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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소수 교훈③] 자원 울타리 높이는 세계…거꾸로 가는 한국


입력 2021.12.15 14:55 수정 2021.12.15 14:56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MB정부 자원외교 ‘실패’ 판단 후

내년 관련 예산 10분의 1로 줄어

“자원개발, 적폐로 몰아가선 안 돼”

세계 주요 국가들이 자원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우리 정부도 해외 자원 개발을 통해 원자재 수입 다변화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미국 오클라호마주 오클라호마시티에 해가 지는 가운데 석유를 뽑아 올리는 '펌프잭'의 모습. ⓒ뉴시스

요소수 품귀 현상이 본격화한 지 한 달 보름가량 지나고 있다. 이번 요소수 사태는 2019년 일본 정부의 불화수소 수출규제와 함께 우리에게 명확한 교훈을 남긴다. 국내 소비 에너지의 96%, 광물자원 90%를 수입에 의존하는 세계 4위 에너지 수입국으로서의 우리 위치를 돌이켜보게 한 것이다. 세계는 희소 자원을 중심으로 가히 ‘전쟁’이라 표현할 만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에 세계 주요 국가들의 자원 무기화 상황을 살펴보고 자원 빈국인 우리나라 대응책, 향후 계획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편집자 주>


미·중 자원 전쟁을 시작으로 세계 각국의 원자재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유가를 비롯한 각종 광물 가격이 치솟는 가운데 우리 정부 자원 확보 정책은 뒷걸음치고 있다. 2019년 불화수소 문제에 이어 올해 요소수 사태까지 자원의 무기화를 몸으로 직접 느끼면서도 정책적 뒷받침은 오히려 줄어드는 형국이다.


자원개발 축소는 정부 공식 자료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15일 e-나라지표에 따르면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해외자원개발 사업 수(누적)는 석유·가스 386건, 일반 광물 549건이다.


석유·가스는 현재 118건이 생산 또는 개발을 진행 중이고, 탐사(조사)를 끝낸 사업 39건, 사업 완전 종료는 268건이다. 일반 광물 경우 301건이 사업을 추진 중이고 248건은 사업을 끝낸 상황이다.


과거 정부와 비교했을 때 석유·가스 개발은 2010년 301건에서 지난해 386건으로 10년 동안 85건 늘었다. 이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 취임(2017년) 이후 늘어난 사업은 8건에 그친다.


일반 광물 또한 2010년 419건에서 2020년 549건으로 130건 늘었는데 이번 정부 들어서는 16건 증가한 게 전부다.


예산을 살펴봐도 최저 수준이다. 올해만 하더라도 해외 자원개발 지원 예산이 과거 대비 10% 수준에 그친다.


2017년 민간 기업 해외 자원개발 특별융자제도 개편 시행 이후 1000억원 규모 예산이 349억3000만원까지 떨어졌다. 2019년 이후 300억원대에 머무르고 있다. 과거 연 4000억원 이상 지원하던 것을 고려하면 초라한 규모다.


민간 기업 해외 자원개발 지원이 줄어든 이유에는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 후유증이 많은 영향을 미쳤다. MB정부 당시 성공불융자를 통해 한 해 4000억원 이상 지원하던 것과 비교된다.


성공불융자는 정부가 민간 자원개발 사업자금 일부를 빌려주고 사업 성공 여부에 따라 돌려받는 금액이 달라지는 제도다. 사업이 성공하면 원리금과 함께 수익금 일부를 특별부담금으로 받는다. 반면 사업이 실패하면 융자금을 면제해준다. 투자에 성공했을 때 이익을 거두고 실패했을 때 정부 역시 손해를 보는 형태다.


성공불융자 제도는 MB정부 자원외교 실패 논란 이후 2015년 폐지됐다. 2017년 산업통상자원부가 다시 특별융자제도라는 이름으로 부활시켰지만 예산은 1000억원으로 줄었다. 이마저 융자비율을 과거 80%에서 30%로 크게 낮추고 실패했을 때 융자 감면 비율도 100%에서 70%로 낮췄다.


내년 예산도 비슷한 수준이다. 2022년 해외 자원개발 출자금과 융자금을 모두 합한 예산은 1011억원이다. 올해보다 259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늘어난 예산도 해외 자원개발 특별 융자금이 339억원 늘었을 뿐 공기업 직접 투자액은 줄었다. 한국광물자원공사, 석유·가스공사 등 공기업 해외 자원개발 투자액은 7억1300만 달러에 그친다. 2011년 70억3100만 달러 대비 10% 수준이다.


해외 자원개발 예산 감소와 함께 중요하게 살펴봐야 할 대목이 바로 특정 자원의 일부 국가에 대한 의존 여부다. 특히 미국과 중국이 반도체, 배터리를 국가 안보산업으로 규정하면서 글로벌 공급망에 대한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특정 국가에 대한 원자재 수입 의존이 높은 편이다. 전체 수입 원자재 가운데 30% 정도를 중국 등 특정 국가에 의존한다.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 원자재 가운데 1850개는 의존도가 80%를 넘는다. 반도체에 사용하는 산화 텅스텐의 94.7%가 중국산이고 전자제품 원료인 네오디뮴 영구자석도 86.3%를 중국에서 수입한다.


정부는 지난달 대외의존도가 높은 4000여 품목을 조사해 조기경보시스템(EWS)을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기획재정부 1차관을 중심으로 경제안보 핵심품목 테스크포스(TF)를 꾸렸다. 지난 10일에는 3차 회의를 통해 부처별 경제안보 핵심품목 후보군 100개를 선정했다.


정부는 각 부처 판단으로 EWS 점검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품목을 50여 개 추가 선정하고 시급·중요성을 고려해 ‘A-B-C-D’의 4단계로 구성된 EWS 등급을 부여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EWS 가동은 당연하다면서 그보다 더욱 중요한 게 장기적인 대책 마련이라고 입을 모은다. 자원개발, 수입처 다변화가 없다면 EWS 역시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는 “정부가 그동안 원자재 공급에 대해 많이 말하지 않은 건 자원개발 자체를 적폐로 찍었기 때문”이라며 “지금은 세계적으로 에너지 대란이 심각하니 나설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강 교수는 “현재는 특정 국가에 대한 자원의존도가 높아 대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며 “자원 외교 우방국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등 다양한 국가와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호정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는 “자원개발이 중앙정부 중심으로 운영되는 것도 우려스럽지만 현재는 아예 자원개발사업에 거의 손을 놓자는 식이라서 바람직하지 않다”며 “공기업의 우수한 전문인력 노하우로 민간 기업과 함께 자원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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