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서 누적관객 200만명 돌파...역대 두 번째
'광화문연가' '사랑했어요' 등 어트리뷰트쇼 증가
최근 문화예술계의 화두는 단연 ‘원 소스 멀티 유즈’다. 대중적 인지도를 지니고 있는, 혹은 발전 가능한 스토리의 원작을 가져와 새로운 양식에 맞춰 다시 즐길 수 있는 콘텐츠로 즐긴다는 의미다.
공연계도 이런 시도가 이어지고 있는데 소설이나 웹툰, 영화를 원작으로 하는 작품들이 잇따라 무대에 오르고 있다. 특히 대중음악을 기반으로 하는 ‘주크박스 뮤지컬’은 하나의 장르로 뮤지컬계에서 자리를 잡았다.
주크박스 뮤지컬은 동전을 넣으면, 유행하는 노래를 들려주는 기계인 주크박스에서 유래했다. 인기 대중음악을 극적 형식과 얼개로 재탄생시킨 무대 공연물이다. 주로 무대보다는 영상에서 먼저 각광 받았고, 1980년대 들어 영상을 벗어나 본격적으로 무대에 들어서면서 지금의 주크박스 뮤지컬로 불릴 만한 작품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맘마미아!’의 대규모 흥행 기록의 여파로 2000년대 이후 주크박스 뮤지컬이 급속도로 확산됐지만, 그 역사는 훨씬 더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무대를 통해 팝 뮤지컬이 본격적으로 등장해 인기를 누리기 시작한 시기는 1980년대 이후로 보고 있다. 한 예로 1984년 제작된 ‘리더 오브 더 팩’(Leader of the Pack)은 팝 뮤지컬의 초기 대표작이다. 1960년대 초·중반 인기를 누렸던 두웁(Doo-Woop) 장르의 음악들을 가져와 극적으로 재구성한 이 작품은 당시 큰 인기를 누렸던 가수 엘리 그리니치(Ellie Greenwich)의 노래들로 꾸며진 브로드웨이 태생의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이밖에도 찰스 하딘 홀리(Charles Hardin Holley)의 일생을 극화한 ‘버디-버디 홀리 이야기(Buddy-The Buddy Holly Story)(1989), 1950년대 큰 인기를 누렸던 SF 영화인 ‘금단의 별’(Forbidden Planet)을 무대로 형상화한 ‘금단의 별로의 귀환’(Return to the Forbidden Planet)(1989)도 초창기 주크박스 뮤지컬의 대표 작품으로 손꼽힌다.
주크박스 뮤지컬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게 된 건 역시 스웨덴 팝그룹 아바의 히트곡을 엮은 ‘맘마미아!’의 영향이 크다. 1999년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초연한 뒤 세계 50여개 나라에서 공연될 정도로 흥행 신기록을 세웠고, 국내에선 2004년 초연 이후 15년 만에 누적 관객 200만 명을 돌파했다. 이는 ‘캣츠’에 이은 국내 역대 두 번째 ‘200만 관객’ 돌파 기록이다.
‘맘마미아!’를 통해 주크박스 뮤지컬의 대중성과 흥행 파급력을 체험한 뮤지컬 제작자들은 유사한 형태의 뮤지컬을 대폭 늘려갔다. 투자자들 역시 불확실한 대중성과 흥행 실패의 리스크를 피하려는 접근으로 주크박스 뮤지컬을 선호했고, 소비자들도 향수를 자극하는 익숙한 노래에 대한 기대치가 높았다. 제작자와 투자자, 소비자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주크박스 뮤지컬 급격히 파이를 키우게 된 셈이다.
이 시기 영미권을 중심으로 영국 출신의 록밴드인 그룹 퀸의 음악들로 만든 ‘위 윌 록 유’(We Will Rock You(2002), 빌리 조엘(Billy Joel)과 트와일라 타프(Twyla Tharp)가 함께 만든 ‘무빙 아웃’(Movin' Out)(2002), 존 레논(John Lenon)의 ‘레논’(Lennon)(2005), 엘비스 프레슬리의 ‘올 슉 업’(All Shook Up)(2004), 포 시즌스(The Four Seasons)의 ‘저지 보이스’(Jersey Boys)(2005) 등 다수의 주크박스 뮤지컬이 탄생했다.
국내에서도 케이팝을 중심으로, 초창기 ‘와이키키 브라더스’(2004) ‘달고나’(2004) ‘젊음의 행진’(2007) ‘진짜 진짜 좋아해’(2008) 등 컴필레이션 형식의 주크박스 뮤지컬이 만들어졌고 최근에는 고(故) 이영훈의 ‘광화문연가’(2011), DJ DOC의 ‘스트릿 라이프’(2011), 고 김현식의 ‘사랑했어요’ 등 특정 뮤지션의 음악을 중심으로 하는 어트리뷰트 쇼가 주를 이루고 있다.
국내에서는 2012년까지 제작된 주크박스 뮤지컬 중 60% 이상이 컴필레이션 뮤지컬에 치중됐고, 최근엔 특정 시대의 음악이 아닌, 특정 가수의 음악으로 만드는 어트리뷰트 뮤지컬의 비율이 높아지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