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2년·아시아나 10개월
미뤄지는 심사에 업계 우려 가중
연내 처리 약속했지만 가능성 낮아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의 인수·합병(M&A)이 수년째 답보상태를 보이자 관련 업계에서 심사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연내 처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실제 처리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현재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 M&A는 공정위에 신고서를 접수한 지 2년 3개월이 지난 상태다. M&A 신고 대상 국가 6개국 가운데 3개국(중국·싱가포르·카자흐스탄)은 ‘조건 없는 승인’으로 심사를 완료했고, 나머지 3개국 가운데 2곳(유럽연합·일본)은 1단계 심사를 2019~2020년 마쳤다. 반면 공정위는 아직 1단계 심사도 끝내지 못했다.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 M&A도 공정위가 올해 1월 14일 신고서를 접수해 10개월째 이렇다 할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애초 올해 6월 말 아시아나항공 주식을 취득하겠다는 계획이었지만 심사가 늦어지면서 결국 실패했다. 현재 M&A 신고 대상 9개국 가운데 터키와 대만, 태국만 심사를 통과한 상태다.
M&A 심사가 늦어지면서 관련 업계와 기관에서는 산업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지난달 취임 4주년 기자 간담회에서 “부실기업이 도태될 때 생기는 파장을 경쟁 당국(공정위)이 전향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면서 “앞장서서 다른 경쟁 당국을 설득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27일 출입기자단과 정책소통간담회 자리에서 “(기업결합 관련)경제분석은 거의 마무리됐고 시정조치를 논의해야 한다”며 “모든 직원이 열심히 하고 있어 연내 심사가 마무리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위원장은 “경쟁 제한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부분은 시정조치를 해야 하는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M&A는) 항공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효과적인 시정방안을 마련하고 이행 감독 체계 만들려면 감독 당국인 국토부와의 협업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내 심사를 마무리하겠다는 조 위원장과 달리 실무진은 안건 처리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고병희 공정위 시장구조개선정책관(국장)은 “국토부와 그 부분(M&A)에 대한 긴밀한 협의가 실질적으로 이뤄져야만 실효성 있는 조치가 가능하다”며 “그래야만 이 결합으로 인해 문제가 될 수 있는 향후의 경쟁 제한이라든지 소비자 피해 문제를 효과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 정책관은 특히 “심의는 변수가 있다”며 “외국의 동향이나 이런 부분이나 변수가 되기 때문에 위원회 결정 단계에서는 그 부분을 고려 않을 수 없다”고 말해 연내 처리가 어려울 수 있음을 시사했다.
대우조선해양 M&A 또한 고 정책관은 “연내 심사를 할 수 있도록 추진할 생각”이라면서도 “공정위가 일방 조치하기는 상당히 어렵고 기업과 합리적 조치 방안에 대해 검토했다”고 말했다.
해운업법 개정을 놓고 해양수산부과 의견 충돌을 빚는 부분도 제자리걸음이다. 조 위원장은 “국무조정실이 공정위와 해수부의 생각을 듣고 조정할 필요도 있다. 그런 논의의 장이 만들어지면 공정위는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입장인 데 비해 정작 부처 실무진 협의에서는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지난 14일 공정위와 해수부는 담당 국장급 협의회를 열었는데 서로 입장차만 재확인했을 뿐 추가 협의 일정조차 잡지 못한 채 회의를 끝낸 바 있다.
조홍선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지난 14일에 해수부 담당 국·과장하고 저와 저희 사건 담당 과장이 만나 해운법이나 담합 관련 해수부 입장을 들었다”며 “저희 생각을 전달하는 과정에 해결책이 나온 건 아니고 서로 입장을 확인하고 생각해볼 시간 갖는 것으로 정리했다”고 말했다.
향후 협의 가능성에 대해 “구체적으로는 계획은 안 나왔다”며 “내부적으로 고민할 것도 있고, 정리되면 만날 수 있을 것 같아”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