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압박에 '실손·차보험' 손실 확대
카드수수료 인하에 신용판매도 손실
"기존 사업 수익성부터 개선해줘야"
제2금융권이 금융당국의 각종 규제로 인해 사업경쟁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기존사업 부문에 대한 당국 규제가 강화되면서 손실 가능성이 현실화되는 모양새다. 당국은 2금융권을 달래기 위해 각종 신사업 진출 문턱을 낮춰주고 있지만, 업계의 불만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대선 정국을 앞둔 만큼 포퓰리즘적 정책이 확대될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2금융권이 어떤 식으로 불황을 타개할 지를 알아본다. <편집자주>
보험업계와 카드업계가 본사업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고 있다. 본사업 수익성이 악화될 게 뻔한 상황인데, 신사업에 대한 규제만 완화하는 금융당국의 기조에 불만이 쌓여가는 모양새다. 금융권에선 당국이 기존 사업에서의 불편함을 없애는 데 집중해 사업 추진의 어려움을 거둬내는 방식으로 2금융권을 도와줘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손해보험사는 이번 주 내로 고객을 대상으로 실손의료 보험료를 20% 이상 올리겠다는 안내문을 발송할 계획이다. 막대한 적자 때문이다. 올해 9월 기준 전체 실손보험 손해율은 131%로 집계됐다. 지난 7월 이후 판매된 4세대 실손의 올 3분기까지 위험손해율은 40.3%다.
자동차보험료는 인하 가능성이 높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차량 이동이 줄면서 상위 4개 손보사(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의 손해율이 2019년 92.9%에서 지난 10월말 78.2∼79.8%를 기록해 흑자 구간에 들어섰다. 하지만 지난 1일 자동차보험정비협의회가 차보험 정비공임 수가(정비수가)를 4.5% 인상하며 변수가 생겼다. 정비수가가 오르면 보험사가 정비업체에 차 수리비 명목으로 지급해야 하는 공임비 부담도 늘어 보험료 인상 압력으로 이어진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보험료 인상에 대해 부정적이라는 입장이다. 심지어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둔 만큼 소비자와 접점이 많은 실손과 차보험료를 쉽게 조정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당국은 지난해에도 연구 결과 1·2세대 실손보험료 20% 내외로 인상해야 한다는 의견을 묵살하고, 평균 10~12%만 인상했다.
본업이 어려움을 마주한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보험사가 헬스케어 산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지난달 3일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다양한 헬스케어 서비스를 출시할 수 있도록 헬스케어 스타트업 투자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도 지난달 26일 "보험업계 헬스케어 활성화를 위해 자회사 소유와 부수 업무를 폭넓게 허용하겠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보험업계의 헬스케어 사업은 현재 암초에 부딪힌 상황이다. 의료계가 헬스케어를 유사 의료행위로 보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서다. 특히 보건당국이 헬스케어를 의료행위와 유사하다고 판단하면서 보험사 서비스 확대에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이에 보험업계의 당국에 대한 불만은 지속 확대되는 모양새다. 기존 사업의 불합리적인 구조 개선에 소극적인데다, 신사업 진출 약속도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서다.
카드업계도 비슷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이번 달 말 당정협의를 거친 뒤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개편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카드 수수료 원가가 되는 '적격비용' 추가로 인하할 방침이다. 적격비용은 카드사가 사용하는 비용을 분석해 계산해낸 값이다. 올해 카드사가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대규모 비용을 축소한 만큼 적격비용 인하 여력이 충분하다는 게 금융당국의 논리다.
금융당국은 최근 13년 간 12번에 걸쳐 카드 수수료를 인하했다. 카드업계에서는 더 이상 수수료를 인하할 여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96%에 달하는 가맹점이 0.8~1.6%만을 카드 수수료로 내고 있어서다. 특히 수수료 인하로 인해 8개 카드사의 가맹점수수료 수익은 2019~2020년 동안 1317억원의 손실을 냈다. 올해에도 추가 손실 악화가 예정된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국은 카드 수수료 재산정에 대해 '유보' 입장이다. 정은보 금감원장은 지난 7일 카드사 CEO와의 만남에서 "관계된 사람들이 '최대 공약수'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앞서 지난달 7일 카드사 CEO와 만난 고승범 위원장도 뾰족한 합의를 거두지 못했다. 대신 당국은 카드사를 비롯한 여신업계에 빅데이터 등 부수업무를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다만 카드업계에선 부수업무가 확대되도 당장 누릴 수 있는 실익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카드사 수익은 가맹점 수수료와 현금서비스, 카드론 대출이 90% 이상이다. 카드사가 부수업무를 진행하다고 해도 카드 수수료 인하로 발생하는 손실을 메우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2금융권의 본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단 상황을 충분히 알고 있음에도 포퓰리즘 성격의 정부 기조에 맞춰 문제 해결에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며 "신사업 허용보단 기존 사업이 정상화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주는 것이 업계를 되살아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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