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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믿겠다는 북한…믿으라는 미국


입력 2021.10.01 04:31 수정 2021.09.30 23:41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김정은 "美가 제안하는

'조건 없는 대화'는 허울"

성 김, "北에 적대의도 없다"며

'조건 없는 대화' 기조 재확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개월여 만에 공개적으로 대남·대미 메시지를 내놓은 가운데 한국을 향해선 관계개선 가능성을 시사하면서도 미국에 대해선 '선(先) 적대시 정책 철회'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미국 역시 "적대의도가 없다"는 점을 거듭 밝히며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았다.


북미 평행선 구도는 올해 초부터 △미국 "조건 없이 대화하자" △북한 "적대 정책부터 철회하라" △미국 "적대 의도 없으니 조건 없이 대화하자" △북한 "조건 없는 대화는 허울이고, 적대 정책부터 철회하라" △미국 "적대 의도 진짜 없으니 조건 없이 대화하자"는 순으로 기약 없이 이어지고 있다.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주인도네시아 미국대사)는 30일(현지시각) "미국은 북한에 적대적 의도를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을 다시 한번 분명히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날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한 호텔에서 노규덕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한미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진행한 뒤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북한과 상호 및 지역 현안의 모든 범위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열린 자세를 유지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미국의 관련 입장은 김정은 위원장의 대미 메시지에 '반박'하는 성격을 띤다는 평가다. 앞서 김 위원장은 전날 개최된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미국이 '외교적 관여'와 '전제 조건 없는 대화'를 주장하고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국제사회를 기만하고 저들의 적대행위를 가리기 위한 허울에 지나지 않는다"며 "(조건 없는 대화는) 역대 미 행정부들이 추구해온 적대시 정책의 연장에 불과하다"고 말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새(로운) 미 행정부의 출현 이후 지난 8개월간의 행적이 명백히 보여준 바와 같이 우리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위협과 적대시 정책은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다"며 "오히려 그 표현형태와 수법은 더욱 교활해지고 있다"고도 했다.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왼쪽)과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30일(현지시각)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한 호텔에서 한반도 문제에 대한 협의를 마치고 발언하고 있다. ⓒ외교부

한편 한미는 이날 협의를 통해 대북 인도적 지원 가능성을 거듭 피력하기도 했다.


성김 대표는 "국제적 기준에 맞는 접근과 모니터링"을 전제로 "우리(한미)는 인도주의적 관심 분야를 위해 북한과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북한 비핵화 진전과 별개로 북한 주민을 위한 인도적 지원에 나설 수 있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양국은 북한 미사일 도발에 대한 평가도 공유했다. 김 대표는 "북한의 최근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깊은 우려를 공유했다"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여러 결의(대북제재)에 위배되며, 북한의 이웃국가와 국제사회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최근 발사한 극초음속 미사일 등을 안보리 결의 위반으로 못 박으며 북한 군사행동이 '도발 행위'라는 점을 우회적으로 강조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노규덕 본부장은 "한미는 북측의 담화와 연설, 미사일 발사 등 최근 한반도 상황에 대한 종합적이고 심도 있는 평가를 공유했다"며 "이런 평가를 바탕으로 한반도의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한 대화와 외교가 시급하다는 데 의견일치를 봤다"고 말했다.


북한 미사일을 콕 집어 '우려를 공유했다'는 미국과 달리, 한국은 미사일 문제를 '한반도 현안'으로 포장해 '평가를 공유했다'며 톤 조절에 나선 모양새다. 이는 북한 군사행동을 '도발'로 규정하지 말라는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의 요구를 수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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