상도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과 유럽 주요국은 제도를 통해 기부와 예술 향유문화가 일찍이 발전하면서 미술시장 선진국으로 발돋움했다. 1960년대부터 프랑스, 영국 등이 도입한 ‘미술품 물납제’는 상속세 등을 미술작품으로 대신 납부할 수 있도록 했다.
국내에서도 고(故)이건희 회장의 막대한 컬렉션이 주목받으며 미술계를 중심으로 물납제 도입 논의가 이어졌으나 결국 불발됐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국내 미술시장의 잠재력에 대한 관심과 기회가 높아지는 상황”이라며 “미술 선진국처럼 산업경쟁력을 높이는 제도적 지원과 산업 육성방안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