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금 규모 올해만 2조원 늘어
판매 줄고 금리 오르고 '이중고'
국내 3대 생명보험사가 사망 보장이 되는 저축성 상품인 양로보험의 보험금 지급을 위해 짊어지고 있는 준비금이 올해 들어서만 2조원 넘게 불어나면서 3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와중 관련 시장이 역성장 모드로 전환하면서 압박은 더욱 가중되는 모습이다.
특히 본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으로 준비금을 쌓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더 커지게 되면서, 생명보험업계의 양로보험 관리는 새로운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1일 생보업계에 따르면 삼성·한화·교보생명 등 빅3 생보사들이 올해 3분기 생사혼합보험금 지급을 위해 쌓아둔 준비금 평균 잔액은 30조9681억원으로 지난해보다 6.9%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액수로 따지면 2조42억원이나 증가했다.
생사혼합보험은 가입자가 보험 기간 중 사망하면 사망 보험금이 나오고 만기까지 생존하면 그 동안 적립한 보험료를 적금처럼 한꺼번에 받을 수 있는 상품으로, 영업 현장에서는 통상 양로보험으로 불린다.
생보사별로 보면 삼성생명의 생사혼합보험 준비금 평잔이 13조2958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8.2% 늘었다. 교보생명의 해당 금액도 6조8078억원으로 22.6% 증가했다. 조사 대상 생보사 중에서는 한화생명의 생사혼합보험 준비금 평잔만 10조8645억원으로 2.3% 감소했다.
늘어나는 준비금 부담과 반대로 양로보험 시장은 마이너스 성장에 빠진 상태다. 결국 지금은 양로보험이 예전만큼 잘 팔리지 않지만, 과거에 판매해 둔 상품이 그 만큼 많이 쌓여 있음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올해 생보업계가 생사혼합보험을 통해 거둬들인 초회보험료는 총 2조882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 줄었다. 초회보험료는 고객이 보험에 가입한 뒤 처음 납입한 보험료로, 보험업계의 성장성을 가늠하는 대표적 지표다.
◆비용 부담 확대 불가피…금리인상 등 악재 산적
문제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금리가 올라갈수록 준비금을 적립하는데 들어가는 이자 비용도 함께 확대될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판매에 제동이 걸린 양로보험을 둘러싸고 준비금의 무게만 더 무거워질 수 있다는 얘기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25일 정례회의를 열고 기존 연 0.75%였던 기준금리를 1.00%로 0.25%p 올리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지난해 3월 0%대로 떨어졌던 한은 기준금리는 20개월 만에 1%대로 복귀했다. 금융권에서는 한은이 내년에도 최소 두 번의 추가 인상을 단행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금리 오름세가 빨라질수록 생보업계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빠르게 투자 수익률을 회복하지 못하면 양로보험 운영에서 역마진까지 감수해야 하는 실정이다. 한 때 업계의 성장을 이끌었던 양로보험이 이제는 생보사의 발목을 잡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생보사들이 어느 정도의 역마진을 감안하면서까지 양로보험에서의 경쟁을 이어 왔지만, 이제는 외형 성장보다 보유 계약에 대한 리스크 관리에 주력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