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투자하고도 나홀로 대출 불참
쏠쏠한 수익 거둔 금융사들과 대조
KB국민은행이 최근 특혜 의혹에 휩싸인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개발 사업에 투자자로 참여하고도 현실적으로 아무런 수익을 거두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은행 등 컨소시엄에 참여한 다른 금융사들이 시행사인 화천대유자산관리에 저마다 거액의 대출을 내주고 쏠쏠한 이자 수익을 챙긴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덕분에 국민은행은 논란에서 한 발 빗겨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된 모양새지만, 시장에서는 금융 공학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행보란 반응도 나온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장동 개발을 위한 특수목적법인인 성남의뜰에 주주로 참여한 금융사는 하나은행과 국민은행, IBK기업은행, 동양생명, 하나자산신탁 등 다섯 곳이다.
해당 금융사들은 하나은행 컨소시엄 이름으로 성남의뜰의 우선주 지분 46.24%를 확보했다. 금융사별 지분율은 ▲하나은행 15.06% ▲국민은행 8.6% ▲기업은행 8,6% ▲동양생명 8.6% ▲하나자산신탁 5.38% 순이다.
이들을 포함한 금융권은 화천대유에 6000억원이 넘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내주고 수백억원의 이자를 거뒀다. 하나은행과 기업은행, 동양생명 등을 비롯한 9개 금융사는 2018년 9월 화천대유에 3년 계약으로 총 6060억원을 빌려줬다. 연 대출 금리는 4.75% 혹은 4.25%로, 이를 통해 발생한 이자는 최대 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눈에 띄는 대목은 국민은행이 이 목록에서 빠져 있다는 점이다. 성남의뜰 컨소시엄에 동참한 금융사들 중 하나은행의 관계사인 하나자산신탁을 제외하면, 화천대유을 상대로 한 PF 대출에 불참한 곳은 국민은행뿐이다. 도리어 성남의뜰 지분이 없는 농협은행과 수협은행, 농협생명, 하나생명, DB손보, 미래에셋캐피탈이 대출에 동참했다.
◆돈 벌 기회 피해간 행보에 '물음표'
결국 대장동 사업과 관련한 국민은행의 수익은 제로에 가까웠다. 6000억원에 달했던 성남의뜰의 배당금은 금융권의 몫이 아니었다. 성남도시개발공사와 화천대유 등 다른 핵심 주주의 이익을 사전에 우선 확정하기로 한 방식의 협약 탓이다.
실제로 지난해까지 최근 3년 간 성남의뜰이 배당한 5903억원 중 컨소시엄에 참여한 5개 금융사에 지급된 돈은 32억원에 불과했다. 이들이 성남의뜰에 납입한 자본금이 21억5000만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개별 금융사의 배당 수익은 각각 수억원에 그친다는 계산이다.
반면 지분율이 1%에 불과한 화천대유는 577억원에 달하는 배당을 챙겼다. 화천대유 관계자들로서 SK증권 신탁을 통해 성남의뜰 주주로 합류한 천화동인 1~7호 역시 6%의 지분만으로 3463억원을 배당금을 수령했다. 대장동 사업을 둘러싼 잡음의 이유다.
금융권에서는 국민은행의 결정을 두고 의구심이 일고 있다. 개발 컨소시엄에서 금융사의 지분 참여는 결국 PF 대출에 대한 기대 때문인데, 정작 실익을 낼 수 있는 지점에서 발을 뺀 국민은행의 결정은 의아할 수밖에 없다는 평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업에 참여해야만 했던 다른 압박적 요인이 있었던 게 아니라면, 대장동 사업을 둘러싼 국민은행의 움직임은 비즈니스적으로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다만 국민은행 관계자는 "지분 투자가 들어갔어도 상황에 따라 PF 대출이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며 "이런 측면에서 대장동 사업도 특수한 경우는 아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