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목표 초과하더라도 용인"
이르면 내주 중 보완 방안 발표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전세대출 등 주거 마련을 위한 실수요와 직결된 대출은 중단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고강도 가계부채 규제로 전세대출마저 차단될 수 있다는 우려에 여론이 악화되자 진화에 나선 모습이다.
금융당국 수장이 직접 대출 규제에 변화를 예고한 만큼, 구체적인 가계부채 추가 대책 발표 시점도 앞당겨질 전망이다.
고 위원장은 14일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투자자 교육플랫폼 알투플러스 오픈 기념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실수요자가 이용하는 전세대출이 중단되는 일이 없도록 올해 4분기 중 전세대출에 대해서는 유연하게 대응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는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규제로 인해 전세대출이 멈추는 사태는 없을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고 위원장은 "전세대출 증가로 인해 가계대출 잔액 증가율이 관리 목표를 초과하더라도 용인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가계부채의 연 증가율을 6%대 내에서 관리하겠다는 기존 방침에서 금융당국이 한 발 물러서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금융위는 올해 가계부채 증가율을 5~6%대로, 내년에는 4%대로 낮춘다는 내용의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지난 4월 발표해 둔 상태다.
고 위원장은 아파트 중도금이나 잔금을 치르기 위한 집단대출 역시 물꼬가 막히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못 박았다. 집단대출은 일정 자격요건을 갖춘 특정 차주들에게 공동 실행되는 여신이다. 신규 분양 혹은 재건축·재개발 아파트 입주 예정자 전체를 대상으로 취급되는 대출이 일반적으로, 중도금대출이 대표적 사례다.
고 위원장은 "집단대출의 경우 연말까지 잔금 대출이 공급되는 데 크게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면서 "그렇더라도 일부 사업장의 경우 애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모니터링하고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가계부채 규제 강화로 인한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전세대출 규제 제발 생각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까지 올라오는 등 대출 규제를 둘러싼 전세 실수요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실수요자 보호 대안 '키포인트'
이제 관심은 가계부채 추가 대책에 모아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당초 이번 달 내에 가계부채 보완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었으나, 이르면 다음 주에 발표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문재인 대통령까지 금융당국에 힘을 보태면서 금융당국의 행보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전세대출이 중단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금융위의 입장과 관련해 "서민 실수요자 대상 전세대출과 잔금대출이 일선 은행 지점 등에서 차질 없이 공급되도록 금융당국은 세심하게 관리하라"고 말했다.
결국 대책의 핵심은 전세대출 규제가 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로 은행 등 금융권의 전세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실수요자들의 불만이 커져 왔기 때문이다. 이에 시장에서는 금융당국이 실수요자 보호 차원에서 전세대출 규제에 대한 보완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세대출의 경우 현재 80~100%인 보증 비율을 축소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이렇게 되면 서민·취약계층의 타격이 커진다. 보증 비율을 낮추면 이자 부담이 늘어나고, 빌라 등 서민주택은 시중은행에서 전세대출을 거절당할 수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청와대까지 실수요자 보호를 강조한 만큼, 전세대출에 대한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 정도가 예상보다 강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