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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민은행, 대장동 사업 왜 참여했나 '미스테리'


입력 2021.10.12 06:00 수정 2021.10.12 11:40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지분 투자하고도 나홀로 대출 불참

쏠쏠한 수익 거둔 금융사들과 대조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 전경.ⓒKB국민은행

KB국민은행이 최근 특혜 의혹에 휩싸인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개발 사업에 투자자로 참여하고도 현실적으로 아무런 수익을 거두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은행 등 컨소시엄에 참여한 다른 금융사들이 시행사인 화천대유자산관리에 저마다 거액의 대출을 내주고 쏠쏠한 이자 수익을 챙긴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덕분에 국민은행은 논란에서 한 발 빗겨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된 모양새지만, 시장에서는 금융 공학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행보란 반응도 나온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장동 개발을 위한 특수목적법인인 성남의뜰에 주주로 참여한 금융사는 하나은행과 국민은행, IBK기업은행, 동양생명, 하나자산신탁 등 다섯 곳이다.


해당 금융사들은 하나은행 컨소시엄 이름으로 성남의뜰의 우선주 지분 46.24%를 확보했다. 금융사별 지분율은 ▲하나은행 15.06% ▲국민은행 8.6% ▲기업은행 8,6% ▲동양생명 8.6% ▲하나자산신탁 5.38% 순이다.


이들을 포함한 금융권은 화천대유에 6000억원이 넘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내주고 수백억원의 이자를 거뒀다. 하나은행과 기업은행, 동양생명 등을 비롯한 9개 금융사는 2018년 9월 화천대유에 3년 계약으로 총 6060억원을 빌려줬다. 연 대출 금리는 4.75% 혹은 4.25%로, 이를 통해 발생한 이자는 최대 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눈에 띄는 대목은 국민은행이 이 목록에서 빠져 있다는 점이다. 성남의뜰 컨소시엄에 동참한 금융사들 중 하나은행의 관계사인 하나자산신탁을 제외하면, 화천대유을 상대로 한 PF 대출에 불참한 곳은 국민은행뿐이다. 도리어 성남의뜰 지분이 없는 농협은행과 수협은행, 농협생명, 하나생명, DB손보, 미래에셋캐피탈이 대출에 동참했다.


◆돈 벌 기회 피해간 행보에 '물음표'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개발을 위한 특수목적법인인 성남의뜰의 지분 구조와 주주별 배당금 규모.ⓒ연합뉴스

결국 대장동 사업과 관련한 국민은행의 수익은 제로에 가까웠다. 6000억원에 달했던 성남의뜰의 배당금은 금융권의 몫이 아니었다. 성남도시개발공사와 화천대유 등 다른 핵심 주주의 이익을 사전에 우선 확정하기로 한 방식의 협약 탓이다.


실제로 지난해까지 최근 3년 간 성남의뜰이 배당한 5903억원 중 컨소시엄에 참여한 5개 금융사에 지급된 돈은 32억원에 불과했다. 이들이 성남의뜰에 납입한 자본금이 21억5000만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개별 금융사의 배당 수익은 각각 수억원에 그친다는 계산이다.


반면 지분율이 1%에 불과한 화천대유는 577억원에 달하는 배당을 챙겼다. 화천대유 관계자들로서 SK증권 신탁을 통해 성남의뜰 주주로 합류한 천화동인 1~7호 역시 6%의 지분만으로 3463억원을 배당금을 수령했다. 대장동 사업을 둘러싼 잡음의 이유다.


금융권에서는 국민은행의 결정을 두고 의구심이 일고 있다. 개발 컨소시엄에서 금융사의 지분 참여는 결국 PF 대출에 대한 기대 때문인데, 정작 실익을 낼 수 있는 지점에서 발을 뺀 국민은행의 결정은 의아할 수밖에 없다는 평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업에 참여해야만 했던 다른 압박적 요인이 있었던 게 아니라면, 대장동 사업을 둘러싼 국민은행의 움직임은 비즈니스적으로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다만 국민은행 관계자는 "지분 투자가 들어갔어도 상황에 따라 PF 대출이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며 "이런 측면에서 대장동 사업도 특수한 경우는 아니다"고 해명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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