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청 "현재 방역수칙상 '2m 이상 거리두기' 유지되면 실외에선 마스크 벗어도 된다"
"'위드 코로나' 이후는 코로나19 일상회복지원위원회서 종합적으로 검토 중"
전문가 "의료진도 헷갈려…야외 마스크 착용 여부, 정부가 정확하게 지침 내려줘야"
"위원회 전문성·투명성이 급선무…의료진·역학조사관 충원되고 의료시스템 개선돼야"
정부는 다음달 11월부터 단계적 일상 회복을 뜻하는 '위드(with) 코로나'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위드 코로나'가 2주 앞으로 다가온 현재까지 마스크 방역지침조차 제대로 정립되지 못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공원도 야외고 버스정류장도 야외인 만큼 야외에서 마스크 착용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정부가 정확하게 지침을 내려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이렇게 준비도 덜 된 상황에서 정부가 연일 '위드 코로나'만 외치고 있다는 비판 여론도 고조되고 있다.
지난 7월 정부는 백신 접종 완료자에 대한 혜택(인센티브) 내용에서 코로나19 백신 1차 이상 접종자에게 실외에서 마스크를 착용할 의무를 해제한다고 밝혔지만, 이후 확진자의 급증에 따라 실내·외 마스크 착용을 다시 의무화했다.
하지만 실제 마스크 착용과 관련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지침은 7월 발표된 '공원 산책, 자전거 타기, 등산 등 실외활동 가운데 다른 사람과 2m 이상 거리두기가 가능한 경우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됨'이라는 내용을 고수하고 있고, 현재 새로운 지침이 올라오지 않은 상태다.
이와 관련해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19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실외는 실내와 달리 감염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아서 2m 이상 거리두기가 유지되지 않는 경우와 집회·공연·행사 등 다중이 모이는 경우에만 마스크 착용이 의무"라면서 "다만, 지자체에 따라 의무 착용 장소를 별도로 설정할 수 있는 것이 현재 시행 중인 방역 수칙"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실외에서 예방접종증명서 등을 일일이 확인하는 것이 쉽지는 않기 때문에 높은 시민의식을 가지고 방역 수칙을 지켜주실 것을 요청한다"며 "'위드 코로나'와 관련된 논의 사항은 코로나19 일상회복지원위원회에서 마스크를 포함해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방역수칙상으로는 2m 이상 거리두기만 유지되면 실외에서는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되고 '위드 코로나' 이후에는 어떻게 할 지 위원회에서 논의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이와 관련해 천은미 이대 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의료진들도 헷갈리는데 일반인들도 당연히 헷갈릴 수밖에 없다"며 "공원에서 넓은 간격을 두고 있는 것과 버스정류장에서 밀집해 있는 것을 다 야외라고 봐야 하기 때문에 야외에서 마스크 착용을 해야 한다, 안 해도 된다 등 정확한 방역 지침을 내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 교수는 이어 지난 13일 출범한 '코로나19 일상회복지원위원회'에 대해서도 "위원회에 누가 참석했으며 그 사람들로 인해 무엇이 결정됐는지 투명하게 말해줘야 한다"며 "그래야 이후에 어떤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국민들의 의견 수렴이 가능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도 "지금 상황에서 '위드 코로나'라는 지극히 어려운 판단을 해야 하지만 위원회에는 의료 전문가가 부족하다"며 "누가 참여하며 이들이 믿을 만한 사람이라는 것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국민들도 신뢰를 갖고 정부의 지침을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상황이 이런데도 연일 '위드 코로나'만 외치고 있는 정부에 대해 시민들의 불만은 증폭되고 있다. 직장인 A씨는 "정부가 공표한 11월이 코앞으로 다가온 것 같은데 아직 '위드 코로나'에 대한 어떤 내용도 듣지 못한 것 같다"며 "'위드 코로나'가 실현된 나라들을 보면 꽤 오랜 시간 논의했다고 하던데, 그런 걸 보면 우리나라는 준비가 부족해 보인다"고 말했다.
A씨는 "제가 알기로는 마스크를 어디서든 의무적으로 착용해야 하는 걸로 아는데, 야외나 실외에서는 거리두기만 유지하면 또 안써도 된다고 하니 헷갈린다며 "지침이 번복된 것인지, 정확한 지침을 모르겠다. 그래서 그냥 어디서든 마스크를 쓰고 만다"고 덧붙였다.
대학생 B씨는 "코로나19가 2년 넘게 지속됐으니 '위드 코로나'가 필요하다고 생각은 한다"며 "다만, 말만 들어봤지 어떤 걸 의미하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정보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진정한 '위드 코로나'로 가기 위해서는 의료진과 역학조사관이 충원되고 의료시스템이 개선돼야한다고 촉구했다.
김윤 서울대 의과대학교수는 "정부가 11월 초에 '위드 코로나' 전환을 약속했지만 10월 말에 관련 논의 내용을 공개한다는 것은 논의할 생각이 아예 없다로 해석된다"며 "재택 치료 준비도 안 돼 있고 의료진 충원도 되지 않은 상태라 '위드 코로나' 준비는 아직 미흡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특히 "'위드 코로나'로 가기 위해서는 우선 의료진과 역학조사관이 충원돼야 하고 의료시스템 개선 등이 필요하다"며 "마스크 지침 등은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알려 국민이 신뢰하고 따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