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국채 GDP대비 80% 육박
저출산·고령화로 재정위기 심화
세제 개편·경제구조 혁신이 해법
재정준칙·공공재정 환수 강화 필요
1068조3000억원. 내년에 예상되는 우리나라 국가채무 금액이다. 이는 국내총생산(GDP)의 절반(50.2%)이 넘는 것으로 8년 후인 2030년에는 2200조원을 넘으면서 GDP 대비 78.9%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국채 이자만 해도 올해 17조9000억원에서 내년에는 19조1000억원까지 늘어난다. 그야말로 나랏빚이 폭증하고 있다.
빚도 자산이란 말이 있다. 개인과 마찬가지로 국가도 때에 따라 적자 국채를 발행해 돈을 융통해서 쓰기도 한다. 다만 빚을 내더라도 늘어나는 속도와 이를 갚을 역량을 고려해야 한다.
한국경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국가 채무액은 2596만원 수준이다. 올해 태어난 아이가 18세가 될 무렵 1인당 국가 채무는 1억502만원으로 늘어나고 27세가 되는 시점에 2억1046만원이 된다. 32세에는 3억705만원까지 늘어난다.
이러한 계산은 지난 2014년부터 2019년까지 국가채무 증가 속도 연평균 6.3%를 그대로 적용했을 때 이야기다. 긍정적 상황을 가정해 국채 증가 속도를 줄이면 당연히 1인당 국가채무도 줄어든다.
반면 부정적 상황이 펼쳐질 가능성도 크다. 1인당 채무가 더 빨리 늘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현재 낮은 출산율은 1인당 채무 증가를 점치는 가장 큰 원인이다. 인구가 줄면 내수가 위축되고 잠재성장률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경제가 위축되면 당연히 세수도 줄어든다. 인구 감소는 국가 재정의 가장 큰 나쁜 변수 가운데 하나다.
고령화도 마찬가지다. 고령 인구는 경제 활동률이 낮다. 국가가 세금으로 먹여 살려야 한다는 의미다. 현재 전체 인구 가운데 생산연령인구(만15~64세)는 70% 정도다. 통계청은 35년이 지나면 50%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국가 전체 예산 가운데 의무적으로 나가는 돈도 현재 50%에서 2060년 78.8%까지 치솟는다. 거둬들이는 세금은 줄어드는 데 복지 예산 지출은 점점 커지는 셈이다.
들어오는 돈이 줄고 나가는 돈이 많으니 방법을 찾아야 한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단순히 아껴 쓰고 나눠 쓰는 차원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전문가들은 ‘혁신’ 수준의 대책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첫 번째 방안은 세제 개편이다. 2019년 기준 우리나라 근로자 가운데 705만 명 정도가 세금을 내지 않는다. 근로소득자 10명 가운데 4명이 면세라는 의미다. 미국(29.3%), 호주(15.8%), 캐나다(17.6%)와 비교해도 높다.
기획재정부 조세지출예산서에 따르면 올해 국세 감면액은 56조8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조9000억원 늘어난다. 깎아주는 세금만 무려 57조원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면세 비율을 낮춰야 한다고 지적한다. 비과세 감면 제도를 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부가가치세 인상도 고민할 문제다. 부가가치세는 소비 재화 대부분에 적용되는 만큼 많은 조세저항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인구절벽, 고령화 시대를 맞아 세율 조정은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부자 증세는 상징성은 크지만 인구 구조 변화로 발생하는 세수 문제를 감당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며 “비과세 항목을 줄여 세원을 넓게 가져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입과 세출 제도 개편만큼 중요한 게 경제 구조 혁신이다. 나라 살림은 결국 경제 부흥을 토대로 하는 만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산업 구조를 바꿔야 한다. 전문가들은 시장 성장을 위한 규제 혁신도 현재 수준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특히 노동시장 유연성 등 그동안 경제 분야 오랜 담론으로 다뤄왔던 사안들의 논의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성장률 재고는 굉장히 중요한 이슈인데 현 정부를 보면 너무 재정에 의존하고 있다”며 “현재의 재정확장 방식으로는 성장이 어렵고 시장의 활력을 이용한 성장 정책, 규제 혁신, 노동시장 유연성 등이 합쳐져 창의와 혁신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또한 “위기 때마다 손쉽게 나라 곳간에 기대 문제를 해결하려다 보면 빚 불감증에 걸릴 수밖에 없다”며 “재정 포퓰리즘으로 인한 국가채무 급증은 재정운용 여력을 줄여 결국 경제성장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세금을 뿌리는 포퓰리즘 보다는 기업 활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정책을 통해 세수를 확보해야 저출산·고령화 여파로 늘어날 재정투입을 감당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 밖에도 현재 국회 계류 중인 재정준칙을 조속히 마련하고 공공재정 환수제 강화 등으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상겸 단국대 교수는 “무분별한 재정지출이 국가채무 증가로 이어지면서 현세대가 미래세대에 막대한 빚을 떠넘기는 셈”이라며 “자녀에게 빚을 물려주지 않으려면 엄격하고 구속력 있는 재정준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옥동석 인천대 교수(전 조세재정연구원장)도 “방만한 재정지출을 막으려면 하루빨리 재정준칙을 제정하고 전문가들로 구성된 독립적인 위원회를 통해 정부의 재정 운용을 감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