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지 대표 "우리 만의 방식으로 IP 늘려갈 예정"
이영음 감독, 세븐틴 '마이 마이'(MY MY),알레프 '파수꾼' 등 뮤직비디오 연출
방탄소년단, 악동뮤지션, 샤이니, 뉴이스트, 청하 등 다양한 아티스트와 작업
여성 영화 전문 OTT 퍼플레이는 신인 이영음 감독의 영화 '까만점' 을 단독 공개하고 수익금의 50%를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에 기부하는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영화 '까만점' 상영료는 편당 7천 원이며, 수익금의 절반은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에 후원하게 된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는 사이버 공간 내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활동하는 비영리 여성 인권 운동 단체로, 사이버 성폭력으로 인한 피해를 지원하고 관련 주제의 교육, 인식개선 활동 등을 진행한다.
이 프로젝트는 ‘온라인 성범죄’ 문제를 다룬 20대 여성 감독의 영화를 여성 영화 OTT 퍼플레이에서 단독 개봉하고, 수익금을 여성인권단체에 기부함으로써 여성 영화를 통해 성폭력에 대한 문제의식 제기와 근절, 연대의식의 선순환 구조를 갖추게 되는 캠페인이다.
앞서 퍼플레이는 '함께 프로젝트 1탄'으로 '아랫집 퍼플레이 십대여성인권센터'를 진행, 이경미 감독, 이영애 주연의 영화 '아랫집'을 서비스하고 수익금을 십대여성인권센터에 기부했다.
본지는 최근 퍼플레이 조일지 대표, 이영음 감독과 만나 여성 영화를 통해 연대를 이야기하는 인터뷰를 진행했다.
영화 '까만점'은 디지털 성범죄 문제를 다룬 영화로, 불법 촬영물에 유출된 피해자이자 세 친구인 주인공들의 보편적인 일상을 담은 버디무비다. 20대 여성 광고 감독인 이영음 감독이 연출한 첫 영화로 뮤직비디오, 광고, 독립영화에서 활약 중인 배우 강인정, 신기환, 임유빈이 세 여주인공 역을 맡았다.
퍼플레이는 두 번째 프로젝트로 '까만점'을 낙점하고 이영음 감독과 손잡은 이유는 무엇일까.
"기존 독립영화나 여성영화에서 보지 못한 영상 화면을 가지고 있었고 내용을 전개하는 방식도 달랐어요. 직접적이거나 선정적인 묘사가 없었죠. 어떤 한 쪽의 시각만 담는 방식이 아니라 전혀 다른 언어를 구사하고 있는 점이 흥미로웠어요. 그런 언어를 가지고 제작된 영화라면 퍼플레이 관객들에게 너무 잘 와닿을 것 같았죠."(조일지 대표)
이영음 감독 역시 퍼플레이의 제안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까만점'을 소개할 수 있는 최적의 플랫폼이라는 생각이었다.
"온라인 개봉을 하게 돼서 영광스러운 마음입니다. 이 영화를 만들 때 작품성으로 평가받기보다는 더 많은 대중들에 이게 풀리고 많은 이야기가 오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퍼플레이가 여성 영화, 다양성 영화 중심으로 하는 플랫폼이다 보니 이 문제에 관심 있는 분들이 많이 보실 수 있는 검증된 플랫폼이라고 생각했었죠. 그래서 제가 영화를 만들 때 생각한 타깃층과 가장 부합하는 사이트라고 생각에서 함께 하게 됐습니다."(이영음 감독)
'까만점'은 디지털 성범죄를 바라보는 시각이 과거와 많이 달라졌음을 시사한다. 대학 남자 동기들이 단체 채팅방에서 여자친구들의 몸 사진을 주고받는다는 것을 알게 된 세 주인공이 고소를 준비하려 하지만 이 과정이 묘하게 흘러간다. 이 과정에서 세 캐릭터는 피해자라는 프레임에 갇히지 않는다. 몹쓸 짓을 당했지만 떡볶이를 먹고, 잠을 자고, 할인하는 맥도날드를 배달시켜 먹으며 시시껄렁한 농담을 주고받기도 한다.
"이 영화의 발단은 저와 제 친구들의 이야기로부터 였어요. 저희가 겪었던 문제들, 그리고 문제를 겪고 왜 내가 괴로워해야 하지 싶었죠. 제가 말하고 싶었던 건 어떤 사진, 사건이냐가 아니었어요. 어떤 마음으로 찍어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어떤 상처를 입는지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죠. 결론적으로 말하고 싶은 건 범죄나 피해보다 이후에 우리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연대를 강하게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이런 일들을 개인의 힘으로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사회 시스템의 문제도 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이 계속된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힘으로 나아가야 할지에 초점을 맞췄죠."(이영음 감독)
이 프로젝트의 핵심 키워드이자 영화가 소리 높여 말하는 '연대'에 대해 각자의 생각을 물어봤다.
