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시작부터 고성 오가며 '발칵'
이준석 "趙, 알아서 거취 표명하라"
조수진 "이유 막론 李에 사과드린다"
"이게 민주주의" 尹, 진화 나섰나
내년 3·9 대선을 불과 78일 남겨둔 가운데,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진영에서 적전분열(敵前分裂) 양상이 나타났다. 공보단장이 상임선대위원장을 들이받은 사태는 가까스로 봉합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총괄선대위원장에게 힘이 실리지 않는 모습, 국면 전환을 위한 원칙 없는 영입 등이 계속되는 한 난국은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국민의힘은 '대선 D-79'인 20일 하루의 시작을 서로 간의 고성으로 열었다. 당의 첫 공식 일정인 중앙선대위원회의에서 이준석 상임선대위원장과 조수진 공보단장이 언성을 높이다가 마침내 이 위원장이 자리를 박차고 나오는 사태가 초래됐다.
이준석 위원장은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과 자신을 흔드는 언론 보도를 가리켜 조수진 공보단장에게 "윤핵관(윤석열 후보 핵심 관계자)발 일부 언론 보도를 정리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조 단장은 "내가 왜 그쪽의 명령을 들어야 하느냐"고 반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위원장은 "내가 상임선대위원장 아니냐"고 말했고, 조 단장은 "나는 후보 말만 듣는다"고 맞받았다. 이에 이 위원장이 "그렇게 할 것 같으면 선대위가 무슨 필요냐"고 자리를 박차고 나오면서 중앙선대위원회의가 파행을 맞았다. 비공개 과정에서의 일이었지만 두 사람의 언성이 높아지면서 고성이 회의장 밖으로까지 들렸다.
이에 대해 윤석열 후보는 이날 오후 강원 철원의 산후조리원을 방문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 사태를 가리켜 "정치를 하다보면 같은 당이나 선거 조직 안에서 생각이 다를 수도 있다"며 "어떻게 군사작전 하듯이 일사불란하게 하느냐. 그게 바로 민주주의"라고 평가했다.
윤 후보가 사태를 명료하게 진화하지 않으면서 갈등은 '거취 표명'을 요구하는 내홍으로 번졌다. 이 위원장은 이날 오후 조 단장이 몇몇 언론인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 캡쳐 사진을 공개했다. 조 단장이 발신인으로 된 채팅창에는 '이준석 대표를 사퇴시켜야 한다'는 요지의 주장을 펼치는 유튜브 방송 링크가 담겼다.
이 위원장은 "조 단장은 왜 공보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고 이런 방송을 복수의 언론인에게 전송하고 있느냐"며 "후보의 활동을 알리고 상대의 부적절한 의혹 제기에 대응하기 위해 일해야 하는데 선대위 업무가 그만큼 한가하느냐"고 추궁했다. 그러면서 "그냥 알아서 거취 표명하라"고 압박했다.
조 단장은 이날 심야에 "유튜브 링크를 받고 내용도 확인하지 않은 채 출입기자 세 분에게 전달해드렸다"며 "이준석 대표님에게 사과드린다. 이유를 막론하고 잘못된 것"이라는 글을 SNS에 올렸다. 이로써 사태는 가까스로 봉합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관측이다.
김종인, 애써 영입했지만 힘 안 실려
"네거티브 전쟁 그만하자" 제안했지만
尹 "한국 정치사에 그런 적 없었다"
홍준표 "당 선대위가 세 갈래" 개탄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험 요소는 남아있다. 이준석 위원장과 조 단장 간의 내홍은 중앙선대위에 허다한 불안 요소 중 일부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윤석열 후보가 지난달 5일 전당대회에서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선출된 이후, 한 달의 시간을 허비하며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을 애써 영입했지만 김 위원장에게 중앙선대위 '원톱'으로서 힘이 실리지 않고 있어 어수선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준석 위원장과 조수진 단장 간의 언쟁으로 묻히긴 했지만, 김종인 위원장은 이날 오전 중앙선대위원회의에서 "대선에 출마하는 후보들은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에 포커스를 맞춰서 논쟁을 해야 한다"며 "더 이상 네거티브 전쟁은 좀 그만했으면 하는 당부의 말씀을 드린다"고 제안했다.
이는 윤석열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씨 문제와 이재명 후보의 장남 동호 씨 문제를 놓고 쌍방에서 오가는 무차별적 의혹 제기와 공방을 함께 멈추자는 제안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윤 후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 위원장의 네거티브 공세 중단 제안에 대해 "그것은 가장 바람직한 얘기기는 하지만 한국 정치사에서 그런 적이 없었다"고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
대변인단은 대변인단 나름대로 존재감을 부각하기에 가장 적절한 소재가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그 가족의 의혹을 지적하는 네거티브 공세이기 때문에 연일 공격을 쏟아내고 있다. 중앙선대위가 '따로국밥' 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이 이날 SNS에 "밖에서 보면 우리 당 선대위는 세 갈래로 갈라져 있다"며 "김종인 총괄위원장 그룹, 김한길 새시대위원회 그룹, 그리고 속칭 파리떼 그룹"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김한길 '새시대위'…'마이 웨이' 지속
신지예 전격 영입…尹과도 사전 회동
이준석에게는 '통보' 식으로 영입 알려
"'질 수 있다' 위기 느껴야 해법 도출"
'또 하나의 그룹'으로 지목된 새시대준비위원회는 중앙선대위와는 별도로 '마이 웨이'를 걸어가고 있다.
김한길 새시대준비위원장은 이날 신지예 전 녹색당 서울시장 후보를 전격 영입했다. 이 자리에는 윤석열 후보도 달려가 "오늘 우리 신지예 씨가 이렇게 동참하니까 더욱 든든하다"며 "어떤 분들은 기존 국민의힘과 생각이 다른 분들이 이렇게 많이 와서 정체성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내게 많이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힘을 실었다.
신지예 전 후보는 단숨에 새시대위원회 수석부위원장으로 위촉됐다. 김한길 위원장은 신 부위원장 영입을 시도하던 중 "윤 후보의 생각을 확인하고 싶다"는 신 부위원장의 요구에 따라 윤 후보와의 접견을 주선했으며, 신 부위원장은 윤 후보와 만난 뒤 지지를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이준석 위원장에게는 지난 주말에 영입 사실이 통보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한길 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준석 대표에게 신지예 수석부위원장의 영입 가능성을 얘기한 적이 있다"며 "거기에서 큰 우려를 이야기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준석 위원장 측의 기류는 다르다. 이 위원장 측은 사실상의 '영입 통보'였기 때문에 반대가 무의미하다고 생각해서 반대하지 않았을 뿐이라는 것이다. 앞서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를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할 때에도 반대 의사를 표명했지만, 결국 윤 후보의 영입 의지가 관철된 것과 같은 사례로 보인다.
인재 영입이 배우자 김건희 씨를 둘러싼 논란으로 초래된 위기 국면을 전환하기 위한 용도라면 더욱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신지예 수석부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김건희 씨 논란과 관련한 질문이 나오자 "'이유를 막론하고 국민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윤 후보의 사과)는 것은 올바른 방향"이라며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후보 배우자를 향한 얼굴 품평이나 성적인 공격이 자행되고는 하는데, 그런 공격이 아니라 건전한 비판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장성철 대구가톨릭대 특임교수는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윤석열 후보가 현재의 상황과 관련해 수습을 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고, 수습할 방안을 알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며 "'진다' '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껴야 해법이 나온다. '어떻게 해도 우리는 이긴다'는 생각으로는 해법이 나오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바라봤다.