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조동연 사퇴에도 여진 지속
국민의힘, 함익병·노재승 '도마 위'
'큰 선거 앞두고 영입' 정치문화 한계
"포장지 좋은 사람 소모품 써먹는다"
대선을 불과 92일 앞둔 가운데, 여야가 영입 인재로 득을 보기는 커녕 오히려 홍역을 치르고 있다.
큰 선거를 앞두고 '포장지가 좋은 인물'을 영입해 소모품으로 써먹는 정치문화가 파산을 맞이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덮어놓고 '새 인물'을 선호하는 국민정서가 바뀌지 않는 이상 이같은 일은 선거 때마다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6일 여야 상황을 종합하면 더불어민주당이 인재 영입 1호라며 상임선대위원장으로 선임했던 조동연 서경대 교수 관련 파장이 계속되고 있다. 조 교수는 상임선대위원장을 자진 사퇴했지만 사생활 관련 논란이 '진실 게임' 형식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도 영입 인재 관련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 전날 공동선대위원장으로 발표됐던 함익병 피부과 클리닉 원장은 과거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밝혔던 발언이 문제가 돼 영입이 철회됐다. 이어 이날은 역시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선임된 노재승 블랙트라이브 대표의 과거 발언을 놓고 여권의 공격이 집중되고 있다.
대선·총선 등 큰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그간 정치와는 전혀 인연이 없던 정치권 밖의 인물을 갑자기 데려와 '영입 인재'라며 국민 앞에 내세우는 일은 오로지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독특한 정치문화다. 이같은 문화가 인터넷과 SNS의 발달로 특정인의 행적을 대중이 투명하게 검증할 수 있게 되면서 한계에 부딪혔다는 비판이다.
장성철 대구가톨릭대 특임교수는 이날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조금만 이름이 알려지거나 '포장지가 좋은 사람'이 있다고 하면 정치권에서 소모품으로 써먹는 것"이라며 "이미지 정치에 매몰된 비극"이라고 지적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도 통화에서 "영입되는 인물들을 보면 동지적 관계에서 정당을 함께 운영해온 인물이 아니라, 청년·여성이라든지 대중적 인기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며 "선거 때 일회용으로 써먹고 소비하려고 하는 천박한 정치문화로부터 이런 문제가 비롯됐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근본적으로는 정당운영과 정치문화가 바뀌어야 해결될 일이지만, 이는 백년하청(百年河淸)일 수 있다. 전문가들은 당장 단기적으로는 잠재적인 영입 대상 인재를 목록으로 관리하면서, 시기별로 어떤 인재를 어떻게 등판시킬 것인가 계획을 수립하는 정도의 시스템이라도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엄경영 소장은 "민주당의 경우 이재명 후보를 선출한 뒤, 돌발 변수와 판세 변화, 예정된 정치일정에 따라 인재 영입의 다양한 플랜이 미리 수립돼 있었어야 했다"며 "대장동과 같은 사건이 터졌을 때에는 어떤 사람, 윤석열 후보가 선출됐을 때는 누구를 영입해서 어떤 이슈를 제기한다든지가 사전에 리스트업이 돼있었어야 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라며 "윤석열 후보가 선출된 뒤에 어떻게 하겠다는, 인재 영입의 관리 시스템이 필요했다"고 덧붙였다.
'정당 내부 육성 인재로 대체' 가능할까
'새 인물' 선호 국민정서 탓…쉽지 않아
"당서 키운 사람은 '새 사람' 아니잖나"
"외부 수혈, 물갈이…도돌이표일 뿐"
정치 선진국과 같이 인재를 정당 내부에서 육성하는 문화와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이럴 때마다 빠지지 않는다. 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전날 국회에서 열린 청년지방의원 간담회에서 "조동연 교수의 사퇴는 민주당의 현주소"라며 "청년을 발굴·육성하지 않고,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을 당밖에서 데려오는 것은 비극"이라고 질타했다.
정치권에 일찌감치 몸담아 소속 정당을 위해 헌신한 사람은 '참신하지 않은 인물'이 돼서 오히려 불이익을 받고, 외부에서 데려와 꽂은 사람은 '참신한 인재'가 되는 현재의 정치문화·정당운영이 문제라는 것이다.
이계안 전 현대카드 회장·현대자동차 사장은 2004년 총선 때 '영입인재'가 돼서 서울 동작을에 출마해 당선돼 초선 의원이 됐다. 그러나 이후 본인이 뜻을 둔 서울시장 선거 때는 '정치권 인사'로 분류돼 오히려 '영입 인재'들에게 밀려났다. 이 전 의원은 당시 "나도 밖에 있었더라면 영입 대상"이라고 분개하기도 했다.
한 30대 청년 변호사는 정치에 뜻을 품고 의원실 비서관으로 들어왔으나 1년을 채우지 못하고 나갔다. 이 변호사는 "주변에서 정치를 하려면 안에 있을 게 아니라 밖에 있다가 공천 때 '영입 인재'로 들어와야 한다더라"며 "당직자나 보좌진으로 있으면 되레 공천받기가 불리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 장성철 교수는 "국민의힘에는 정치권에 일찌감치 몸담은 정치 지망생을 우습게 보고 인정하지 않는 문화가 있는 게 문제"라며 "이번에 윤석열 후보가 중앙선대위 부대변인단에 보좌진을 배려한 것은 평가할만한 지점이 있다"고 바라봤다.
다만 이처럼 큰 선거를 앞두고 외부에서 급히 인재를 '수혈'해왔다가 그 중에 일부가 탈이 나는 현상이 반복되는 것은 '새 인물'을 선호하는 국민정서 때문이기 때문에, 국민정서가 바뀔 수 없는 한 백약이 무효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장성철 교수는 "국민들이 '정치권은 기본적으로 나쁜 자들이 모여있는 집단'으로 보고, 외부에서 새로운 사람이 들어가는 것은 괜찮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외부 수혈을 통해 '물갈이'로 바꾸려 하는 것인데 도돌이표일 뿐"이라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당이라고 리스크를 짊어지고 외부 사람을 영입하고 싶어서 하겠느냐"며 "영입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해보라. '그나물에 그밥'이다, '집안잔치'다 해서 난리가 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각에서는 정당 내부에서 사람을 키워야 한다는데, 당에서 키운 사람은 '새 사람'이 아니지 않느냐"며 "국민들이 '새 사람'을 좋아해서 그런 것이다보니까 마땅한 방법이 없고 개선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