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무효표 처리' 없으면 결선투표 가능
지지자들 "사사오입 철회하라" 반발 커진다
與 경선 후 컨벤션효과는커녕…내홍 불가피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줄곧 압도적 과반을 해오던 이재명 경기지사가 10일 예상보다 저조한 득표율 50.29%로 최종 선출되면서 내홍이 불가피해졌다. 경선 경쟁자인 이낙연 전 대표는 사사오입 논란이 불거진 '무효표 처리' 문제와 관련해 공식 이의제기를 하는 등 경선 불복을 시사했다.
이재명 지사는 이날 민주당 서울지역 경선과 제3차 슈퍼위크 개표 결과 누적 득표율 50.29%로 민주당 20대 대통령 후보로 확정됐다. 아슬아슬하게 과반을 넘겨 2위 이낙연 전 대표와 결선투표를 치르지 않고도 본선에 직행할 수 있게 됐다. 민주당은 1위 한 후보가 과반을 득표하지 못할 경우 1, 2위 후보 간의 결선투표를 진행해야 한다.
與 경선 희비 가른 '무효표 처리'
반면 이낙연 전 대표 측은 당 선거관리위원회가 정세균 전 국무총리, 김두관 민주당 의원 등 경선 중도 포기자의 표를 '무효표' 처리한 것이 이재명 지사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반발했다. 만약 중도 포기자의 표를 '유효표' 처리했다면 이재명 지사의 최종 득표율은 49.3%까지 떨어져 결선투표가 가능해지는 상황이었다.
이낙연 캠프의 공동선대위원장인 설훈·홍영표 민주당 의원은 이날 입장문에서 "이낙연 캠프는 이날 밤 소속 의원 전원이 긴급 회의를 갖고 당 대선후보 경선 무효표 처리에 대한 이의제기를 규정된 절차에 따라 당 선관위에 공식 제출키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낙연 캠프는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대선후보 경선후보의 중도사퇴 시 무효표 처리가 결선투표 도입의 본 취지에 정면으로 반한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며 "11일 이와 같은 이의제기서를 당 선관위에 공식 접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낙연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인정할 수 없다"는 반응이 터져 나왔다. 민주당 경선을 생중계한 유튜브 '델리민주'에서는 '사사오입 철회하라' '사사오입 무효' '서울경선 조사하자' 등의 실시간 댓글이 이어졌다.
이낙연 전 대표 측은 경선 기간 내내 무효표 처리에 항의해왔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낙연 전 대표가 3차 슈퍼위크에서 62.37%를 득표해 뒷심을 발휘했음에도 결국 이것이 후보들의 희비를 가르는 결정적 요인이 된 셈이다.
'대장동 의혹' 이재명 휘청…이낙연 뒷심
과반 연승 행진을 보여왔던 이재명 지사는 3차 슈퍼위크에서 28.30%로 휘청였는데, 정치권 안팎에서는 '대장동 의혹'으로 이재명 지사에 대한 불안감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경선 막판 민심의 향배가 급선회한 것이라면 '대장동 의혹'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고 결선투표를 진행해야 한다는 이낙연 전 대표 측의 주장이 더욱 힘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이낙연계 핵심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참담하다. 국민들은 이렇게 현명한데 지도부가 과연 민심을 잘 따르고 있는지"라며 "향후 본선에 대한 걱정도 많이 든다"고 복잡한 심경을 밝혔다. 또다른 의원은 "캠프에서 무효표 처리에 대한 이의제기를 해왔는데 그 문제가 딱 걸려버린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낙연 전 대표는 이날 경선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제 마음이 정리되는 대로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그는 경선 결과에 승복하느냐는 질문을 여러 차례 받았지만 묵묵부답으로 일관한 채 자리를 떠났다. 이재명 지사를 향한 축하 메시지 역시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