"예전에 만들어진 8~90년대 작품이나 지금 현재나 늘 여성을 시각 대상화해서 그리고 있어요. 예전부터 있었던 일이지만 디지털의 영역으로 넘어오며 교묘하고 애매하게 진화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이 같은 작품을 만드는 여 감독들은 연대를 중요시 생각해요. 제가 생각하는 연대라는 의미는 페미니즘이나 성 평등 모두를 포함해요. 여성만을 위한 이슈, 정책이 아닌 인간으로서 함께 살자고 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하죠."(조일지 대표)
"연대라는 게 저에겐 명분이 되고 있는 것 같아요. 사회적인 측면에서 이야기를 해보자면 끝도 없이 이야기가 나오겠지만 제 개인의 삶을 봤을 대 내 자아로 버티게 해주는 것이 연대라고 생각해요. 친구들과 이야기를 한다고 해결되는 건 없어요. 하지만 나와 같은 사람이 있구나, 혼자가 아니구나란 감정을 느끼죠. 이런 감정이 삶을 사는 중요한 명분이 된다고 생각해요. 여성뿐만 아니고요. 전체적으로 바라본다면 우리는 어딘가에서 모두 소수자잖아요."(이영음 감독)
세 캐릭터는 모두 주변의 친구들에게 빌려왔다. 특히 주인공 중 하경은 이름까지 차용했다. 이영음 감독은 하경이란 친구가 SNS에 쓴 '까만점'을 소개하는 글이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라고 설명했다.
"하경이가 영화 개봉 후 친구가 SNS에 영화에 대한 설명을 하며 '혹시라도 이름이 같아서 이런 사건을 겪은 건 아닐까 물어보는 사람이 있을 것 같아 덧붙인다. 사실 나는 이야기를 아직 들은 적은 없지만 피해자일지도 몰라, 피해자인지 아닌지 확신할 수 없다'라고 썼더라고요. 그 친구의 말이 이 영화를 대변하는 것 같아요."(이영음 감독)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다양한 유형의 남자 캐릭터가 등장한다. 몰래 여자친구의 사진을 찍어 유포하는 하면서도 잘못인지 모르는 남성과, 자신은 실수였다고 용서를 구하는 남성, 이 상황을 모두 방관하는 남성은 각자 다른 방식으로 피해자들의 일상에 균열을 낸다. 이영음 감독은 정당화할 여지는 주지 않되 완벽한 악인으로는 비치지 않도록 설계했다.
"나쁜 행동을 저지르는 개인에게 문제도 있지만, 누가 키웠느냐도 중요한 것 같아요. 이 문제를 방관한 사회가 그들을 키웠고 아무도 잘못됐다고 말해주지 않았어요. 세대의 문제라고 생각도 하긴 해요. 어른들의 책임도 있고요. 대학생으로 등장하는데, 완벽하게 사고가 정립돼 있는 상태가 아니라 완벽한 악인으로 만들고 싶진 않았어요. 성재에게만 입체성을 준 건 지안의 서사를 잘 쌓아가기 위해서 그랬어요. 친구들끼리 누가 제일 나쁜 놈이냐란 이야기를 나누면 대답이 다 다르더라고요."(이영음 감독)
이영음 감독은 한 고등학생이 '까만점'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쓴 리뷰를 보며 복합적인 감정이 들었다. 의도한 대로 영화를 봐준 것은 좋았지만 어린 고등학생이 디지털 성범죄를 이해한다는 사실이 슬프기도 했다. 10년 뒤에는 고등학생들이 자신의 영화를 보고 말도 안 된다고 떠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조일지 대표는 세계 유일의 여성 영화 OTT이며 국내 OTT로는 1호 사회적 기업인 퍼플레이를 조금 더 확장시키는데 주력할 예정이다. 여성 영화로 먹고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꾸며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여성 영화를 더 많은 관객과 연결시킬 수 있을지 재미난 궁리를 하고 있다.
"OTT가 레드 시장이라고 하지만 불모지입니다. 넷플릭스에서 한국 콘텐츠를 만들어주지만 여성 감독이나 영화 제작 경험이 적은 분들에게 넷플릭스는 높은 장벽이죠. 모든 제작사들이 넷플릭스에 몰리고 있기도 하고요. 그 안에서 저희만의 방식을 찾아 유통해 IP를 늘려나가고 싶어요. 제작도 저희 만의 방식을 찾아 여성 영화인들, 콘텐츠, 창작자 상황에 맞춰 해보려고 하고 있습니다."(조일지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