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룡' 이재명 관련돼 정치적 해석 봇물에도 침묵
일각서 국정·선거 악영향 우려한 입장이란 해석
친이재명 진영선 '靑-이낙연 거래' 음모론 제기도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에 대한 "엄중하게 지켜보고 있다"는 청와대의 입장이 여러 정치적 해석을 낳고 있다. 해당 의혹이 여당의 유력 대권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와 관련돼 있다는 점에서 파장이 커지고 있지만, 청와대는 확대 해석을 경계하며 다시 침묵 모드에 들어갔다.
대장동 의혹과 거리를 둬 온 청와대가 처음으로 입장을 낸 건 지난 5일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해당 의혹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고 공세하는 것에 대한 청와대 입장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엄중하게 생각하고 지켜보고 있다"고 답했다.
짧은 말 한마디였지만, 파장은 컸다. 당장 연루 의혹이 제기된 이 지사에 시선이 쏠렸다. 이번 사태가 LH 사태처럼 정국을 뒤흔들고 있고, 유력 대권주자와 관련돼 있는 만큼 국정과 선거 자체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다. 그러자 이 지사 측은 곧바로 "청와대가 큰 사건이 벌어지면 늘 쓰는 표현"이라고 일축했다.
친이재명 진영에서는 청와대와 이 지사의 '경쟁자'인 이낙연 전 대표 측과 '모종의 거래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음모론이 제기됐다. 이 지사와 문 대통령이 지난 대선 때 갈등을 빚은 것, 이 전 대표가 자주 사용하는 '엄중' 표현을 썼다는 것 등이 주장의 근거로 거론된다.
이 지사 측근으로 알려진 정봉주 열린민주당 전 최고위원은 최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이재명과 대척점에 서서 정치적으로 대결했던 민주당 정치의 한 축, 이름을 말하지 않아도 다들 누군지 알 것"이라며 "그분들이 청와대와 민정, 정무 라인 등과 소통하고 특정 캠프와 손잡고 이재명 죽이기를 위해 함께 움직이고 있다는 첩보가 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이 지사가 '엘시티 게이트'를 다시 조사해 연루자들을 모두 처벌하겠다는 뜻을 밝힌 시점과 맞물린다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 지사는 지난 2일 부산·울산·경남 경선에 이어 지난 5일 서울지역 공약 발표에서도 엘시티 비리 의혹을 언급하며 "제게 권한이 생기면 재조사해서 전부 다 감옥에 보낼 생각"이라고 밝혔다.
엘시티 비리 의혹에는 주로 야권 인사들이 수사 물망에 올랐지만, 일부 여권 인사들의 연루 가능성도 꾸준히 거론됐다. 당시 야당의 대권 주자였던 문 대통령도 연루설에 휩싸인 바 있다. 문 대통령은 2016년 한 방송 인터뷰에서 자신의 연루 의혹을 부인하며 "특혜 과정에 야당 사람들이 영향을 미칠 만한 위치에 있어본 적이 없다. (여당이) 야당에 의혹을 뒤집어 씌우는 정치 공작을 하고 있다"고 했다.
청와대 사정을 잘 아는 정치권의 한 인사는 "정국에 미칠 영향 등을 예의주시하겠다는 것"이라며 "이 지사에 대한 우려도 담겨 있다고 봐야 한다"고 해석했다.
청와대는 여러 정치적 해석에 대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대선 정국과 철저히 거리를 두며 중립을 지키겠다는 기조인 만큼, 불필요한 해석을 양산할 수 있는 언급은 삼가겠다는 것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전날 기자들과 만나 "엄중히 생각하고 지켜보고 있다는 동일한 말씀을 다시 드린다"며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